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 상식과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딱히 논쟁을 과열시키기보다는 작성자가 어떤 식으로 이해하는 건지 궁금해서 내 이해방식을 써봄.


1. ACC에 '아시아'는 없고 국비로 광주에 문화시설 만든 거다(한 마디로 "ACC가 아니라 GCC다!")

일단 뭐 지역마다 문화시설 만드는 거는 전국 온 도시에 다 있는 일이라 딱히 덧붙일 말이 없음. 서울에 있는 각종 문화시설을 물론 전국민이 다 이용할 수야 있으나 기본적으로 서울시민이 이용하기 편한 거임. 광주도 마찬가지.

문제를 '아시아가 없다'에 좁히자면, 어떤 의미로 말하는 건지 잘 와닿지 않음. ACC 나름 자주 가는 편인데 항상 하는 전시나 창제작 공연 같은 거 대부분 아시아 이런저런 국가/도시의 문화 같은 거를 담아내는 내용이던데?

https://www.acc.go.kr/webzine/index.do?article=790&lang=ko

심지어 위 링크에서 보이듯 언급된 월곡동 고려인들과 직접 관련된 프로젝트도 있음.


2. 입지 관련 문제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5.18과의 관련된 배경을 갖고 생겨난 것인 만큼 뭐 어디 다른 데 만드는 거도 이상하고, 도청 시청 터미널 등등 싹 다 빠진 원도심의 경제 회복 위해서라도 ACC는 저기 들어서야 했음.

송정리나 월곡동 같은 데 저런 거대 문화시설이 들어섰으면 '아시아'성도 더 잘 살리고 그쪽이 더 번성했을 것이다? 도시가 그냥 뭐 시설 하나 투하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절대 아니라 생각. 애초에 고려인 등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에서 오신 분들 대부분의 도시 내 입지라는 게 일터(주로 공단 등)와 접근성 나쁘지 않으면서 지가가 낮은 곳으로 정착하여, 초기 정착한 친인척 등 네트워크 따라 그곳으로 집적되는 양상이 대부분인데(당장 위 링크 설명에도 '밭일'을 할 전남 시군이나 하남공단 인접성+저렴한 월세가 월곡동 정착 배경으로 나옴), 그런 곳에 저런 거대문화시설 건설하면 거기 지대가 올라서 저런 분들은 쫓겨나는 게 대부분의 전개임. 즉 ACC가 애초에 금남로 외에 다른 데 들어설 리도 없었지만 다른 데 들어섰다면 거기에서 '아시아'성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거기 있는 '아시아인'들을 내쫓는 식으로 작동해서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을 거임.


3. 충장로 상권 공실률

물론 원도심 쇠퇴는 문제. 근데 언론보도는 당연히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것이고(충장로 상인들의 경우 진짜 힘든 경우도 많겠지만 한편으로는 저런 여론을 조성하며 시에 지원을 촉구할 바탕도 형성하는 것), 또 언론 자체의 이해상 심각성을 강조하기 마련임. 일단 '충장로'라는 게 엄청 큰데, 내가 자세히는 몰라도 그냥 보행자 감각으로도 NC를 전후로 충장로3가까지와 충장로4가는 엄청나게 분위기가 다름. 이건 해석의 문제로 견해를 달리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충장로 1~3가는 그럭저럭 활기 띠는 거 보면 ACC의 존재로 인한 상권 활성화 효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거임. 나도 저 아시아음식문화거리는 뻘짓이라 생각하지만 'ACC 주변' 자체가 동서남북으로 넓고, 그중 충장로 쪽과 특히 동명동은 ACC 들어선 이후 나는 상권이 커졌다고 봄.


4. 아시아음식문화거리 같은 뻘짓 대신 "아시아인들에게 공간을 주자"라는 문제

일단 토지 소유주들의 이해관계가 있으니 일방추진은 불가능한 건 당연한 거고, 나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음.

광주에 사는 아시아 국가 사람들 중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 당연히 있겠지. 그렇지만 대부분 인근 전남 농촌지역에서 농업노동 하시거나 공단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더 많음. 그리고 그런 분들은 도시 내 지대 양상에 따라, 또 친족들끼리 모여살기 위해 도시 내 특정 지역에 집주하시는 게 일반적임. 그런 분들을 느닷없이 아시아문화전당 인근에 와서 살라고, 혹은 일하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그들 나름대로 형성한 커뮤니티를 파괴하는 행위임. 월곡동에는 월곡고려인문화관도 있고, 문빅토르미술관도 만드는 등 사실 한국에서 외국인 커뮤니티로서는 매우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중임. 이분들은 그들 나름대로 월곡동을 자신들의 장소로, 광주시 및 광산구, 시민들과 함께 가꾸어나가고 있는 건데, 이걸 광주의 원도심이라는 전혀 다른 역사와 경제기반을 갖는 곳으로 옮겨버리는 것은 그 장소성을 파괴하는 행위임. 물론 그런 조치로 ACC의 '아시아성'이 강화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이미 ACC는 나름의 방식대로,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아시아'에 관련된 컨텐츠를 잘 신경쓰고 있고 꼭 물리적으로 인접해야만 교류가 가능한 것도 아님. 오히려 ACC의 아시아성을 강화하는 것은 월곡동의 장소성을 파괴하고 소비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음. 

말이 좀 횡설수설했다만 다시 말해보자면, 월곡동 고려인 등 광주의 아시아인들이 특정 지역에 집주하는 것은 그곳이 그들 경제여건상 이점이 있기 때문이고, 이들을 갑자기 원도심 내부로 데려오는 것은 애초에 토지소유관계상 불가능할 뿐더러 그들 대부분의 경제기반에 불리하게 작용함. 또한 이들 거주지와 ACC가 물리적으로 떨어져있다 해서 '아시아성'을 못 살린다거나 교류가 없는 것도 아니며, 이분들에게 ACC 근처 공간을 제공하겠다며 조치를 함부로 취했다가는 오히려 이분들이 소중히 형성해온 장소성을 파괴하는 꼴이 될 수 있음.


+개인적으로 무안국제공항에서 타슈켄트행 좀 생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