1년만에 밟은 황궁의 땅은 몹시도 어색했다.
 지난 시간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양반들을 설득하고, 사람들을 모아 이뤄낸 승리였다.
 전투 중에 불타버린 황군 앞에서 나는 조용히 나의 방을 찾았다.
 내가 여동생에게 편지를 쓰던 방은 새까맣게 그을린 채 있었다.
 피로 적셔진 연회장도, 아버지가 정무를 보시던 공간도, 신하들의 토론 장소였던 곳도 모두 한낯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전투의 피로를 휴식으로 달래던 병사들 사이에서, 나는 내 손에 쥔 검을 움켜쥐었다.
 비록, 아직까진 승전의 소식이 들리고 있으나 조선군의 개입은 이번 전쟁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였다.
 어쩌면, 지금 나와 함께 싸우는 이 사람들이 모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황궁을 배회하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황궁을 떠난 그 날처럼, 달이 휘영청 밝은 날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