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나도 됩니까?"
 이현의 전화였다.
 황태자에 즉위한 이후 나와 만나지도 않던 그였으나, 오늘 나를 찾은 것이다.
 집 앞의 허름한 식당에서 그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다.
 얼굴이 벌개진 그가 말했다.
 "부끄럽습니다, 제 가족이."
 "무슨 소리야?"
 "아버지께서 받으신 고통.. 이해 못하는게 아닙니다.. 단지.. 그 고통을 아시는 분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악독한 일을 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진수일은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거야.. 지금껏 그게 당연시되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봐, 지금 네 발언이 어떤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가.."
 그는 휴대전화로 기사들을 보여줬다.
 '아버지는 고문 받았는데.. 공산주의자 용서를 선언한 황태자..'
 '[칼럼] 역사상 최악의 황태자'
 이현은 피식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진수일이 그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
 "후회가지 않아?"
 ".. 조금은요. 이렇게까지 제 편이 없을줄은 몰랐거든요."
 이번엔 진수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밀고 나가. 지금이야 후레자식 취급받지만, 네 의지가 확고하다면.. 널 막을 사람은 없어."
 ".. 그렇겠죠?"
 "그래야지."
 이현은 조용히 술잔을 들이켰다. 그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말도 같이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