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강력계 형사 황시현이라고 합니다!"
 이상했다. 미친개라더니..?
 그녀는 미친개라는 별명과는 거리가 먼 순수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아니 애초에.. 자식뻘인 나에게 존대까지 하면서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아.. 네.. 근데 말은 좀 편히 하시죠.. 이제 전 황태자도 아니고.. 나이도 많이 어리니.."
 "아.. 그럼.. 그럴까?"
 그녀가 쑥쓰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정말.. 이 사람이 강력계 형사이자, 또 미친개일까?
 장인어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이, 연장은?"
 그녀가 웃으며 매고 온 가방을 열었다.
 .. 쇠파이프가 있었다.
 "이거면 되죠? 어차피 많아봐야 다섯일테니.."
 "맘대로 해. 아, 근데 사람 죽이지는 마라.. 얘는 곱게 자란 놈이라 그런거보면 쓰러져.."
 "경찰 잘릴 일 있어요? 걱정 마세요, 선배."
 "안하게 생겼냐.."
 그녀는 싱긋 웃으며 쇠파이프를 질질 끌고 차에 다가갔다. 아스팔트에 쇠파이프가 긁히는 소리가 소름끼쳤다.
 차 앞에서 선 그녀는 심호흡을 하더니, 그대로 쇠파이프를 들고 앞유리에 던져버렸다.
 앞유리에 구멍이 뚫리며 쇠파이프가 박혔고,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녀는 씨익 웃으며 유리에 박힌 쇠파이프를 빼냈다.
 "우리 대화 좀 하자..? 누나가 좀 성질이 나빠서.. 더 연장 쓰기는 싫거든?"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쇠파이프를 들고 다시 앞유리를 후려쳤다.
 앞유리가 박살이 나면서 차 안의 사람들이 보였고, 그녀는 얼굴을 털면서 말했다.
 "눈 비비지 마라, 상처 난다."
 겁에 질린 두 사람이 보였고, 그녀는 쇠파이프를 꽉 쥐면서 말했다.
 "적당히 하자.. 같은 황실 직원으로서 좀 부끄러워서 그래 인마! 사람 귀찮게하지 말고 당장 나가! 또 오면 그땐 진짜 사람 하나 죽을줄 알고!"
 그녀가 올라탄 차에서 내리며 우리에게 걸어왔다. 그러다 불현듯 무언가 생각난 듯 뒤를 돌아 말했다.
 "그거 니들이 다 치우고 가라!"
 그러곤 다시 웃는 얼굴로 다가와 가방에 쇠파이프를 넣었다.
 장인어른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사람 많이 변했네? 원래 저 쇠파이프가 저렇게 깔끔하지가 않은데.."
 "저도 옛날의 그 황시현 아니거든요! 나이도 먹었으니 이제 좀 유해져야죠.."
 그러더니 그녀는 가방을 다시 매고 말했다.
 "다신 얼씬도 안할테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또 응원합니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공포에 질렸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차 유리를 박살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그녀는 여유롭게 손까지 흔들며 걸어갔고, 장인어른은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으며 말했다.
 "맞지? 미친개.."
 "..."
 겁에 질려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