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혈 9년, 무혈제께서 종전 사실을 알리시고 그 조건에 대해 발표하시자 대신들 모두가 격분하였다.
 한 대신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길 "지난 조선이 쳐들어와 동부여의 국왕을 납치하였을 때에도 이리 치욕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동부여의 국왕은 죽음으로 그 책임을 다 하였으나, 황제폐하께선 어찌하여 황좌에 앉아계시옵니까?"
 또 다른 한 대신이 말하길 "전쟁으로 백성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는데, 이런 조약까지 맺어오시니 차라리 전쟁을 계속하여 백성들 모두가 죽어버리는 것이 덜 힘들 것이옵니다."
 황제폐하를 비난하고 꾸짖는 말이 황궁을 가득 채웠으나, 황제께선 차마 저들을 엄히 다스릴 엄두조차 내지 못하시고 묵묵히 그 말들을 들으며 황좌에 앉아계시었다.
 종전협상 종료 이후 많은 대신들이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갔으며, 일부는 너무나도 부끄러워 스스로 자결하였다.
 일이 이렇게 되자 황제폐하께서 말하시길 "대신들이 줄줄이 떠나 정사를 살피기에 어려움이 많으니 서둘러 과거 시험을 열어 대신들을 뽑으라."
 그러나 한 대신이 말하길 "고향으로 돌아간 대신들이 제자들에게 과거 시험을 보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으며, 젊은 선비들 모두 화령을 부끄러이 여기며 관직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유행이나 되는 듯 번져나가고 있어 과거 시험을 열어도 시험을 볼 자들이 전국에 백 명은 넘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그러자 황제께선 아무 말도 하지 못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