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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geo/117061?p=1 (센다이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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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transportation/117151?p=1 (교통사고 난 썰)

 

 

사고가 일어난 다음 날, 나는 평정심을 다시 되찾고, 여행을 재개함.

 

 

11시 쯤 되서 배가 고파 센다이역 동쪽 출구 BiVi 쪽에 있는 소바 전문점 후쿠하라에 들어가서 

카케소바랑 카라아게동 세트를 먹고, BiVi 안에 있는 코히칸에서 블렌드 커피를 주문함.

그리고 핸드폰을 꺼냄.




 

어제 약속을 잘못잡아서 오늘 만나기로 한 요시키군;;



 

결국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사고 때문에 안절부절하다가 해결되서 만나기로 함. 
어제부터 쭉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 기대를 뒤집을 순 없었음.

 

그리고 나는 어제 렌트카로 사고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반대편에 있는 닛산 렌트카에서 또 차를 빌림! 

(참고로 빌린 차량은 닛산 마치. 컴팩트하게 나가기로 함.)

하여간 존나 빌빌 거리면서 목적지인 니지노오카로 향했는데, 거긴 다니는 학교고 얘가 사는 집은 시치가하마라는 곳으로 반대방향이더라. 

현도 35호선을 타고 쭉 직진 때리니까 시치가하마의 주택지에 진입해 요시키 군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도착하니까 벌써 나와있더라. 

너무 반가워서 끌어안고 집에 들어감.





요시키 군은 그룹라인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이인데, 내가 거의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남자애임.

(나한텐 남성 일본인 친구가 없음. 있긴 해도 예전에 일 때문에 신세졌던 분이거나. 연상 아저씨들..)

요시키 군은 턱도 갸름하고, 눈매도 짙고. 키도 작아서 중성적인 느낌인 남자아이로.

 

 

...이렇게 여장이 잘 어울리기도...한다.

 

하여간 남자애들 중엔 드물게도 한국을 엄청 좋아하는데

남자 아이돌 그룹을 좋아해서 한류 계열 복장이나, 악세서리를 즐겨 입는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같은 학년 여자애들한테 인기폭발인 미남인듯 해서 프로필 사진이 맨날 여자애들이랑 같이 찍은 스티커 사진 뿐임. 

그야말로 나랑은 사는 세계가 다른 전형적인 미남 리얼충 OTL... 

하지만 나 같은 엠창인생 부류한테도 형이라고 불러주는 소중한 존재임.

 

하여간 이야기 하던 도중에, 내가 "요시키는 도대체 여자친구가 몇 명이야 ㅋㅋ 부러우니까 형 한테 나눠줘라." 라고 했는데

"응? 나 여자친구 없는데?" 이러더라. 알고보니까 죄다 친구라 카더라.

그래서 내가 "그럼 여자친구 없어? 왜 안 사귀어?"라고 물었더니 

 

"나, 여자애한테 흥미없거든"

"나, 여자애한테 흥미없거든"

"나, 여자애한테 흥미없거든"

"나, 여자애한테 흥미없거든"

"나, 여자애한테 흥미없거든"

"だって俺、別に女に興味ないもん"

 

 

흠...뭐.

 

어쨌거나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놀다가 일단 나가기로 함.

내가 여벌 옷을 딱 한 벌 밖에 안가지고 와서 나토리시의 모리세키노시타에 있는 이온 몰로 옷사러 나감.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일본 지방거주민은 딱히 놀러 갈 곳이 없을 땐 이온에서 노는 것 같다.




 

가는 도중에 한 방 찍고.

(여담이지만 이쪽 방면은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가 밀려와서 초토화된 구역이라 아직도 복구공사가 진행중인 곳이 보였음.)

 

 

 

도착해서 옷 고름. 

사실 내 옷 고르러 온건데 요시키군도 옷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것저것 골라서 내가 몇 벌 사줌.

여직원이 요시키군 보고 "이홍기 닮았어요!"이러면서 졸라 좋아함ㅋㅋ 

(참고로 요시키군은 가게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나본지 여직원한테 "알바자리 있어요?"라고 물어봤는데, 최근에 진짜 여기서 알바 시작했다고 함.) 

그렇게 같이 쇼핑몰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여자애들마다 죄다 이쪽을 흘깃 쳐다보더라.

딱히 날 쳐다보는 것도 아니지만 괜히 멋적이게 되더라ㅋㅋ

 

 

 

그렇게 다이하쿠 구 나카타에 있는 노래방에 옴. 

요시키군은 한류 아이돌 팬 답게 한국노래만 부르고 나는 일본노래만 부름. 

그렇게 한창 노래부르다가 좀 쉬는 동안, 갑자기 요시키군 얼굴이 점점 내 쪽으로 가까이 오더라...

난 처음에 장난인 줄 알았는데 요시키군은 진심인 듯 했음;

그래서 망설이다가 키스하는 대신에 안아줌. 

사실 여기까지 왔을 땐 얘가 날 이런 의미로 좋아하는 줄은 몰랐음. 

 

약간 딥다크한 분위기가 지나가고, 요시키군의 친구가 알바하고 있는 라멘집에서 라멘 먹은 다음에 집으로 돌아옴. 

차를 주차해놓고 잠시 이야기를 나눔.

 

요시키군: 나는 형이 좋은 것 같아.

: 어...왜? ㅋㅋ;;

요시키군: 뭔가 옆에 있으면 즐겁고 안심되거든...어른이고.

: 그렇게 말해주니까 기쁘네. 나도 너랑 있음 즐거워 ㅋㅋ

요시키군: 형도 나 좋아해?

나: 좋아해 ㅋㅋㅋ

요시키군: 그럼 키스해줄래?

: 응, 나도 너랑ㅋㅋ 음? 어, 어?

요시키군: 싫어?

 

싫어? 라는 말에 나는 또 다시 망설여야 했음. 

난 솔직히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존나 많은 편인데(그렇다고 혐오하는 것 까진 아님) 막상 잘 알고지내는 동생이 게이이고 좋아하는 상대가 나라니. 뭐랄까 좀 복잡한 기분이었음. 

그렇게 내가 주저하는 걸 보니까 요시키 군이 많이 삐진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싫으면 괜찮아."라고 고개를 휙 돌림.

 

이대로라면 한 명 뿐인 남성 친구와 관계가 틀어질게 뻔했음. 

그래서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함.

 

: 미안. 사실은 우리 집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서...동성끼리 그런 관계는 좀...안 될 것 같아. 그치만 요시키 군 자체는 되게 나도 좋아해. 소중한 친구이기도 하고.

 

요시키군: ...진짜?

 

: 물론이지! 여자애였으면 진작에 꼬셨을 텐데.ㅋㅋ 그래도 요시키 군이 남자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안 그랬으면 친구로 못 지냈을 테니까.

 

요시키군: 뭐야...ㅎㅎ

 

다행이도 요시키군은 내 말에 납득을 해준건지 어색한 분위기는 풀어짐.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술, 담배, 섹스에 중독된 퍽이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네. 

 

그렇게 차에 내려서 집에서 잠시 뒹굴고 있다가, 요시키 군과 같은 학교 친구인 마유라는 여자애가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고 싶다고 라인이 옴.

그래서 다 같이 밤중에 드라이브 나가기로 함. 

 

일단 가까운 있는 마유짱을 픽업한 다음 시오가마시에서 타가죠시로 향하다가, 센다이시 미야기노구 타가사고에 살고 있는 유우코(대만-일본 혼혈이라고 함)라는 애한테도 연락이 와서 4인팟이 됨. 

 

 


(오른쪽 부터 요시키군, 유우코짱, 나, 마유짱)

 

그렇게 아무목적도 없이 타가조시 근변을 빙빙 돌다가 3M 센다이항 파크에 도착해서 사진 한방 찍고 춤추고 노래하고 떠들석 거리다, 2시쯤 되서 해산함. 

밤에는 가게들이 문을 다 닫아서 놀데가 없었음. 

얘들 바래다 주고, 요시키 군 집으로 돌아와서 하룻 밤 신세를 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