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에는 비가 내렸다. 강릉에서 일어난 반란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가 역 앞에서 열리고 있었다.
 수행원도 없이 홀로 기차를 타고 온 진미령은 미리 챙겨둔 우산을 피고 역을 빠져나왔다.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비를 맞으면서도 처연히 서 있었다.
 진미령은 그들 옆을 지나가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 우매한 대중들 같으니라고."
 그녀는 공동묘지로 향했다. 희생자들이 묻힌 곳과는 멀리 떨어진 구석에 대충 묻은 티가 나는 무덤이 보였다.
 그녀는 무덤을 내려다봤다. 이 곳에, 투쟁동맹의 돌격대 대원들이 묻혀 있었다.
 그녀는 품에 들고 온 흰 조화를 무덤 위에 올려두었다. 흰 조화 위에 거센 비가 떨어지며 금세 물방울이 맺혔다.
 그녀는 입을 달짝이며 말이 떠올리지 않는 듯 한참을 서 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 기억하겠습니다. 그 정신을."
 그녀의 우산을 든 손이 떨렸다.
 ".. 이어가겠습니다. 그 정신을."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 이뤄내겠습니다. 그 정신을."
 그녀는 몸을 돌려 걸어나갔다. 그리고, 다신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