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시현은 당황했다.

자신을 클럽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겠는가.

일단 시현은 발뺌을 하기로 했다.

"죄송하지만 사람을 착각하신 것 같은데...."

"무슨 소리에요? 경찰에서 황시현 경위님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단 저쪽에서 이야기하죠."

시현은 그를 뒷골목으로 끌고 간 뒤, 비로소 입을 열었다.

"누군가 했는데, 경찰이시군요?"

"경찰이니 경위님을 못 알아볼 수가 없었지요.

그나저나 머리색과 그 복장은... 황시현 경위님도 일탈을 하고 싶으셨나요?"

"...혹시 경찰 수뇌부에서 오셨습니까?"

"아뇨아뇨, 전 짬이 덜 찬 순경이라서 수뇌부랑 접촉할 만한 위치가 아닙니다."

"그럼 이곳은 왜...."

"아,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저는 이진우 순경이라고 합니다.

순찰을 돌다가 우연히 마주쳐서..."

"그렇군요."

이진우는 잠깐 생각한 뒤, 말을 꺼냈다.

"사실, 저야말로 경위님이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합니다만..."

"저도 휴식이 필요하잖아요? 유급휴가 기간이라 일할 이유도 없고."

"그게, 평소에는 회식 자리에서 술도 잘 안 드시고 그 흔한 오락도 즐기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고 계시던 분이 갑자기 유흥을 즐기는 건 조금 어색하지 않나 싶어서..."

"눈썰미가 제법이군요."

"헤헤, 어렸을 때부터 그런 말을 좀...."

"허튼 소리는 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시현은 숨을 크게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실은, 수뇌부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네?"

"리슈화 사건, 기억하시죠? 샤이닝 문."

"네. 알지요."

"그 사건, 분명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도, 처벌받은 건 리슈화 일당이 끝이었죠."

"...그렇지요."

"그런데도, 여전히 뒷골목에서 암암리에 마약이 퍼지고 있습니다."

"간혹 수상한 냄새를 맡을 때가 있었는데..."

"그런데도, 경찰은 수사에 관심이 전혀 없더군요?"

"아아,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솔직히 윗대가리는 안 믿어요."

"흠, 저야 그렇다고 해도 진우 씨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신가요?"

"...사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분명 샤이닝 문에 간 사람들은 많을 테죠?"

"그렇죠."

"근데, 왜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걸까요...?"

"저랑 같은 생각이시군요."

"분명 샤이닝 문을 압수수색하면 중요 자료들이 싹 있을 테고, 거기에 분명 장부가 들어 있을 겁니다.

개인적인 의심이지만, 근데 그 장부가 아직 공개되지 않는다는 건...."

"흐음, 좋아요,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죠.

대신 오늘 오고 갈 말들은 저희 둘 사이의 비밀로만 하는 게 어떨까요?"

"당연하죠. 발설하면 경위님은 몰라도 제가 모가지인데."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죠.

샤이닝 문이 폐쇄되었는데도, 마약이 여전히 퍼지고 있다는 건, 두 가지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 리슈화 잔당들이 살아남아 재기를 노린다거나,

둘, 마약의 수익성을 노리거나 잊지 못한 사람들이 자생적으로 마약상이 된다거나."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죠.

그렇다면 샤이닝 문이 폐쇄되었다면, 마약은 어디에서 공급되겠어요?"

"혹시 타 클럽을 말하시는 건가요?"

"정확합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단장하고 잠입을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그렇군요. 사실 제가 저 오리온 클럽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게 있습니다만..."

시현은 귀가 솔깃해졌다.

"호오, 이야기해보시죠."

"오리온 클럽의 사장은 배영규라는 사람으로, 해외 마피아와도 커넥션이 있다는 정보를 받았습니다."

"그런...."

"뭐 저희 둘이서 마피아를 상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뭘 어떻게 하긴요. 평소처럼 잠입해야지요.

마침 아는 분이 귀국했는데, 그 분에게 전화를 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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