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3편 - 입대전 편)

 

필자는 2014.01.21부터 2015.10.20까지 군생활을 했다.

 

하지만 군생활을 잘 못 했다고 확신한다. 생활관의 절반을 차지했던 상근들이 부러워서였던 것도 있고, 군생활에 자신이 없었던 탓에 훈련병 때부터 관심병사로 찍혀서 소대장, 중대장이랑 면담도 여러 번 하고 훈련 중에 국군병원도 두 차례 갔다왔다. 정신과로. 근데 귀가조치는 안 해주더라. 어차피 귀가조치되어도 다시 입대를 해야 하니 그때 조치를 해준 군의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다. 그걸 자대배치 받고 나서 깨달았다.

 

육군 50사단은 논산에 비하면 꿀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실제로도 그렇다. 막사와 교장 간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 사격장이 좀 멀리 떨어져 있긴 한데 그래봤자 15~20분 거리였던 것 같다. 그 거리를 완전군장으로 갔는데 오르막길이 많아서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래서 그 코스가 있는 20km(맞나...?) 주간행군 때 중간에 군장을 내렸다. 그래서 30km 야간행군 때는 단독군장으로 갔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어깨 아프다며 단독군장으로 빠지는 훈련병들이 많았다. 그리고 간부들도 바로 "단독군장 해."라고 허락을 쉽게 해 주었다. 물론 완전군장 하고 간 사람들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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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대 생활은 경북 청도에서 했다. 주둔지 규모가 작았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2014년에 윤상병(추서계급)이랑 임병장 사건 터진 후 선진병영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때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래도 병사들이랑 간부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중~소위급 장교들이 병사들이랑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많이 안 나다 보니 형동생처럼 지내더라. 그리고 부대 규모가 작은 것도 한몫 했다. 보통 완편부대는 다른 중대원들끼리는 아저씨 취급한다고 하는데, 필자가 있던 곳은 같은 전투중대랑 본부중대가 같은 막사를 써서 다른 중대라도 선후임 관계를 유지했다. 그래도 같은 중대끼리 뭉치는 경향이 강하더라. 전투중대는 전투중대끼리, 본부의 경우 행정병들로 이루어져서 그 처부 사람들끼리 위주로 친하게 지내더라.

 

필자는 윗사람들이랑 친해지기 어려운 스타일이라서 많이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원래 동원병으로 배정받았는데 일처리 못할 것 같아서 편제에 없는 행정병 보직을 따로 만들었다. 게다가 일처리까지 더럽게 못해서 후임들과도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물론 일부 후임들은 나를 믿어주고 때로는 의지해 줬다. 같은 처부 사람들이랑 안 친해서 그렇지. 근데 그것도 내가 자초한 일이니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군대얘기 할 때는 걍 경계병으로 근무했다고 뻥이나 치려고 한다. 근데 100% 뻥은 아닌 게, 경계근무 많이 들어갔다.

 

그래도 그린캠프 안 간게 어디야. 선임 중에 그린캠프 여러 번 갔다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아서 간부 병사 할 것 없이 전부 그를 욕하고 다녔다. 한 예로 그 사람이 부대 행사 도중에 대대장으로부터 포상휴가를 받고 바로 휴가출발했는데, 다들 그 사람을 욕했다. (근데 정확한 건 기억이 안 난다.) 후임들 중에도 그린캠프를 다녀온 사람이 몇 명 있는데, 그들이 A급 병사였던 적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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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있던 부대는 특이한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기도 하다. 군대가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 맞나 보다. 상술한 그린캠프 건도 그렇고, 별의 별 이유로 군병원에 장기간 입실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또한 후임들 중에 가수와 배우지망생이 있었다. 전자는 필자와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고, 1992년생으로 나보다 두 살 많은 형이며, 네이버 뮤직에 프로필 정보가 있다. 후자는 같은 처부에 있으면서 얼굴을 가까이서 본 사람이고, 2017년 3월에 데뷔한다고 하는데, 지금쯤 데뷔했을 듯하다. 걔는 나랑 동갑.

 

그리고 작전병 하던 후임 한 명이랑 친했는데, 그 사람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 입대했다. 사회복지 쪽이었던가? 전공은 기억이 안 난다. 그 사람은 1991년생, 나보다 3살 많은 형이었는데, 험한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근데 다른 부대원들로부터는 안 좋은 시선을 받았다. 그 후 군병원에 장기간 입실한 이후에는 전역할 때까지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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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PX는 구멍가게 수준으로 규모가 작았지만, 군생활의 낙 중 하나가 PX인 만큼, 많은 부대원들이 PX를 자주 찾았다. 필자가 가장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그 때 해태 샤오롱 만두가 780원이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가격이 올랐다고 하는데, 여전히 바깥보다는 싸다 카더라. 그 외에도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을 즐겨먹었다.

 

부대개방행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2014년 9월 말에 첫 행사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조촐하게 진행했고, 대대장이 부모님 데려온 병사들에게 2박 3일 외박을 뿌려줘서 잔류인원들이 근무로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 해 12월 말에도 행사를 했는데, 전보다 프로그램 구성이 잘 짜여졌다.

 

2015년에는 10월에 부대개방행사를 진행했는데, 마침 같은 시기에 열린 지역축제인 청도반시축제와 연계해서 진행했다. 2014년에 비해 프로그램 구성이 휠씬 풍성해졌고, 이에 따라 잔류병사들은 엄청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행사를 저녁까지 진행한 점도 2014년과 달랐다. 필자는 말년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던 시점이라서 행사 끝부분만 지켜보았다. 이에 대한 일화가 있는데, 이미 적어놓은 걸 또 적기는 귀찮으니 나무위키 링크로 대체한다. Ctrl+F 누른 후 "부대개방"만 입력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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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민지원은 여름에 양파 작업하러, 가을에 감 따러 간다. 청도반시 맞다. 거기서 일하는 분 말에 따르면, 상주곶감에 쓰는 감은 청도에서 가져온다고 한다. 그 외에도 감 따기 전에 대추를 따기도 한다.

 

또한 매년 4월에는 "유등제" 행사 준비에 병사들을 투입한다. 2014년 유등제는 현역을 썼으나, 2015년은 상근을 썼다.

 

기회가 된다면 혼자서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데, 그놈의 귀차니즘이 모든 걸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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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2016년 첫 예비군훈련 편이다.

 

 

(똥 같은 필력으로 싸지른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