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이 일렬로 선 군인들의 발 밑을 휘감았다.
 그 차가운 느낌은 서늘한 분위기를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병사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저 어두운 산 위에는 적군들이 호시탐탐 내려올 기회를 노리고 있었을 터였다.
 조총병은 자신의 손에 쥔 조총을, 병사들은 검이나 창을 두 손으로 움켜쥐며 산 위를 노려봤다.
 그러면서, 그들 사이에 있는 한 소녀에게 절로 시선이 갔다.
 아이는 아니였으나, 그렇다고 전장의 한복판에서 창을 들고 서 있을 나이도 아니였다. 더군다나 소녀였다.
 대부분의 병사들은 그녀의 입대 소식에 콧방귀를 뀌며 그녀가 창이나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그녀는 4년간 군에서 함께 훈련을 받았고, 그러는 과정에서 확실히 처음과는 달라졌음을 그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마음 속 한 켠에는 설마하는 생각이 들어있었다.
 설마 저 어린 소녀가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겠는가.
 아니, 그건 고사하고 창이나 제대로 휘두르고 죽을 수 있겠는가.
 근처에 선 병사들이 그런 생각을 하던 그 때, 마침내 거대한 발소리와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병사들은 모두 자신이 든 무기를 꽉 쥐고선 적들의 돌격으로 인한 충격을 대비했다.
 그들이 사정거리 안에 들자, 장군이 소리쳤다.
 "조총병, 쏴!"
 조총병의 조총에서 일제히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자마자 조총병의 뒤에 서 있던 병사들도 함성을 내지르며 창을 든 채 산 위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몇 시간동안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비명소리, 그리고 기합소리만이 산을 가득 매웠다.
 이윽고 전투가 끝이 났다. 패배한 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만 이끌고 도망쳤다. 살아남은 자들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주변에 널부러진 시신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리기도 했다.
 그러다 그것들보다 그들을 더 놀라게 했던 것은 그들 모두가 걱정한 소녀의 모습이였다.
 소녀가 입은 일본식 갑옷에는 흥건히 피칠갑이 되어, 아직도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소녀가 손에 든 일본식 창에도 피가 흘렀다.
 그 누구도 그녀가 살아남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으나,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것도 혼자서 족히 백은 넘는 자들을 베어버린 듯 보였다.

 그렇게 소녀는 단번에 병사들 사이에 유명해졌고, 그녀가 천사의 신탁을 받고 입대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그들 모두는 소녀를 '전장의 성녀'라 부르며 신의 가호 아래 그녀가 있어 그녀가 죽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그것이 맞으련지도 모르겠다.

 ㅍㅇ) 지난번에 소설은 써 놓고선 추후 등장이 없어서.. 이렇게라도 써먹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