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이 떨어지는 점 양해 바랍니다)

 

 

필자는 2015.10.20에 전역신고를 했다. 그리고 한동안 잉여생활을 하고 편돌이 야간 뛰다가 복학을 했다.

 

다시 학교에 갈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비군이 된 기분은 어떨까?"

 

그리고 대학 공지에 예비군훈련 참가자 명단이 게시되었고, 거기에 나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소는 경북 청도군 예비군훈련장. (자세한 주소는 코렁탕 먹기 싫으니까 생략)

 

... 그렇다. 내가 복무했던 부대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된 것이다.

 

사실, 복무 당시인 2014년과 2015년에는 대구가톨릭대학교와 대구한의대학교를 받았었는데, 2016년에는 대구대가 청도에 배정된 것이다. 고로 머구머 인증

 

참고로 후방 향토사단의 예하대대는 예비군 훈련을 담당한다. 그래서 예비군들을 관리하는 동원과라는 부서가 존재한다. 지역 예비군을 관리하고, 평소에는 완편부대가 아닌 감편부대 형식으로 운영되고, 전시에 예비군들을 불러들여서 완편부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대대의 규모는 1개 중대와 맞먹을 정도로 작은 편이다. 각 부대는 1년에 한 번씩 편제된 예비군들을 부대에 불러들여 2박 3일간 군사교육을 받는데, 그게 동원훈련이다. 그 외에도 동원 지정되지 않은, 즉 동원훈련 대상이 아닌 예비군들을 불러들여 출퇴근 형식으로 교육을 시키는 동미참훈련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필자가 동원과 출신이 아니라서 잘 모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

 

부대마다 다르겠지만 필자가 있던 부대는 소대장이 없었다. 물론 전시상황이 되면 완편부대를 형성하면서 편제에 적힌 예비역 간부가 소대장을 맡는다.

 

그 외에도 인근 대학교의 예비군 교육도 담당한다. 동원훈련이나 동미참이 며칠동안 하는 거라면, 대학교 예비군훈련(일명 대학직장)은 하루짜리다. 교관은 각 읍/면/동대장(예비군 지휘관)이 맡고, 전투중대 소속 병사들은 조교 임무를 수행한다. 다른 부대는 상근도 조교임무를 한다고 하는데, 필자가 있던 곳에서는 상근들은 늘 하던 근무와 작업을 했던 것 같다. 당시에 상근들과 많이 안 친해서 정확한 건 잘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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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쩄든 2016년 4월 28일, 중간고사가 끝난 시점에 예비군훈련을 갔다. 전투복은 복무 당시 그대로라서 훈련 며칠 전에 예비군 마크(일명 개구리 마크)를 달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동대구역에 가서 표를 사고 기차를 기다렸다.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예비군을 받는구나" 와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침을 안 먹었던 탓에 아침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역 내의 우동집에 가서 우동 한 그릇을 먹었다.

 

원래 일찍 도착하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다. 그래도 위병소를 폐쇄하는 9시 정각까지 30분 정도 남은 상태에서 도착했다. 그리고 전역 이후 6개월만에 복무했던 부대 위병소에 발을 디뎠다.

 

위병소를 지나는 순간, 위병소 사수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사수는 "어?!" 라는 반응을 보였고, 사수는 옛 선임이었던 사람이 예비군을 받으러 부대에 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옆에 있던 부사수도 나를 반겨주었다. 병력 부족으로 동기들끼리 위병소 근무를 서고 있었다. 보통 바쁜 게 아니었나 보다. 위병조장 역시 나를 알아보았고, 우리는 서로 어떻게 지냈냐는 등의 얘기를 나누었다.

 

몇 분 간 얘기를 한 후, 나는 명단을 확인하기 위해 연병장에 갔다. 그 날은 비가 조금씩 왔었기 때문에, 연병장 모래는 물을 머금고 있었다. 다른 상/병장급 병사들도 나를 알아보았고, 그들은 내가 온 것을 반가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중대장도 나를 알아보고는 오랜만이라며 반겼다.(직속상관이었던 본부중대장은 안 보였던 것 같다. 작성일 기준으로 1년이 다 되어 가니 기억이 잘 안 난다.) 6개월 사이에 간부들은 많이 안 바뀌었다. 대대장도 그대로였고, 일부 예비군 지휘관들도 계속 그 자리에서 교관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푸근한 인상의 동원관도 그대로였고, 그분에게는 내가 먼저 인사를 드렸다. 원래 먼저 가서 인사를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예의상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분도 반가워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반가워하는 걸로 보아, 내가 군생활을 아주 헛되이 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게다가 내가 생활을 하던 곳이라서 그런지 나를 처음 보는 일~이병 조교에게도 쉽게 말을 걸 수 있었다. "몇월 군번이예요?" 정도의 질문 위주로 말을 걸었긴 하지만.

 

비가 막 그치던 날이라서, 그날은 각개전투 등 교육의 상당수를 영상 시청으로 대체했다. 주둔지에서 교장으로 올라갈 때에는 예비군들이 늘 가던 길이 아닌, 경계근무자들이 쓰는 순찰로를 이용했다. 그래도 사격은 정상적으로 했고, 아침에 나와 얘기를 나누었던 후임이 와서 부사수 역할을 해 주었다. 사격은 정말 대충 한 것 같은데, "K2만 쓰다가 M16을 써서 그런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옆에 있는 예비군은 만발을 맞추었기 때문에 그저 핑계에 불과하지만,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그냥 내려왔다. 내려오는 김에 4편에서 잠깐 언급한 배우지망생 후임과 눈이 마주쳤는데, 시간상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확실한 건, 나를 알아봤다는 것이다.

 

점심은 도시락이었는데, 맛은 괜찮았다. 특히 배고플 때 먹은 거라서 맛있게 느껴졌다. 밥을 먹다가 친하게 지내던 후임이 나를 보고는 달려와서 반갑다고 인사를 했다. 4편에서 잠깐 언급했던 그 가수다. 우리는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했다. 덕분에 오후에 영상을 시청할 때 오줌이 너무 마려워서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가는 사이에 대대장과 마주쳤다. 이때 말고 다른 시간대에 마주쳤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 오후는 영상시청으로 때웠고, 그 날 예비군훈련은 마무리되었다. 나에게는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편 나를 잘 챙겨주었던 옛 선임도 예비군을 받으러 부대에 왔고, 그 형은 나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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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예비군 썰은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그 날 예비군이 끝난 이후에 기차를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을 여기에 올린다. 시간이 허락해 주었다면 더 많은 것을 찍을 수 있었다는 게 아쉽다.

 

 

청도역 앞 도로

 

 

반대쪽에서 찍은 사진. 마침 청도버스 소속 그린시티가 지나가길래 한 장 찍었다.

청도는 철도역 버스터미널이 있다. 터미널은 역 근처에 있다.

 

아래 사진들은 모두 역 안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지금은 완전히 퇴역한 새마을호 PP동차. 정태 보존 중이고, 객차도 1량 붙어 있다.

 

 

이때 하늘에는 구름이 많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휴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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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뒷북탐방기 군대썰 편은 마무리되었다.

 

2017년 예비군은 2015년 이전처럼 다시 영천에서 한다고 하는데, 아마 대구대의 인원수가 많아서 소화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일정은 아직 안 나왔다.

->2017.04.11 일정 나왔다. 2016년처럼 청도에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