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비서실장님. 어딜 가시려고.."
 분노에 찬 그녀를 막아 세운 것은 개성시장 김립이였다. 그는 그녀와 10년이 넘게 일했지만, 오늘과 같은 분노는 처음이였다.
 그녀는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
 "비키세요. 지금 당장."
 그녀의 기세에 눌렸지만, 그는 완강히 밀어붙였다.
 "갑자기 뉴스를 보시더니 뛰쳐나가시는건 무슨 일이신겁니까? 적어도 설명을 해주셔야죠.."
 ".. 드릴 말씀 없습니다."
 그를 피해 돌아가려는 그녀를 다시 한번 두 팔을 벌려 막아선 그는, 선언하듯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한테 말씀해주시지 않으신다면, 오늘 보내드릴 수 없겠네요. 이건 시장으로서 실장님께 답변을 요청드리는 겁니다. 실장님."
 그의 완강한 태도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
 "TV 속에 나온 저 여자.. 우리 아줌마를 죽인 사람들과 한패에요. 그거 말고 더 설명이 필요한가요?"
 "잠시만요.. 아줌마..? 그럼 혹시.. 그 아줌마가 정소월..?"
 "더 긴 말씀 못드려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녀가 그를 피해 걸어나갔고, 김립 시장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김명희.. 비서실장님.."

 김명희는 시청을 나서자마자 택시에 올라타, 개성시 시장의 비서실장으로서 알게 된 기밀 정보를 말했다.
 "xx시 xx구 xx동 xx리 xx으로 가주세요."
 대공분실의 위치였다.

 김명희가 대공분실의 대문에 도착하자, '태광실업'이라는 글씨가 박힌 모자를 쓴 한 사람이 다가와 말했다.
 "여긴 회사 사유지입니다. 외부인은 함부로 못 들어옵니다.'
 "김립 개성시장의 비서실장 김명희입니다. 시장님의 지시를 받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품 안의 명함을 건내자, 그는 경비실로 들어가 이곳 저곳에 전화를 걸더니 말했다.
 "들어가셔도 됩니다."
 김명희는 복수심에 불 탄 두 눈으로 대공분실로 들어갔다.
 대공분실에 묶여있을, 아줌마의 원수를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