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순경은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형, 나야."

그는 그의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쪽 분야에 대해서는 형이 제일 잘 알잖아? 

그러니까 부탁인데, 지금 여기로 나올 수 있어?

...알겠어. 가급적이면 서둘러 와줘."

전화를 끊고 나서, 진우는 말했다.

"곧 오실 거예요. 아마 꽤나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왜 확신하시는 거죠?"

"차차 알게 될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한 오토바이 소리와 그들을 맞이한 사람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로 보이는 라이더자켓을 걸친 청년이었다.

"어서 와. 예상했던 것보다는 빨리 왔네."

"빨리 오라 했으니 빨리 오지. 그럼 늦게 오리?"

"칭찬했는데도 뭐라 하네. 쳇."

"자자, 두 분, 잡소리는 그만하시고.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맞다. 그렇지. 이쪽은 황시현 경위님이셔."

"아,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경위님.

저는 신민혁이라고 합니다. 전직 경찰이었지요."

"전직 경찰이셨다고요?"

"네, 경장이었고, 지금은 그만둔지 5년 남짓 됐죠."

"혹시 그만두신 이유를 물어 볼 수 있을까요?"

"그만둔 이유? 말하자면 좀 길어서. 일단은, 자유로이 조사하기 위해 나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흠, 알겠어요. 이야기를 해보죠.

지금 저희가 모인 이유를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어유,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약쟁이들 말이죠?"

"네. 혹시 알고 계시는 게 있으신가요?"

그는 숨을 들이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흐음, 뭐 알고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도록 하죠."

이 동네에서는 군것질거리 하나라도 함부로 사 드시면 안 될 겁니다."

시현과 진우는 잠자코 민혁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흔히들 착각하는 게, 유흥업소 쪽에만 마약이 유통된다. 이걸 전제로 깔고 들어가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전혀 아니에요. 근처 포장마차부터, 편의점, 치킨집, 식당, 술집 등등. 가게란 가게는 거의 다 한통속이라고 보시면 돼요."

그는 둘을 빤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그쪽에서 뭐 사드신 건 아니겠죠?"

둘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행이군요. 식품의 재료에 마약이나 그에 준하는 것을 첨가함으로써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마약에 중독시킨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못 믿으시겠다면, 이걸 보시죠."

그는 가지고 있던 가방을 열고, 치킨 한 박스를 꺼냈다.

"드셔 보시겠습니까? 이래 보여도 따끈따끈한 갓 튀긴 치킨입니다."

"농담도 정도껏 하시죠. 아까 자기 입으로 다 말하셨으면서..."

"아, 네. 각설하고, 이 치킨에 동봉되어 있는 소금을 보시지요."

투명한 봉지에 담겨 있는 것은 대충 보면 소금으로 보였으나,

자세히 보니 소금 결정과는 다른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황시현 경위님이라면 아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모를 리가 없잖아.'

시현은 충격을 받았다.

클럽에서 은밀하게 유통되는 마약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사람이 먹는 것에까지 추악한 장난을 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진우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형, 사실이야...?"

"내가 개인적으로 조사해본 것에 따르면 적게는 80%? 많으면 99% 정도 되겠다."

"......"

"그럼 계속 이야기하도록 하죠. 마약소금뿐만 아니라, 이 치킨도 마약 덩어리입니다."

그는 치킨 속을 뜯고, 진우에게 냄새를 맡게 했다.

"우욱...."

일반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할 만큼 희미한 냄새였지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알 수 있는 그 냄새였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똑똑히 아시겠죠?

뭐, 이런 이야기는 이쯤 하고, 마약 유통의 배후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할까요?

일단, 제가 현재 배후로 의심하고 있는 인간은 세 명 정도입니다.

한 명은 배영구인데, 이 쪽의 오리온 클럽에 대한 건 예전에 진우에게 이야기해줬으니, 건너뛰고,

한 명은 도진석이라고, 조폭 우두머리고, '엔터스' 클럽의 사장입니다.

마지막으로, 리슈화 사건 기억하시죠?"

'리슈화.... 리슈화....'

"아, 황시현 경위님은 잘 알고 계시겠군요. 그 쪽 사람들이 아직 다 체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뭐, 리슈화가 백설하로 밝혀졌다지만은, 괜히 중국 사람으로 철저히 신분 위장을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중국에 잔존해 있는 잔당들이 분명히 없을 리가 없습니다. 혹시, 리슈화 일당의 부하 중에 기억나는 사람이 있습니까?"

"...부하라면... 아."

그 남자였다.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확실했다.

"...이름은 모르지만, 기억나는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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