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렸어야 했습니다.. 말렸어야 했었다고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그가 부시장실로 들어오며 소리쳤다.
 부시장은 침착히 자리에 일어서 김립 시장을 바라봤다.
 "대낮에 술에 잔뜩 취하신 모습,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김립 시장이 아버지뻘인 부시장의 멱살을 잡았다.
 김 시장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부시장은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부시장님.. 부시장님은 정말.. 일말의 감정도 없는 분이십니까?!"
 그는 빨갛게 충혈된 두 눈으로 멱살을 잡은 채 그를 노려봤다.
 "김명희 비서실장.. 10년을.. 10년을 같이 일했습니다.. 그런데.. 그 3년동안 그 모진 고통을 다 받고 결국에는.. 결국에는..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될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김 실장..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살다가 편안히 숨을 거뒀어야했을 사람이였다고요!"
 그의 울음 섞인 절규가 부시장실에 울렸다. 김 시장은 오열하여 발음이 뭉개지면서도 말했다.
 "김 실장.. 제가 그때 말렸어야했습니다.. 해외로 망명을 떠나라고 권유했어야했습니다.. 바보처럼.. 그랬으면 안되는 거였습니다.."
 부시장은 오열하는 그를 보며 말했다.
 "솔직히 말씀해주시죠, 사적인 감정 있었습니까?"
 김 시장은 훌쩍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좋았습니다.. 철 없이 아버지를 따라 정치인으로서 살아왔는데.. 김실장님 만나고.. 사람을 위해서 처음으로 정치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 분이 언제나 제 옆에서 도와주셨고.. 언제나 부시장님과 함께 절 응원해주셨습니다.. 특히.. 마음이 여려서 불쌍한 사람들을 볼때마다 남몰래 훌쩍이던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그 분이.."
 그는 다시 감정이 북받처오르며 오열했다. 부시장은 마치 아버지처럼 그의 등을 쓰다듬었다.
 울음이 그치고, 그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품에서 종이 봉투를 꺼냈다.
 "오늘부로, 전 개성직할시 시장직에서 사임합니다. 시장의 모든 권한은 부시장님이 인계받으셨습니다. 시민 한 명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시장이,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대로 뒤를 돌아 부시장실을 나갔다.

 부시장실에 혼자 남겨진 부시장은 집무실 책상에 걸터 앉아 사진을 봤다.
 김립 시장의 아버지인 김성 시장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5년 전, 개성 시장 선거에 당선되어 자신과 함께 기뻐하는 사진이였다.
 그는 사진 속 김성 시장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성이.. 김립이가.. 자넬 꼭 빼닮았구만.."
 그리고 부시장은 그 옆에 놓여진 사진을 봤다.
 가장 최근에 찍힌 사진으로, 4년 전 개성시장으로 또 다시 당선되어 기뻐하는 김립과 그의 옆에서 약간 미소를 띈 얼굴로 서 있는 자신. 그리고.. 김립 시장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김명희 비서실장의 모습이 보였다.
 부시장은 사진을 옷 소매로 닦아내더니, 이내 결심한 듯 수화기를 들었다.
 "아.. 여보세요? 동국일보 민성식 기자인가? 나네. 어디서 좀 만나는게 어떻겠나? 이야기할 것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