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설정을 쓰려고 했는데 아까우니 올린다


2050년, 인류 문명은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이 가져다준 풍요와 평화롭고 균형적인 세계 질서 하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번성했다. 세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넘쳐났다. 절대 빈곤이 사라지고 기아와 질병 문제의 해결이 다가왔으며 화성에 정착지가 생겼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과학 기술로도 해결할수 없는 환경 문제,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 등 물리적인 충돌을 야기할수 있는 인간의 비논리성이 숨어있었다.


강대국들의 힘의 균형이 흔들리며 군비 확장과 테러리즘이 인기를 끌었다. 곧 무력 도발과 죽음의 무기-위대한 지성의 소산인지 천치의 소행인지-가 세계를 뒤덮었다. 결국 국제 정세는 파국으로 치달았고 행성 전역에 걸쳐 공포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 후 몇십년간의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뉴스는 암의 정복이나 외계 문명과의 조우가 아니라 인류를 파멸로 몰아간 전쟁이었다. 수많은 도시가 불타고 셀수 없는 인명이 희생되었다.


각국 정부는 '국가의 계속성을 유지하고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운좋은 소수의 사람을 대피시켰지만 나머지는 살아남지 못했다.


전멸한 정부의 흔적, 흔적도 없이 사라진 대도시들, 한때는 첨단 기술을 상징했던 초고층 빌딩의 잔해, 어디선가 돌아가고 있는 레이더만이 전쟁의 참화를 보여주었다.


거리-이제는 거리라고 부를수도 없지만-위에는 피폭으로 사망한 시신들이 쌓였고 먹고 마실 것이 없어 굶어 죽어간 사람들의 위로 눈보라가 몰아쳤다.


인류가 사라지자 환경은 큰 변화를 맞았다. 낙진으로 겨울이 길어지자 농업은 몰락하였다. 인류에게 완벽히 길들여진 주식인 쌀과 옥수수, 감자, 밀은 생존자들이 소비할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절멸하였다. 물은 방사능 물질로 오염되었다. 대부분의 오염 물질이 반감기가 다소 짧은 요오드 131이나 세슘 134였던 것이 다행일까.


전쟁 이후의 인류는 전례없는 대재앙 속에 완전히 달라져야만 했다. 수억-아니 수천만일지도 모른다-뿐인 그들은 이전 세대의 어리석음이 자초한 폐허를 딛고 새로운 문명을 건설해야했기 때문이다. 


낙진이 사그라들고 세월이 흘러 다시 맑은 하늘이 드러나자 그들은 깊은 굴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아직도 위험천만한 땅 위를 걸었다. 수백만년 전 그들의 선조가 남아프리카에서 걸어서 노바야제믈랴, 히말라야, 폴리네시아, 아메리카까지 이르렀듯이.


그들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들은 살아남아야 했다.


@프랜시스 어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