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모두들 따라주게."
 "저희도 동의합니다. 더 이상.. 전우들의 희생은 막아야만 합니다."
 군복을 차려입은 군 장교들이 한 음식점에 모여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그래.. 정보기관은 그 쪽도 포섭했나?"
 계엄사령관이 묻자, 그의 맞은편에 앉은 장교가 답했다.
 "네, 정보기관 쪽에서도 첩보 작전의 실패로 동료들의 희생이 큰지라.. 흔쾌히 작전에 응했습니다."
 "좋아, 정보기관만 포섭되면 더 말을 할 것도 없지."
 계엄사령관은 술잔을 비우며 말을 이어갔다.
 "전황은 갈수록 불리해지고.. 점점 반군은 수도를 포위하고 있는데.. 총리란 작자는 그것도 모르고 폭격 명령에, 진격 명령만 내리잖나? 결국 희생되는건 우리 전우들이고.."
 그는 입을 다시며 먈했다.
 "또, 그쪽에서야 휴전만 하고, 요구조건만 들어주면 우릴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어차피 전쟁 패배해서 사살될 바에야, 이렇게라도 살아야지. 그렇잖나?"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곳곳에서 동의한다는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그래.. 작전은.. 예정대로 내일이야. 모두 맡은 바 최선을 다 하도록!"

 "총리 각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생각해주십시오."
 "전 말했습니다. 안된다고."
 "전황이 불리해지고 있고, 이대로 가다간 전부 죽을 겁니다!"
 "사령관은 어찌 군인이 되어서..! 승리를 위해서 싸우기는 커녕 항복하잔 이야기부터 합니까? 더 들을 것도 없습니다. 차라리 그 빨갱이들에게 정권을 내주느니, 여기서 죽고 말죠!"
 ".. 총리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그는 소지한 권총을 진미령 총리를 향해 겨누었다. 그와 동시에, 당황한 총리의 양 팔을 경호를 맡은 군인이 잡고 그녀를 제압했다.
 순식간에 제압된 그녀는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쳤으나, 꼼짝도 할 수 없었다.
 ".. 유감입니다, 총리 각하. 전 총리께서 원하시는 것보다 제 전우들의 목숨이 더 소중합니다."
 "이런 배반자..! 날 이렇게 잡아두고 뒷감당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미 정보기관과도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이제 이 나라에 총리님을 지지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허망히 의자에 주저앉았다.
 ".. 끌고 가."
 그녀의 머리에 종이 봉투가 덮여지고, 그녀의 양팔을 붙잡은 두 군인이 거칠게 그녀를 끌고갔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치면서 저항했지만, 결국 군용 트럭에 짐짝처럼 실렸다.
 군용 트럭은 반군 사령부로 향했다.

 ".. 여긴 무슨 일입니까? 진미령이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까?"
 "우리가 받아들였습니다."
 "그것 만으론 부족한데요.. 어찌 되었던 이 나라 수장은 진미령.."
 "이젠 아닙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현덕 사령관 앞으로 누군가가 짐짝처럼 던져졌다.
 머리에 봉투를 쓴 그 사람은 몸을 덜덜 떨면서 누워 있었다.
 ".. 누굽니까?"
 "진미령. 우리의 쿠데타가 성공했습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에 씌워진 봉투를 벗겨냈고, 그러자 진미령 총리의 얼굴이 보였다.
 진미령 총리는 놀란 듯 두리번 거리더니 안현덕 사령관의 얼굴을 보자 사색이 된 채 눈에 눈물이 맺혔다.
 ".. 저희 정부는 민주혁명군의 모든 요구조건을 수용키로 결정했습니다."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두 남자가 손을 맞잡았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 사령관님, 진 총리는.."
 "우선 수감 해두세요. 처분은 나중에 결정하겠습니다."
 그녀는 군인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소리를 질렀다.
 무거운 침묵이 다시 감돌았다. 많은 전우가 죽었고, 결과는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