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살펴본 한전의 해상풍력사업 참여 자격


독일의 한 해변가에서 바라본 풍력발전기. 바다 건너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정익중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전이 해상풍력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전은 송배전사업이 주력인 기업으로 자회사가 발전사업을 진행하지만, 한전의 누적적자가 201조 원에 달하자 돌파구로 해상풍력사업을 강하게 타진하고 있다. 한전이 해상풍력사업 진출에 앞서 어떤 논리를 세우고 있는지 쟁점을 살펴봤다. 

 

Q1. 해상풍력사업, 한전이 꼭 참여해야하나?

한전과의 경쟁을 의식한 민간사업자들은 한전의 해상풍력사업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한전의 공신력이나 자금 동원력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한국 전력산업에서 최고 우위를 차지하는 한전이 해상풍력사업까지 ‘독식’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우려다. 

이와 관련해 한전은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 해상풍력시장의 지배자는 ‘외국기업’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해상풍력 계획에서 외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는 통계치는 한전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한전의 염려가 맞다면 해상풍력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틀어지게 된다. 외국기업이 해상풍력사업 개발을 주도한다면 한국기업은 단순 하청기업으로 전락해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기회를 잃게 된다. 

한전은 각종 전력사업으로 국내서 트랙레코드를 쌓은 후 협력사와 함께 해외진출을 해왔다. UAE 원전 수출, 필리핀 일리한 화력발전 등이 대표적이다. 

한전이 직접 해상풍력사업을 진행하지 못하면 피해가 한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사까지 확산된다는 것이 한전의 논리다. 

 

Q2. 한전의 해상풍력사업 진출은 정부가 추진해 온 발전과 송배전 분리 움직임에 반하지 않는가?

정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다. 1999년 1월 21일 당시 산업자원부가 마련한 ‘전력산업구조개편안’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발전부문을 수개의 발전회사로 분할해 경쟁을 도입하고 ▲분할된 발전사를 단계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장기적으로 ▲배전부문도 수개의 배전회사로 나눠 전력 도소매 부문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도입하고 ▲송전망을 개방해 민간업체도 전국적인 송전망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보장할 계획이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내용 가운데 현재 실현된 것은 발전부문을 수개로 나눈 것뿐이다. 그나마 한전 전력그룹의 계열사로 남겨둬 실질적으로 한전이 송배전사업뿐만 아니라 발전까지 겸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해상풍력사업까지 겸한다면 정부가 수립한 전력산업구조개편 계획과 어긋난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은 민간 주도 개발이 어려운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국해상풍력, 제주한림해상풍력, 희망빛발전, 햇빛새싹사업 등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신재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들이 수요기업에 전력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직접PPA방식이나 한전의 망을 통해 원거리에서 전력을 판매 가능한 제3자 PPA가 법제화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  

따라서 한전의 해상풍력사업 겸업을 두고 전력산업구조개편 취지에 반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것은 단순논리라고 한전은 보고 있다. 

한전은 김동철 사장 취임을 계기로 해상풍력사업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Q3. 망 중립성 확보를 위해 송배전과 판매 법인을 분리해야하는게 아닌가?

‘망 중립’은 1999년 1월 전력산업구조개편안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한전이 건설한 전력망을 민간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업계는 한전이 해상풍력사업에 진출하면 전력계통에 자신의 발전소 연결을 우선시해 민간이 자유롭게 전력계통을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은 해외에선 송전사업과 발전을 병행하는 전력회사가 다수 있으며, 망 중립을 위해 각종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테네시밸리청(TVA)이 송전망 4만7000km를 운영하며 35GW규모의 발전소도 운영하고 있다. 5만391km의 송전망을 가진 듀크에너지는 51GW를 발전하고 있다. 캐나다의 하이드로퀘벡은 3만3630km의 송전망과 36.8GW의 발전설비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남아공의 국영기업 ESKOM도 2만9924km의 송전망과 47GW의 발전설비를 동시에 갖췄다. 

물론 EU의 경우 망소유 발전사업자와 일반사업자가 무분별하게 망 접속 경쟁을 한다며, 송전법인을 분리했지만 북미처럼 정부기관의 규제로 폐단을 시정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한전의 시각이다. 

한전이 진출하려는 해상풍력사업은 최소 800MW 이상이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과 경쟁할 일이 없고, 민간참여가 불가피한 공동접속선로 건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점이 아니며 그런만큼 망 중립성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전은 망 중립성 확보를 위해 ▲계통 여유정보 가이드맵 구축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망 중립성 훼손 금지 규정 강화 ▲배전선로 접속을 위한 설비 여유정보 공개시스템 구축 등을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동접속설비의 개념. 사진=한국전력 제공

Q4. 한전의 해상풍력사업 범위를 공동접속설비가 필요한 해상풍력으로 한정지었는데 이유는?

해상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려면 풍력발전기에서 육지까지 송전선로를 설치해 해안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의 전력계통에 연결해야 한다. 문제는 송전선로 개설비용이 한두푼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전력을 각각의 해상풍력발전기들이 생산하지만 공동으로 설치한 송전선로를 함께 이용한다면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때 공동으로 설치한 송전선로를 공동접속설비라고 한다. 업계에선 한전이 공동접속설비가 있는 곳에서 사업하려는 이유를 궁금해 하고 있다. 

한전은 이에 대해 민간영역 침해라는 우려를 피하기 위해 해상풍력사업 범위를 공동접속설비가 필요한 해상풍력으로 한정지었다고 밝히고 있다.

접속설비 인하가와 건설 기간을 고려한다면 해상풍력사업 확정 전에 공동접속설비에 대한 대규모 선행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민간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한전이 공동접속설비 공동투자 컨소시엄을 주관하면서 선투자하고 풍력단지 건설을 주도해야 민간이 믿고 해상풍력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게 한전측 설명이다. 

한전은 해상풍력사업 범위를 공동접속설비가 필요한 대규모 사업으로 한정해야 한전의 해상풍력사업 진출을 우려하는 중소규모 해상풍력사업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민간이 쉽게 할 수 없는 대규모 해상풍력사업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해상풍력사업에 공동접속설비 설치를 포함하고 있다.   



공동접속설비 설치의 경제적 효용성. 그림=한국전력 제공

Q5. 해상풍력사업에서 한전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는 말인데 경제적 파급효과는?

해외에서 해상풍력사업은 저물어가는 조선산업과 어업의 대체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브레머하펜과 덴마크의 에스비에르다. 

독일 브레머하펜은 2000년 초반 조선과 항만산업이 쇠퇴하며 한때 쇠락했으나, 풍력산업의 집적지로 다시 태어나며 활기를 되찾았다. 또 브레머하펜 해상풍력 항만은 수백개의 터빈과 해상풍력 기초구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항만으로 개조됐다. 

덴마크의 에스비에르는 본래 어항이었다. 어업의 쇠퇴와 함께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졌는데 해상풍력 배후 항만으로 탈바꿈한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한전은 국내 해상풍력사업 역시 조선, 철강, 건설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블루윈드엔지니어링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고정식으로 8MW 터빈을 적용해 총 12GW를 건설한다면 철강 200만톤, 풍력터빈 1500대, 지지구조물 1500대, 해상변전소 24기, 해저케이블 375km, 설치선박 35선단, 운영선박 60대가 소요된다.

블룸버그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2030년 이후 5년간 미국·일본·대만·베트남 등 주변 4국의 해상풍력 수요는 44.5GW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규모는 MW당 58억 원을 적용할 경우 국가별로 5조~3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2030년 12GW 해상풍력 준공 목표를 달성 이후 기세를 몰아 주변 4국에 진출해 10%를 점유한다면 연간 4조~6조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한전은 보고 있다.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전 본사 건물. 사진=한국전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