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상황이지?'



기사는 갑작스러운 일련의 사건을 따라가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난 분명 우리 켄터베리를 침략한 암흑 마법사와 만났고 그가 연 포탈에 끌려갔는데...'



주변을 둘러본 기사는 익숙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어색한 공기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곳은 바로ㅡ




"부유성이잖아....?"



그곳은 바로 공주와 기사, 그리고 그녀의 동료들과 함께했던 부유성이었다. 하지만,



주위엔 멀쩡한 건물 하나 없었고 동료들과 방문객들로 시끌벅적했던 부유성에는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공주님은? 로레인은? 다른 동료들은 어디 있는거지?'



기사는 불길한 마음에 여관이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제발.. 무사해라..'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고 여관은 완전히 무너져 그녀와 공주님을 들일 수 없는 상태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절해있던거야? 저런 길바닥에서 멀쩡히 누워있을 수는 없었을텐데,'



기사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믿고싶지 않았다. 그녀가 지켜왔던, 공주님과의 추억이 담긴 장소가 이런 식으로 망가지리라곤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기사는 무너진 여관의 잔해를 파해쳤다. 압도적인 슬픔과 절망감이 닥쳐오고 있었지만 이것들 전부가 암흑 마법사가 보여주는 환상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런데, 그 곳에 너무나도 부자연스럽게 우산이 펼쳐져있었다.



우산의 아래엔 액자와 더러워진 유리 파편들이 있었다.



더럽혀진 유리들을 손으로 걷어내자 두 장의 사진이 있었다.



모든 동료들이 함께 모여서 찍은 사진과 기사와 공주가 서로 안은 채 미소를 짓고있는 사진이었다.



우산은 아마 비가 올 상황을 대비해 펴놓았던 것 같았고, 확실히 효과가 있던 것 같았다. 사진의 상태가 꽤 괜찮았다.



기사는 모두의 사진을 내려놓고 공주와의 사진을 보았다. 조금은 구겨지고 젖었던 흔적이 있긴 했지만 귀여운 공주를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 사진을 들고 미소짓고있던 그 때,



"읏?!"

기사의 몸에 푸른 빛의 사슬이 나타나 기사의 움직임을 봉했다.



'모..몸이 움직이지 않아..?'

기사가 온 힘을 다해 몸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조금 움찔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갑옷 입은 것을 보니 우리 병사 같은데, 신입인가?"

기사의 뒤에서 우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가 안돌아가.... 누구지..?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데..'



"이 여관에 함부로 발을 들이면.."



기사의 움직임을 멈춘 여인은 나긋하게 말하며 기사에게로 다가갔다.



"안된다. 개인적으로 추억이 있는 장소라서 말,"



여인이 기사의 정면에 다다랐을 때 여인은 고장난 것처럼 하던 말도 잊고 기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도 여기 추억이 있어서요. 혹시 캔터베리의 귀여운 공주님이 어디 계신지 아시나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예쁘시네. 그런데...왜 계속 날 쳐다보시는거지?'


여인은 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군인인 것 같았고 찰랑거리는 금빛 단발과 서글퍼 보이는 푸른 눈동자는 캔터베리 공주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여인의 속마음을 전혀 모른 채 기사는 헤실거리는 미소를 띄며 여인에게 물었다.



질문을 듣자마자 안색이 급속도로 어두워지며 여인은 기사에게 무기를 치켜들었다.



"변장하는 개체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감히..... 내 소중한 장소를 침범한것도 모자라.. 내 소중한 사람까지 따라하려들어?!??!"



여인이 격분하여 소리질렀다.



무기를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아무리 눈치없는 기사라지만 눈앞의 여인이 상당히 분노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지 진정하세요! 전 당신 얼굴도 오늘 처음 봤다구요!"



"그래! 처음 봤겠지! 살아있는 사람중에 내가 켄터베리 공주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안 그래? 인베이더?"



"제.. 제가 인베이더? 아니, 그보다. 당신이 공주님이시라구요? 제가 아는 공주님은 이렇게 아름답지 않... 아니, 아름다우시지. 이렇게 성숙하시지 않으세요!"



"뭐? 인베이더 주제에..!"



"그리고 저 인베이더 아니에요! 전 캔터베리 공주님의 기사라구요!!"



"......내 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길래 기사에 대한 정보를 캐내려 했건만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구나."



공주가 무기를 한껏 들어올렸다.



'...이거 혹시 위험한 상황인가..?'



공주의 무기가 기사의 목에 점점 가까워지자 기사는 소리쳤다.



"그렇다면!! 저와 공주님의 측근들만 알고있는 사실을 말해드릴게요! 그러면 믿으시겠어요?"



기사의 목 바로 앞에서 무기가 멈췄다.



공주는 상대의 당당한 태도는 둘째 치고 10년간 기다려왔던 기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묘한 감정이 올라와 자기도 모르게 주저했다.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치는데.. 설마 진짜인가..? .. 아냐, 그럴 리 없어.'



".....한 번 들어는 봐주지. 어디 한 번 말해봐라."



공주는 태도를 핑계로 대고 반신반의하며 기회를 주었다.



'해냈다! 상냥하신 걸 보니 공주님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카락이랑 눈 색도 그렇고..'




"말하지 않는다면 거짓말로 간주하고 즉살이다."



"공주님이 실수로 여관의 유리창을 깼을 때 로레인한테 제가 깨뜨렸다고 거짓말해서 제가 영문도 모르고 대신 혼났어요!"



시작부터 공주의 최고 기밀이 언급되자 공주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건 기사랑 로레인이랑 나만 알고 있는 사건인데...?'



"그리고는 미안하셨는지 혼나고 나오는 제게 크리스탈을 선물해주셨죠! 그러고선 결국 로레인한테 자백해서 꿀밤을 맞으셨어요. 그 때 울먹이는 표정이 정말 귀여웠다구요!"



'안 울었거든? 생각보다 아팠지만 꾹 참았어!'



"또 공주님은 피망을 싫어하셔서 항상 몰래 제 접시에 피망을 옮겨놨어요! 눈치채고 있었지만 공주님께도 말씀드리지 않았고 물론 로레인에게도 이르지 않았어요!"



"그거 알고있었어?!"



자기도 모르게 말이 나와버린 공주는 급하게 입을 막았다.



"또또 제가 모험에 다녀온 날이면 꼭 제 품에서 주무셨어요. 제가 갔다 오는 동안 외로우셨나봐요~ 너무 귀엽죠?"



"그만!!!!! 믿을게! 믿을테니까 그만해줘!!"

공주는 부끄러움에 기사의 입을 막을 수 밖에 없었다.



"후... 그래. 너가 내 기사란 건 진짜인가보네."



"드디어 믿어주셨군요!"

자신의 결백함이 증명되자 기사는 환하게 웃으며 여인을 바라봤다.



"...따라와."



공주는 기사의 속박을 풀고 짤막한 한 마디와 함께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기 저 백합챈에서 날아온 가붕이입니다.. 가테 팬픽을 올리려는데 정작 가테챈에서 안올리는 게 맞나? 싶어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