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꼴이 좋네.. 안 그래?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서 나한테 거들먹거리던 네가.. 지금은 내 앞에서 이런 꼴을 당하고 있으니 참.."
 안영환이 비꼬듯이 말했다.
 두 팔이 뒤로 묶인 김명희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안영환은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묻지. 백설하 어디있어?"
 김명희가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몰라요.. 모른다고요.. 산으로 갔고, 저도 거기까지 밖에 몰라요.."
 안영환이 한숨을 내쉬더니, 신호를 보냈다.
 "아.. 안돼요..!"
 그녀가 급히 말했지만, 이미 신호를 받은 두 사람이 김명희의 머리를 물이 가득 찬 수도에 쳐박았다.
 한 사람은 앞에서 머리와 목을 눌렀고, 다른 한 사람은 그녀의 다리를 잡아 올렸다.
 물에서 보글거리는 물방울이 올라왔고, 얼굴을 흔들고, 발길질을 하며 세차게 저항했다.
 그녀의 애처러운 몸짓이 절정에 달하자, 그제서야 안영환은 다시 신호를 보냈다.
 두 남자가 그녀의 얼굴을 욕조에서 빼내었다.
 그녀의 얼굴은 숨이 막혀 붉게 달아올라있었으며,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었고,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안영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3년째입니다. 3년. 3년동안 온갖 고문을 다 당했으면 말할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3년 내내 모른다고만 말한다면, 우리야 이 고문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거고요."
 그러면서 그는 그녀의 몸을 살폈다. 몸 곳곳에는 피멍이 들어 있었고, 칼로 낸 상처도 온 몸에 퍼져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입술이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안영환은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말했다.
 "자, 말하세요. 어디 있습니까?"
 그녀는 대답 대신, 온 몸을 덜덜 떨면서 애원하듯 말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죽을 것 같아요.. 온 몸이 아프고.. 제발.. 살려주세.."
 그녀는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한 채 얼굴이 수조에 다시 한번 더 쳐박혔다.
 다시 두 남자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히 임했으며, 안영환은 그 광경을 혀를 차며 봤다.
 그녀의 몸이 심하게 떨려왔다. 마치 경련을 하듯 사지를 떨었고, 수조에는 더 많은 물방울이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작동을 멈춘 기계처럼 온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제서야, 안영환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김명희를 수조에서 건져냈다.
 그녀의 얼굴과 몸 어느 곳에서도 생기가 보이지 않자, 그는 당황하여 흥분한 채 소리쳤다.
 "의사 불러! 당장!"

 김명희는 생전 처음 보는 곳에서 깨어났다.
 매우 신기한 곳이였다. 몸도 더이상 아프지 않았고, 상처도 모두 사라졌다.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주변을 둘러보다,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김기준, 그녀의 오빠가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그녀를 껴안았다.
 김명희는 처음 느끼는 따뜻함에 취해,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그녀와는 달리 김기준은 울음을 애써 참는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오빠가 미안해.. 오빠가 널 지켜줬어야했는데.. 미안하다.."
 그녀는 품 안에 안긴채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오빠가 보고싶었어.. 오빠가 없던 21년동안.."
 그녀의 눈에 눈물이 타고 흘러 그의 옷에 떨어졌다.
 21년만에, 두 남매는 슬프게도 재회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