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내용은 제가 지금 작성중인 보고서의 내용 일부를 인용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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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통교회 사랑의 뜰안’ - 201753

 

한때 나는 기독교를 믿었고, 때문에 교회도 여럿 가 보았다. 만민중앙교회같은 대형 교회도 가 봤었고, 동네 교회도 여러 곳을 다닌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교회라는 곳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나도 딱히 기독교인이라도 자처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이 바빠지는만큼 교회를 다닐 여지도 적어졌고, 나도 교회에서 설교하는 내용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이유이기는 하지만, 대학교를 다니면서 나와 가까워진 교회가 하나 있다. 영통역 지하철 출구를 쭉 지나가다 마주치는 삼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벽돌 건축물, 바로 그곳에 자리잡은 영통교회이다.

영통교회 건물은 건물 자체로 보면 무난하고 평범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법한 빛깔의 붉은색 벽돌로 주된 건물 외벽을 만들었고, 1층을 띄워 놓고 만들어진 건물 모습은 직육면체에다가 좁은 창문 여럿을 붙인 정도에서 마무리되었다. 계단이 자리잡은 탑 형상의 구조물은 색은 통일되어 있어도 표면처리가 다르고, 세로로 길게 이어진 창이 벽면을 차고 올라가기 때문에 고유한 특징을 조금이나마 더해 주는 요소이다. 그런데 건물의 주요 외형은 내가 영통교회에 다시 눈을 돌리게 된 이유가 아니다. 바로 영통교회가 마련한 사랑의 뜰안이라는 시설 때문이다. 그 동안 내가 기억하고 있었던 어떤 교회들보다도 개방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여해주었기 때문이다.

 

영통교회의 사랑의 뜰안은 주로 건물 밖에 마련된 쉼터와 건물 내부의 1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내가 자주 접촉했던 부분은 건물 바깥이었다. 야외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개방적인 구성이고, 교회에서는 아무 제약이 없이 쉼터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쉼터에는 나무 테이블과 의자 여럿, 자판기 등등이 마련되어 있고, 청록색 투명 플라스틱으로 된 지붕과 바람막이를 제외하면 건물 외벽의 벽돌과 목재 마감으로 구성되어 있어 따스한 느낌을 준다. 의자도 구석에 마련된 나무 벤치를 제외하면 인조가죽으로 만든 의자라 포근하고, 테이블 앞의 목재 구조물은 사람이 많을 때는 임시 의자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1학년 때 통학을 하면서 쉬어가는 장소로 자주 애용하곤 했는데, 특히 비가 올 때는 지친 몸을 쉬어가는 데 큰 보탬이 되었다. 야외인데도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하다는 점도 시대를 감안했을 때 좋은 메리트이다.

또한 오늘 영통교회를 둘러다보면서 처음 알았던 것은, 교회 바깥만이 아니라 내부에도 사랑의 뜰안에 해당되는 시설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건물 이름이 적혀 있는 출입구를 지나 계단을 잠깐 오르다보면, 우리가 흔히들 상상했을 법한 교회의 모습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교회라기보다는 하나의 잘 차려진 카페 같은 느낌이 들고, 교회 본 건물과는 달리 창문도 넓게 잡아 개방성과 채광성도 좋았다. 둥근 테이블 주면으로 나무로 만든 의자들이 둘러앉아 있고, 색상 톤도 주로 진회색과 밝은 황갈색으로 배치해 따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때는 교회가 쉬는 중이라 훨씬 자세한 것은 보지 못했지만, 나름 격식이 있게 잘 차린 카운터와 선반도 마련되어 있었다.

교회 주변도 사랑의 뜰안을 의미 있게 만드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영통교회가 위치한 곳은 버스 정류장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고,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를 낀 공원이 있다. 또한 상술했듯이 지하철역 입구를 빠져나와서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시설 중 하나가 영통교회이다. 이는 사랑의 뜰안이 어딘가를 거처 가다가 지친 사람들을 위한 시설임을 은연중에 알려주고 있고, 교회 바로 옆 공원의 벤치와 함께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공원 입구에 위치한 벤치와 차광막에 비하면 규모는 작기 때문에, “사랑의 뜰안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쉬다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들렸다 가는 사람은 적더라도 가능한 한 정성을 들여 대접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요새 들어서 사람들이 교회와 관련된 것들에 대한 부담감을 갖기 시작했다. 잦은 선교활동이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고, 이른 아침에 어린이들을 찾아온 선교사들이 부모와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파급력이 큰 대형 교회에서는 몇몇 목사들이 도가 넘은 모습들을 보여준 적도 있고, 때문에 교회와 관련된 인식도 나락을 향하고 있다. 물론 영통교회도 자주 선교를 나서는 모습을 볼 순 있고, 나도 영통교회에 대해 들어본 것들이 없기 때문에 그곳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운영중인 사랑의 뜰안하나만큼은,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통교회가 준비해 놓은 사랑의 뜰안, 교회에서 직접적으로 홍보를 나서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교회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인 시설이다. 열린 시설인 만큼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장소이고,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 공원처럼 사람들이 자주 거처 지나가는 시설들 근처에 놓여 있어 나름대로의 의미도 있다. 나 말도고 다른 사람들이 가끔 사람의 뜰안중 야외 쉼터에서 머물다 가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것 보면 적어도 야외 쉼터만큼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1층 카페는 교회 입구를 거처가야 해서 부담감을 안겨 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도 한동안 카페는 들어가 보지 못했었고, 그랬다가는 오히려 교회에 폐를 끼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교회 정문을 교회라는 느낌이 덜 들도록 만든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