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못 들어가게 하는거냐고!"
 "글쎄 안된다니깐요..! 외부인 출입 금지입니다!"
 "야야! 여기 태광실업에 우리 삼촌 다니신다, 문 열어!"
 "이름 대봐요."
 "그냥 열어!"
 민성식은 태광실업 사무실 앞에서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경비원은 차단기를 내린 채 버티고 있었다.
 "아니 글쎄.. 여기 뭐하는 회사기에 입구에서부터 막는거야? 어?"
 "요즘 신제품 개발 중이라 민감해서.."
 "신기술 좋아하네! 문 열어!"
 실랑이는 계속 이어졌고, 한 골목에서 어떤 남자가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봤다.

 "어우.. 저 치사한 놈들.. 저걸 어떻게 들어가냐.."
 민성식은 결국 문을 열지 못하고 투덜거리며 골목에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찾으려 주머니를 뒤적이고 있을 때, 한 남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혹시.. 기자이십니까?"
 민성식은 놀라 입에 문 담배를 떨어뜨렸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말했다.
 "동국일보 민성식 기자입니다."
 "진수일이라고 합니다. 대공분실에 대해 제보할 내용이 있습니다."
 민성식은 흠칫 놀라며 말했다.
 "우선..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말하시죠."

 진수일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민성식은 굳은 표정으로 수첩에 제보 내용을 적어나갔다.
 그는 옆에서 본 모든 광경들을 세세히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도 죄책감에 짓눌린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야.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뭔데? 그 양심에 뒤늦게서야 찔리셨나? 어? 뒤늦게 죄책감이 들어서, 영웅 놀이라도 하려는거야? 진실을 고발한 제보자.. 뭐 그런걸로?"
 "그건.."
 "당신 옆에서 고통에 울부짖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사람이.. 이제야 눈에 보인거야? 자기 경험을 쌓으려고 공범이 된 사람이.. 이제서야? 그럴 자격 있어?"
 "죄송합니다.. 정말.."
 민성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제보는 고마운데, 난 당신 동정할 생각 없어. 평생 후회하고, 미안해하면서 살아."
 그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 공중전화박스에서 전화를 걸었다.
 "부장, 내부자 고발 하나 떴습니다. 이거 1면 안해주시면, 저 때려칩니다."

 그 다음날, 동국일보의 1면은 민성식 기자의 기사가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