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들은 프로이센의 도움을 등에 업고 독일인들만을 위한 '비상행정부' 를 조직했고, 러시아인들은 사회주의의 깃발을 내걸며 계급투쟁과 반독단결을 강조하지만 이들 역시 믿을 수 없습니다. 발트는 발트인들의 땅이며, 독일놈들과 러시아놈들 모두 우리 선조들의 땅에 무단으로 들어온 침략자들일 뿐입니다.


 에스토니아인, 라트비아인, 리투아니아인 민족 단체들의 대표들은 비상행정부 조직 이후 비밀리에 만나 반독 및 반러 공동전선의 형성과 투쟁 이후 발트 지역의 분할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마쳤습니다. 이들은 '발트 연합' 이라는 하나의 연합된 세력으로 싸우며 독일계나 러시아계 국가가 아닌 발트인들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긴 투쟁의 길에 나설 것입니다.


 물론 이 세 '국가'들이 완전히 단결된 것은 아닙니다. 대혼돈 시절 계속된 민족들 간 반목에 의해 생겨난 상호 불신은 하루아침에 청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각 단체들은 세부적인 정책 차이들이 있고 무엇보다 연합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이 위태로운 동맹은 외부 상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생각보다 쉽게 와해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중재와 지원이 없다면, 이들은 바다에 흩뿌려진 한 줌 모래알이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