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KTX 신설을 보며

 김원용  입력 2017-12-06 23:02  수정 2017-12-05 22:26 댓글 96



전북 현안 내부에 암초 / 한데 뜻 모으지 못하고 / 어찌 정부 홀대 탓하랴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던가. 가까운 사람이 잘 되는 걸 시샘하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닐 터다. 그럼에도 범부들이 느끼는 인지상정의 감정인 걸 어쩌랴. 하물며 이웃 자치단체가 정부에게 큰 선물을 받았을 때 넉넉한 마음으로 흔연스럽게 축하하지 못하는 걸 옹졸하다고 나무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전남 무안공항까지 호남고속철 노선을 신설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보면서다.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호남고속철도 2단계(광주송정-목포) 노선을 무안공항경유 노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행정절차를 조속히 진행해서 내년도 기본계획을 완료한 후 2020년 착공하여 25년 개통되도록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곁들였다. 광주·전남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머리를 맞대 전격적으로 호남지역의 숙원사업을 풀었다고 환영했다.

 

무안공항의 KTX 노선 신설이 호남의 숙원이라면 전북에서도 대대적으로 환영해야 할 경사다. 그런데 부럽고 배가 아픈 건 왜 일까. 전북의 경사와는 거리가 있어서다. 부러운 것은 광주·전남권의 정치적 역량이며, 배가 좀 아픈 건 향후 새만금 국제공항에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무안공항에 KTX 선물을 그저 안긴 건 아니다. 많은 곡절이 있었고, 광주·전남의 정치권과 자치단체 등이 지역 현안으로 삼아 심혈을 기울였던 숙원사업이었다. 호남고속철도는 전체 구간 중 오송∼광주 송정 구간만 지난 2015년 개통된 후 2단계 사업인 목포까지 사업이 진행되지 못해 광주·전남에서는 대표적인 호남 차별 사례로 꼽았다. 광주-목포간 기존 노선을 고속화하고, 무안공항에는 지선을 신설하는 게 애초 정부의 계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무안공항 경유를 공약으로 세웠고, 정치권이 힘을 실어 전남도가 원하던 방향으로 관철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무안공항 KTX 경유 결정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상당한 것 같다. 무안국제공항이 현재 호남권에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수요가 저조한 데다, 무안공항의 접근성이 개선되어도 활성화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조원 이상의 추가 재정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에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안공항 경유안 철회를 주장하는 의견도 600건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무안공항 KTX는 전북에게 기회보다 위협적인 요소가 강하다. 노선이 많은 인천국제공항 대신 접근성이 좀 나아졌다고 무안국제공항 이용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 그것도 완공 목표년도인 2025년 이후의 일이다. 반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KTX 개통으로 1시간 안팎이면 가능한 무안공항을 두고 굳이 새만금공항이 필요할 것인지 논란이 나올 게 뻔하다. 광주·전남에서 새만금 공항건설을 반길 리도 만무하다.

 

좋은 이웃과 친구는 서로에게 이익과 도움이 될 때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전북과 광주·전남은 그리 썩 좋은 이웃은 아니었던 것 같다. 호남 차별을 함께 겪으면서 호남 소외를 왜장칠 때만 동지였다. 호남의 울타리에서 막상 호남 몫은 대부분 광주·전남으로 돌아갔다. 굳이 그 사례를 열거할 필요도 없다. 오죽하면 전북몫찾기 운동이 나왔을까.

 

그러나 전북의 현안들이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을 외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전북권 공항으로 김제공항이 거론됐을 때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에서 발목을 잡았고, 새만금사업도 지역 내에서 거센 찬반 논란을 겪으며 동력을 떨어뜨렸다. 지역사회조차 한 데 뜻을 모으지 못하고 어찌 정부의 홀대를 탓할 수 있겠는가.

 

세종시 KTX 정차역 논란과 무안공항의 KTX 경유를 계기로 KTX 전북혁신도시역 신설 문제가 전북사회 핫이슈로 떠올랐다. ‘남이 하니 우리도 하자’는 게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 해결에서 타이밍도 중요하다. 호남고속철의 전주 인근 정차역 신설 논의는 KTX 착공 당시에도 제기됐으나 익산시의 강한 반발로 유야무야 됐다.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혁신역 의제가 나오자마자 정헌율 시장이 즉각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의제 설정 자체부터 못마땅하게 여기는 게 익산지역의 분위기인 것 같다.

 

익산시의 절대적 반대 속에서 혁신역 신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북권공항과 새만금사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익산시민들의 마음을 여는 일이 중요하다. 익산의 이익을 크게 다치지 않으면서도 전북권 전체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지혜가 나와야 할 때다. 익산시 역시 무조건 반대보다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 전주와 익산이 좋은 이웃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무안공항 KTX 신설에 광주·전남, 민주당·국민의당 협치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