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역에 도착한 건 15시 4분. 

열차 밖으로 본 설국은 꿈이기라도 한 듯, 어느 새 나는 햇살 쨍쨍한 오후의 도쿄 도심에 서 있었다.

 



도쿄에 온 거 자체는 이번 방문으로 83회 째. 전에는 정말 밥 먹듯이 왔다갔다함.

마지막으로 도쿄에 간 게 2016년 5월 중순이었으니까 꽤 오랜만에 온 셈임.

근데 하필 이 날 잡은 약속이 없어서, 도착해서도 한 동안 야에스 지하상가에서 시간을 때워야 했음. 

결국 누구와 만날까 고민하다가 이 날은 그냥 혼자 놀기로 하고 전철을 탐.

그리고 그렇게 발걸음을 옮긴 곳은...

 

 


 

위키러들 좋아하는 아키하바라 ヮ─ヾ(#^∀^#)ノ─ィ☆彡

 

사실 극강의 중2병 오타쿠였던 중딩 시절에는 일본에 가게 되면 항상 아키하바라부터 찾았지만,

고딩때부턴 신주쿠나 이케부쿠로 쪽을 더 많이 가게 되서 많이 소원해진 상태였음. 

 

하여간 모처럼 왔으니

 




 

 

이렇게 남이랑 같이 있으면 못 들어가는 씹덕씹덕한 가게도 들려보고

 



 

핑도 하고(이라고 해봤자 가마쿠라 셔츠에서 셔츠랑 넥타이사고, 역 앞에 있는 양복의 아오야마에서 수트 한 벌 구입함...)

 

 

빅 카메라에 비치된 안마 의자에 앉아서 극락도 누려보고.

(우연스럽게도 이 안마 의자랑 내일 만날 약속을 한 사람이랑 이름이 똑같았음.)


 

홋카이도에서 못 먹은 스프카레로 저녁을 해결하고 나오니까.

 


 

 

어느 덧 9시...

이쯤 되니까 또 다시 외로움이 몰려오더라.

쇼와도오리를 홀로 쓸쓸히 걸어가다 보니까 파칭코 가게 주변에 교복 차림의 귀여운 여자애들이 스케치북 들고 서 있었음. 

일명 JK(여고생) 리플레라고 불리는 알바를 하고 있는 얘들임.

...무슨 알바인지 궁금하다면 고객의 성별과 연령층을 보면 된다. 

JK비지니스는 수 년 전에 도쿄도 청소년 조례 때문에 거의 멸종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법의 철조망을 요리조리 잘 피해서 아직도 그 맥을 지키고 있었음. 

역시 금본주의의 산물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음.

(솔직히 하도 외로워서 말 걸려고 했다가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지나침.)

 

하여간 다시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서 가까운 인터넷 카페를 찾다가 귀찮아져서 쉴 곳을 찾던 중 

DVD 시사실(한국의 DVD방)이라는 곳에 처음으로 들어가봄. 

이유는 가게 문 앞에 "최강편의! 비지니스 호텔이랑 라이벌!" 이라고 써져 있었기 때문이었음.

 

그리고 들어간 순간 컬쳐쇼크 먹음.

 

사방에 진열되어 있는 AV.

좁은 가게 안을 우글거리며 자신 취향의 AV를 고르는 남정네들.

입구에 당당히 비치된 ○나홀과 기타 성인용품.

DVD 시사실이라는 곳은 한 마디로 '혼자서 그 짓'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모이는 가게였음.

 

기겁한 나머지 엉덩국 만화 마냥 '저 그냥 나갈게요'하려다가, 하필이면 카운터 직원이 '다음 손님 오세요.' 이래서

얼떨결에 돈 내고 들어오게 됨...

방 타입을 고르니까 점원이 "손님 DVD 안고르세요?" 이래서 "아뇨 됬습니다."라고 하니까

바구니에 티슈랑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플라스틱제 원통박스(?)를 하나 주더라.

 

(이렇게 생긴거...)

 

그려진 여자애가 불쌍해서 쓸 일은 없었음... 

 

 

어쨌거나 막상 들어왔는데 상태가 퍽이나 비지니스 호텔이랑 라이벌이었음.

게다가 방음도 안되서 옆 방에서 X치는 소리가 다 들림. 

그래도 개인실이기도 하고 막상 의자에 앉으니까 피로는 풀림. 

 

그리고 한 20분 정도 아무 짓도 안하다가 TV를 킴.

그리고 바지 벨트를 풀음.

이런 곳에 왔는데 할 짓은 하나 밖에 없잖아...?

 

 

 

 

 

뭐긴 뭐야 방송대학이나 봐야지.

이 다음에 독일어 강좌가 나와서 따라했는데 옆방에서 시끄럽다고 항의들어옴;;


 

 

그리고 경마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넓은 목장에서 평온하게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을 보며 치유를 받다가

핸드폰 충전이 다 되자마자 가게에서 나옴.

정처없이 밤의 아키하바라를 터벅터벅 걸으면서 머물 곳을 찾다가 포기하고 다시 아키하바라역으로 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