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의 밖, 작은 마을의 변두리 그곳에는 작은 교회가 있었다.
사제님이 운영하는 기부와 은혜로 운영하는 그 작은 교회는 길을 잃은 어린 양들을 보살펴주는 곳이기도 했다.
크고 작은 크기의 어린 고아들이 그 교회에서 살고 있었다. 사제님은 평소처럼, 촛불에 불을 붙이고, 신에게 기도를 올리던 때였다.
“똑똑”
갑작스런 노크소리에 사제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오밤중 찾아올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다면, 필시 근처 마을에서 큰일이 벌어져 사제의 도움이 필요할 때 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제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무슨..”
문을 열었을 때, 사제는 말을 잊었다. 문 앞에 있는 것은 한 바구니였다. 하얀 보자기로 정성스럽게, 한 아기가 들어 있었다.
“아...”
아주 어린, 아침 햇살과 비슷한 금색의 어린 아이, 잠든 채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는 아기가 사제의 품에 있었다. 사제는 바구니에 든, 편지를 집어 들었다.
“....이안”
사제의 목소리에 아기가 눈을 떴다. 이내 아기는 웃으며 손을 뻗었고, 사제의 손가락을 잡았다. 해말게 웃는 모습에, 사제는 미소를 지으며 바구니와 아기 모두 챙긴 뒤, 문을 닫았다.
내가 7살, 아니 8살 때 쯤, 그 해 겨울은 유독 추웠다.
“으.. 추워..”
흉작과 함께 시작된 겨울, 사람들은 지갑과 허리의 끈을 조이고 올 겨울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렇기에 어린 나를 포함한 교회의 사람들은 기부로 운영되었던 만큼, 그 겨울이 유독 춥게 느껴졌다.
많은 아이들이 각자의 작은 침대에 누워 추위에 떨고 있었다. 이미 남은 장작을 모두 넣어, 최대한 따뜻하게 하고자 하였으나, 이 혹독한 겨울은 그런 난로정도는 우습게 여길 정도로 방 안의 공기를 차갑게 만들고 있었다. 사제님도 이 한겨울, 어떻게든 장작을 구하기 위해 나간 지금,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너무 추워..’
끔찍할 정도로 추운 겨울, 이대로는 나를 포함한 많은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거나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어떻게든 좋은 수가 없나 생각하던 나는 말했다.
“애들아, 두 명씩.. 이불도 겹쳐서 누워 그럼 조금 더 따뜻할 거야.”
혼자서보다는 함께 자는 것이 나았다. 이불도 두 겹으로 덮고 두 명이 붙어서 잔다면 더 따뜻할 것이다.
내 또래 아이들은 다행히 그 작은 목소리를 금세 알아들을 수 있었고, 덮을 것을 들고 다른 아이에게 향했다. 나도 덮고 있던 것을 가지고 혼자서 있는 이를 찾았다.
“하아... 하아...”
그리고 한 쪽 구석, 미처 다른 아이들이 살피지 못한 아이가 온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어두운 밤이다 보니 자세히 살필 수는 없었지만, 나는 천천히 다가가 이불을 위에 하나 더 쌓고 안으로 들어갔다.
“읏... 하아..”
아이는 어딘가 아픈 것 같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떨고 있었다. 이 추위에 식은땀을 흘린다면, 위험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어떻게든 그의 체온을 올리고자,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 거야.”
안심을 주기 위해서, 계속해서 괜찮다고 말하고 품에 있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문질러주며 말했다. 아이의 몸은 꽤나 차가웠지만, 이내 천천히, 천천히 그 몸이 따뜻하게 덥혀졌다.
“하아.. 하...”
아이의 상태가 좋아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는지 아이는 내 옷깃을 잡으며 내 품에 바싹 붙었다.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더 끌어올리고, 그의 머리까지 꼭 끌어안았다. 작은 체구가 내 품에 폭 하고 들어와 있었다.
그가 새근새근 하고 잠들 때까지, 나는 그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매섭게 겨울바람을 몰며, 추운 겨울을 보냈지만, 그 누구도 죽거나 하지 않았다. 사제님은 다행이라며, 모두를 끌어안고 기뻐하였다.
혹독했던 겨울이 지나고, 나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 까만 아이가 기둥 뒤에 숨어 나를 보고 있었다.
“....저기, 뒤에서 보고 있지 말고.. 이름이 뭐야? 아, 내 이름부터 말해야겠지. 나는 이안이야, 너는?”
“....나브”
내가 끌어안고 있었던 아이, 나브가 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나를 잘 따르는 모양이었다.
“....화났어?”
“화난 거 아니니까 숨어있지만 말고, 나와도 돼.”
그것이 나와 나브의 첫 만남이었다.
추운 겨울,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는 언제나 붙어 있었다. 그러다보니 겨울이 지난 후에도 나브는 나를 따라 다녔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나브는 숨어있다가도 다가와 내 손을 잡고 따라다녔다. 그리고 잘 때가 되면 내 품에 폭 안겨 붙어 있었다.
“불편하지 않아?”
머리끝까지, 이불 속에 들어온 나브에게 그리 물었다. 혹한이 조금씩 풀어져가며, 하나 둘씩 같이 자던 것을 벗어나던 아이들도 있었기 때문에 물었었다.
나브는 고개를 저으며 내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역으로 나에게 불편하냐고 물었었지만, 자는데 불편한 것도 아니었고, 이왕이면 따뜻하게 자는 편이 더 좋았기 때문에 나는 나브를 꼭 끌어안았다.
완전히 겨울이 지나고, 땅이 녹으며 세상에 다시 따뜻한 바람이 찾아왔을 때도 여전히 나브는 나를 따라다녔고, 내 곁에 있었다. 이제는 떨어져 있으면 어쩐지 허전할 정도였다.
“나브, 여기 있지?”
“....어떻게 알았어?”
나무 장작더미, 옆에서 보면 알 수 없게, 위에 공간을 만들어둔 곳에 있던 나브가 나를 보았다. 이상하게도 나브가 어디에 있든, 나는 왠지 모르게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척하면 척이지. 자, 이리 와”
“하지만.. 다른 애들이 날 놀리는 걸”
나브의 눈가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나는 나브에게 양 손을 내밀어 괜찮다고 말했고, 이내 나브는 내 손을 잡고 내려왔다.
몇 번이고 훌쩍이는 나브에게 나는 어떤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자신이 시커먼 고양이기 때문에, 그렇기에 버려진 것이라고 놀린다고 그가 말했고. 나는 펄쩍 뛰며 말했다.
“뭐?! 누가! 누가 그랬어!”
용서할 수 없었다. 이곳 사제님은 언제나 그 누구도 차별하지 말고,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해왔었다. 우리 모두, 길을 잃은 어린양이며 서로가 서로를 품어주어야 한다며, 언제나 강조하였다.
혼을 내주겠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답하지 않았다. 언제나 나브를 몇몇 아이들이 나 몰래, 놀림 당한다는 모양이었는데, 그 누구도 주모자가 누군지 알리지 않았다. 나브 또한 답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었다.
나브는 너무, 순했다. 자신을 괴롭힌 애들에겐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나브는 고개만 저을 뿐 저항하지 않았다.
“언제든 그런 녀석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아주 혼내줄 테니까”
팔을 걷으며 내가 말하자 그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한들 그는 또 누가 그랬는지 말하지 않을 터였다. 내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도 이안이랑 같았으면 좋겠어. 털색도 금발이라 예쁘고, 키도 크고.. 이런 시커먼 고양이보단 금발의 강아지가 더 좋아.”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며, 자신의 꼬리를 쥔 나브를 끌어안아주며 말했다.
“또 그런다. 나브, 누가 뭐래도 우리는 형제야. 알았지? 형제”
“나이도 같은데?”
“그런 거라는 상관없어. 넌 내 동생이야. 그러니까 알았지? 뭔가 고민이 있으면 꼭 나에게 말해줘 나도, 네가 말해주기를 항상 기다릴게.”
고아들끼리는 가족이 없다. 그렇기 때문인지 친한 이들끼리 형제가 되었다. 그렇기에 나도 나브와 형제라고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렇게 한다면 다른 아이들도 함부로 괴롭히지 않을 것이었다.
“나브, 사제님이 맛있는 스프를 만들었데, 알지? 우리 사제님 요리 엄청 잘 하시잖아. 이번에 기부가 들어와서 배불리 먹을 수도 있다고 그랬어. 빨리 가자, 그러다 다 동나겠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천천히 가”
“빨리 와 나브!”
나브의 손을 잡고 나는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당황하던 나브는 이내 나와 속도를 맞춰 걷기 시작했다. 힐끗 뒤를 돌아보았을 때, 울던 모습대신 웃는 모습이 있었다.
나와 나브는 언제나 꼭 붙어 있었다. 간혹 나브 혼자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지만, 나는 금방 나브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브는 어떻게 자신을 찾았냐고 신기한 듯 말했다.
나 조차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맛있는 점심을 마치고, 낮잠을 잘 때 나브가 머뭇거리며 찾아왔다. 담요를 한 손에 쥐고, 바라보자, 내가 웃으며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또, 악몽을 꾼 거야?”
“응..”
“이리와, 같이 자자”
나브는 언제나 악몽을 꾸는지, 자는 것을 힘들어했다. 버려진 기억이 있거나, 트라우마가 된 아이들이 종종 그래왔다. 그날, 몹시 추운 날도 악몽을 꾼 모양이었다.
다행히 내 품에서 자면, 나브는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때도, 나브는 내 품에서 잠을 잤다.
“이안”
“응?”
“고마워.”
“뭘, 그 정도 가지고”
내가 웃으며 그의 머리를 토닥이고, 사제님이 해주시던 것처럼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완전히 날이 풀리고, 따뜻함과 함께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자라나고 조금의 더움이 시작 되었을 때, 나와 나브는, 교회 근처의 작은 숲을 돌아다녔다. 햇살이 나뭇잎에 비춰져 녹 빛으로 숲 안을 밝히고 있었다.
“에잇!”
두꺼운 나뭇가지를 휘두르자, 슬라임이 찰팍!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어린아이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숲의 청소부를 잡으며 우리는 마치 모험을 하듯, 숲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길을 잃거나, 실수로 슬라임을 밟고 미끄러지고, 다치는 일도 있었으며, 늦게 돌아가게 되어 사제님께 꾸지람을 듣기도 하였다.
“우리 이대로 모험가도 할까?”
“모험가?”
나브가 멀뚱멀뚱 바라보자 내가 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동화나 사제님, 그리고 모험가가 되었던, 이 교회에서 자랐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나브는 내 그림을 빤히 바라보았다.
“입양되지 않고, 이대로 우리 나이를 먹으면, 나가서 모험가를 하는 거야.”
끝을 알 수 없는 푸른색의 가라앉는 바다, 그 위로 쏟아질 듯 수놓아진 별, 교회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자고 말한 것이었다.
“선배들도 있으니까, 물어보면 될 거야.”
간혹 찾아와 기부하는 모험가들이 있었다. 그들은 입양되지 않고 다 큰 아이들이 생기면, 데리고 가, 직업을 찾거나, 모험가가 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리 둘이라면 할 수 있어. 그렇지?”
“나도?”
“응, 나브, 우린 형제잖아.”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나브도 기쁜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해말게 웃는 나브를 보며, 나도 똑같이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른 아이들이 나브를 괴롭히면, 나는 달려가 대신 덤벼들었다. 사제님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괴롭히지도, 싸우지 말라며 혼냈지만, 뒤에서는 형제를 위해 한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나를 칭찬하였다.
“이안, 괜찮아? 나 때문에...”
“괜찮아. 나는 이런 걸로 끄떡도 하지 않아.”
나를 걱정해주는 나브에게 나는 그의 이마와 눈가를 핥아, 울먹이며 흘린 눈물을 닦아주고는 등을 문질러줬다. 그가 눈을 감은 채 내 품에 꼭 붙어있었다. 그의 꼬리가 내 손목을 감으며, 간지럽혔다.
나브와 꼭 붙어살며,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10살이 되었을 때, 사제님은 말했다.
“여러분, 이제 슬슬 기술제의 시간이 찾아오고 있어요. 다들 열심히 해보도록 해요.”
아직 어린 우리가 독립하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사제님은 말했다. 이미 이 교회를 떠났던 이들 중, 농사나 재단, 모험가나 검사 등, 여러 직업을 가진 이들이 찾아와 그들의 적성을 찾는 그런 행사였다. 우리들의 미래까지 걱정하는, 정말 좋은 분이시다.
“나브~ 나브~? 어디 갔지?”
“이안, 혹시 바쁘니? 괜찮다면 이것 좀 도와주겠니?”
“어.. 사제님, 나브가 어디를 갔나 봐요.”
사제님은 또? 라는 생각이 얼굴에 보이는 표정을 짓고는 하는 수 없다며 나를 보냈다.
“나브~ 어디 있어? 나브~ 아, 찾았다. 나브!”
나는 나무의 위에 올라탄 나브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나브를 따라 나무 위로 올라, 그의 옆에 앉았다.
“나브, 뭐하고 있어? 오늘 다 같이 준비하고 있어.”
“이안... 나는 걱정 돼”
“기술제가 말이야?”
나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둘 다 나쁘다면 모르겠으나, 한 쪽, 혹은 둘 다 재능이 있다면, 그것도 서로의 재능이 다르다면, 그런 재능을 원하는 누군가에 의해 우리는 떨어져 지낼 수도 있었다. 나브는 그럴 바엔 참가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었다.
나브는 귀까지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가 웃으며 생각을 환기시키기 위해 나브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게 걱정이야? 나브, 걱정하지 마. 재능이 다르더라도 우린 영원히 형제라고”
“...정말?”
“물론이지! 나브, 다른 선배들이 형제 연을 끊었다고 한 적 있어? 내가 언제 너가 형제가 아니라고 한 적 있어?”
나브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쌀쌀해진 손이, 내 손에 의해 따뜻해진다.
“그렇지? 그러니까 괜찮아. 그리고 재능이 아니면 어때? 그렇다고 한들 모험가는 할 수 있는 걸? 날 봐봐. 이런 내가 혹시 모르지, 요리는 몰라도 케이크를 만드는 재능이 있을지!”
근육은 없지만, 팔을 굽히며 힘센 자세를 취했다. 내 반응에 나브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안, 그러네. 괜찮을 것 같아.”
그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았고 기운을 차린 이안을 본 나는 나무 밑으로 내려가 손을 뻗었다.
“자 내려가자.”
“응”
그가 내 위로 폴짝 하고 뛰어 내렸다. 내가 그런 그를 안아주듯 받아주고, 나브의 손을 잡고 교회로 돌아갔다. 도중 그가 짧게 속삭였다.
“고마워”
그 말에 나는 미소로 답했다.
“이안, 요리는.. 재능은 없는 것 같네요.”
“윽...”
내가 만든 딱딱한 돌덩이 빵에 사제님과 나브는 쓴웃음을 지었다. 차마 맛있다고 할 수준이 아니었다.
“나브, 뭘 읽고 있어?”
“사제님이 주셨어. 동화책 인가봐.”
나브는 내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보자 나브가 동화책을 보여주었다.
어린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이 그려진 그 책은 이 세상의 탄생과 신에 대한 그런 이야기였다.
아주 먼 옛날, 두 신이 세상을 만들어냈다. 신은 빛을, 다른 신은 어둠을 일으켜 세상을 빚어내었으며, 그 세상에 많은 생명체를 만들어내었다.
그 두 신을 우리는 빛의 신과 어둠의 신이라 부르게 되었고, 숭배하게 되었다. 하지만 빛의 신과 달리 어둠의 신은 불만이 많았다. 수인들이 빛의 신만을 칭송한 것이었다. 그들이 쉴 수 있는 편안한 밤과, 빛의 뜨거운 열기를 피할 그늘을 만들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칭송하지도 고마워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결국 어둠의 신은 자신도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일인데, 어째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이내 세상 사람들이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과 질투가 싹트기 시작했고, 그것은 광증의 현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둠의 신은 타락하고 이내 마신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마왕이 나타났다. 마신의 이름으로 탄생한 마왕은 마족들을 지휘하여 수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싸움 속 수인들은 빛의 신에게 간청했고, 이내 빛의 신은 자신의 대리인 용사를 세상에 내려 보냈다.
지독하고 긴 싸움이 끝나고, 끝내 마왕을 쓰러트린 용사는 황폐해진 세상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왔다. 그러고부터 길고 긴 시간이 지나고, 이내 지금의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마신은 이 세상을, 지독한 광증에 시달리며 지켜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게 끝이야?”
“응, 그래서 감사하고, 또.. 신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라는 그런 책이야.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었대.”
나는 맥이 빠진 듯, 바라보았다. 결국 질투에 눈이 먼 신 탓에 세상에 대 혼란이 찾아왔다는데, 애꿎은 사람들만 고생했다는 것 같았다. 생각한 대로 말하자 나브도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다고 답했다.
금방 흥미를 잃은 나와 달리, 나브는 그 책을 열심히 읽었다. 그 후의 일어난 일 모두, 읽어두고 있는 것이었다.
나브는 눈을 가늘게 뜨고, 책을 읽고 있었다. 집중할 때 나오는 모습이었다. 검은 털색 속, 가늘게 보이는 노란 눈은 어쩐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브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구나, 하고 나브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조용하고 따뜻한 햇살에 그만 졸고 말았다.
“.....”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다보니, 금세 잠이 들었고, 끔뻑이며 깨어났을 때는 나에게 기댄 채로, 책을 엎어두고 자고 있는 나브가 보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댄 채로 잠든 모양이었다.
새근새근하고 편하게 자고 있는 나브의 꼬리는 내 팔을 감고 있었다. 어디 갈 까봐 걱정한 것일까, 곤히 자는 모습에 나는 조금 더 편안 자세로 바꿔준 뒤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제님이 보신 모양인지 깨어났을 때는 서로 끌어안은 채로 침대에 있었다.
그리고 꽤나 귀여운 모습이었다며,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사제님이 말씀하셨다.
그건 살짝 부끄럽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나브는 점점 미소가 많아졌으며, 악몽을 덜 꾸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나를 쫒아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나도 그런 나브가 싫지 않았으며, 언제나 나브와 함께했다.
앞으로도 함께 할 것 같았던 우리에게 갑작스런 이별이 찾아오게 되었다.
내가 11살이 되었을 때, 꽤나 깔끔하고 반듯한 마차가 기사들과 함께 이 교회에 찾아왔다.
“아이를...”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젊으면서도, 나이가 많아 보이신 할아버지셨다. 그는 사제님과 이야기를 나눴고, 사제님은 그들을 참회실로 안내했다. 나를 포함한 아이들은 각자 멀리 떨어진 채,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밀지 마”
“무슨 이야기 중일까? 기부?”
“입양이 아닐까? 우리 중에서 누구를 데려가나 봐”
이 변두리까지, 찾아오는 이는 잘 없었다. 있다 한들, 근처 마을에서, 아이를 낳지 못해 괴로워하여 데려가는 경우가 있었을 뿐이었다.
사제님은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이 오는 경우, 꼼꼼하게 확인하고 아이를 보냈기 때문에 우리는 호기심을 가진 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참회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은, 혼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제님이 밖으로 나오고, 우리들은 아무 일도 아닌 척 숨었지만, 사제님은 나를 불렀다.
“이안, 네 손님들이란다.”
나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사제님을 보았다. 사제님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브는 걱정하는 눈으로 내 옷깃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내가 다녀오겠다고 말하자, 옷깃을 놓아주었다.
주뼛거리며, 사제님에게 다가갔다. 사제님의 옆에 계신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무릎까지 꿇어 눈높이를 맞추며 바라보았다. 복장과 마차, 기사들까지 어디로 보나 높은 사람인데 무릎이 더러워지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분이셨다. 그리고는 품에서 목걸이를 하나 꺼내며 물었다.
“괜찮다면, 한 번 목걸이를 쥐어보겠니?”
그 말에 색유리 같은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보았다. 그냥 만지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사제님을 한번, 할아버지를 한번, 바라보고 목걸이를 보며 손을 뻗었고,
“엇.”
목걸이는 옅게 노란 빛을 내었다. 내가 당황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 아이가 맞소.”
사제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목걸이인지 알 수 없으나, 목걸이가 빛났기 때문이라며 자세한 것은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것 같았다.
“이안, 이분이, 너를 데려가실 분이란다.”
사제님의 말에,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사제님도 안쓰러운 눈으로 뒤를 보았다.
언제부터인지, 나브는 이 건물 안에 있지 않았다.
“아이는, 언제 데려갈 수 있겠소?”
“조금.. 시간을 주시겠어요?”
그들은 금방이라도 갈 것처럼 굴었다. 분주히 움직이며 사제님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릴 수 없었다.
나브는 이미 저 멀리, 어디론가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사제님은 나브를 만나고 오라고 말했고, 나는 교회의 옆, 숲으로 향했다.
“나브”
숲에서 조금 걷자, 나무 아래 숨어있던 나브를 찾을 수 있었다. 나브는 훌쩍이고 있었다.
“....나브”
“.....축하해 이안! 보니까.. 엄청 좋은 가문 같았어.”
나브는 눈물을 황급히 닦고는 나에게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나브의 옆에 내가 앉았다.
“나브.. 애써 축하해줄 필요 없어.”
“아냐.. 기쁜 일인데.. 그런, 그런 게 아니야.. 흐으.. 이건, 기뻐서.. 기뻐서 우는 거야...”
나는 나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옆에 앉았다. 분위기를 보아, 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훌쩍이는 나브의 옆에서 말없이 있어주었다. 어떻게 위로의 말을 전해야할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든 해야 할 말을 고르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제나 함께라고 말해온 내가, 가장 먼저 나브를 두고 떠나게 된 것이었다. 이대로, 그 할아버지께, 나브도 데려갈 수 없냐고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꽤나 무례한 일일 수도 있었고, 나브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는, 좋지 않은 표현일 것을, 나는 알았다.
“괜찮아 이안”
“응?”
고민하던 나에게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떨어져있어도.. 형제라고, 이안이 그랬으니까.”
나브는 자신은 괜찮다고 애써 웃어보였다. 나는 속으로 울고 있는 그를 끌어안고 토닥여주었다.
“꼭, 편지.. 해야 해”
“응, 답장 보내줘.”
긴 시간, 언제나 함께 보낸 덕에 우리는 그렇게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브는 나를 웃으며 배웅해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걱정 말라고! 금방 적응하고, 놀러올 테니까! 과자도 잔뜩! 챙겨올게! 네가 좋아하는 책도! 교회에 가득 채울 수 있게 해줄게!”
“응... 고마워 기다릴게.”
나브의 눈가를 닦아주고, 나브의 손을 잡았다. 이 이별이, 마지막 이별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며 나는 나브를 이끌고 교회로 돌아왔다.
“후원금은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너무 많이는 필요 없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어찌 이 은혜를..”
“해야 할 일을 했던 겁니다. 언제나 그렇듯, 신의 은총이지요.”
“...신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제님은 나를 보았다. 내가 가진 얼마 안 되는 짐을 챙긴 뒤였다. 나는 사제님에게 인사를 하였다.
“이안, 너는 훌륭히 자라왔단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마. 아프지 말고, 몸 조심 하렴.”
“사제님..”
“너에게 신의 은총이 함께하길.”
사제님은 직접 만든, 목걸이와 도착하고 나서, 읽어보라고 편지를 쥐어주며 날 안아주셨다. 어쩐지, 눈물이 쏟아져 나왔고, 그런 사제님을 꼭 끌어안았다.
나는 작은 짐을 들고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에는 아까 목걸이를 보여주었던 할아버지가 계셨다. 나는 마차의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뒤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나브가 나를 보고 있었고, 나와 나브는 서로 손을 흔들며, 서로를 배웅했다.
눈물이 앞을 가려, 흐려지는 와중에도 나브와 교회가, 선명하게 보였다.
8천자 였던 소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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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쓰는 장편 이야기입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고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아 올렸다가
언제나 쓰던 저만의 스타일이 떨어지고 마치 이야기의 연도별로 쓴 느낌이 들어
깨달음을 얻고 과감하게 날려버렸었습니다
해당 이야기는 중간부라고 올렸던 간단한 한입거리의 19금의 이야기입니다
쭉 이어지다보면 그 중간부와 만나겠죠. 그때는 또 이야기가 살짝 바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제목은 두 주인공의 이미지가 노란리트리버와 검은고양이 였기 때문에 태양과 달의 이야기로 지었스빈다
뭐.. 제목이 맘에 안들면.. 바꿀 수도 있고, 또 누군가가 멋지게 작명을 해줄지도 모르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좋은 예감이 붑니다
새로운 이야기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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