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속에서 후발 주자의 위치만을 고수하는 게임은 망하고 만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다른 상품군들과 마찬가지로 게임도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듯한 모습만을 보여준다면 결국 게이머들에게 아류작 취급이나 받으며 잊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한때 에너자이저가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배터리를 장착한 "에너자이저 스마트폰"을 출시함으로써 삼성/애플의 독점을 피해 틈새 스마트폰 시장을 찔러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 개발자 또한 EA나 유비소프트같이 이미 대중적인 게임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 아닌 이상 "틈새 게임시장"을 노리는 수 밖에는 없다.


틈새 게임시장을 선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몇몇 비주류 게임 매니아들을 팬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의 사람들만을 뜨겁게 열광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게임이 보여주어야 한다.




예컨대 초자연적 현상(UFO, 외계인, 심령, 다차원세계, 평행세계 등..), 음모론(비밀결사, 범국가적인 그림자정부, 이익을 위한 차세대 기술의 은폐 등..), 평소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어둠 속의 우상을 향한 동정 및 숭배,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반문화적 예술감각 등을 다루는 게임은 비록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몇몇 독특한 취향을 가진 그룹에게는 환영받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런 그룹은 본인들이 소수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이 남들보다 끈끈한 유대관계를 쉽게 형성하곤 한다.


이는 게임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사인이다. 왜냐하면 강한 결속력을 가진 그룹이야말로 게임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할 준비가 된 극성 팬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수의 매니아들에게 사랑받는 게임은 그들로 하여금 "나는 이런 숨겨진 명작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몇 안 되는 엘리트들 중 한 명이다" 라는 식의 자부심을 가지도록 하며, 이러한 분위기는 그들로 하여금 비주류 게임을 마치 자신들의 소유물인 것처럼 여기게 함으로써 아낌없이 이곳에 본인들의 인생을 쏟도록 유도한다.





소수정예 마케팅은 틈새 게임시장의 힘이다. 이 속에서 자라난 팬덤(fandom)은 다른 그 어느 메인스트림 게임 커뮤니티보다도 굳건하며, 이는 대부분의 AAA 게임이 가지지 못한 비주류 게임만의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원문 출처: "게임분석학개론" - https://cafe.naver.com/playolog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