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네, 민 기자."
 민성식은 개성직할시 부시장과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이렇게 아지트로 다 부르시고.."
 아지트는 시청 근처 부시장이 자주 다니던 국밥집을 의미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아지트에 간다는 소리는, 부시장에게 특종을 얻는다는 이야기였다.
 "일은 무슨 일.. 그냥 술 한 잔 하러 온거지.."
 그러면서 그는 말없이 술을 잔에 따랐다.
 술이 두어잔 더 들어가고, 돼지국밥이 나오자 둘은 말 없이 돼지국밥을 먹었다.
 "요즘 경찰 참 무서워.. 응?"
 부시장이 말을 꺼내자, 민성식 기자가 호응했다.
 "그렇죠? 그놈의 엄벌주의 때문에 인권단체에서 성명 내는데도 듣는 척도 안하고 참.."
 그는 부시장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관련해 제보를 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게나 말이다.. 지들 듣고싶은 말 안해줬다고 누구도 모르게 사람 하나 죽여버렸으니.."
 그 말을 들은 민성식이 놀라며 말했다.
 "죽여요..?! 누굴..?"
 부시장은 목소리를 낮추라는 듯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말했다.
 "대공분실. 거기서 김명희 비서실장을 고문해서 죽였어."
 "고문이요..? 부시장님,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고문입니까..?"
 "녹취록 하나를 들려주지. 시장실에 비밀리에 설치된 것이네."
 부시장은 녹음기를 꺼내 틀었다. 녹음기에선 백설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녹취록이 끝나자, 민성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됩니다..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는데.. 누구 하나 모르는게 말이 됩니까..?"
 "아는 사람들도 입을 다물고 있어. 이런 고문을 통해 공산주의의 씨를 뽑아야한다고 생각하거나, 두려움에 입을 다물거나."
 "부시장님은.. 후자이셨습니까..?"
 부시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내 동료를 잃었네. 비록 나이 차이는 많이 났지만..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이였어. 그녀가 없었더라면.. 아마 김립이는.. 감정따윈 없는 차가운 놈이 되었겠지.. 김성이가 그걸 원하진 않을거야.."
 부시장은 술을 홀짝 마시더니 말했다.
 "부탁 하나 하지. 나는 실수를 저질러서.. 소중한 사람을 잃었네.. 적어도, 그 사람의 죽음이 더렵혀지는 것은 원치 않네."
 부시장은 떨리는 손으로 녹음기를 건냈다.
 "진실을 보도해주게."
 민성식은 잠시 망설이더니, 녹음기를 받으며 말했다.
 "동국일보의 명예를 걸고, 보도하겠습니다."

 국밥집을 나온 그는 공중전화박스에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부장! 대공분실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