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기획재정부가 광주 송정역~대구 서대구역의 198.8㎞를 잇는 이른바 ‘달빛고속철도 건설안’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261명의 여야 의원이 8월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권고하는 내용의 관련 특별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국비만 4조 5158억 원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을 예타 없이 졸속 추진해 혈세 낭비를 초래할까 우려된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각각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의 기반이 되는 지역이다. 양대 정당의 텃밭인 영호남 지역의 의원들이 손을 잡으면 무슨 법안이든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다. 올해 4월에도 대구와 광주 지역 의원들의 주도로 국회는 각각 12조 8000억 원과 6조 7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특별법’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을 동시에 통과시켰다. 공항과 관련한 두 가지 특별법에도 비용 대비 편익 평가 등 사업성 검증을 피하려고 예타 면제를 권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에도 여야는 ‘텃밭’의 이익을 위해 주고받기식으로 ‘꼼수 입법 공조’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두 지역을 잇는 고속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또다시 담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의 예타 면제 특별법 발의들이 쏟아질까 두렵다. 경제성이 없는데도 밀어붙여 고속철도를 건설하면 적자 노선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이를 관리하는 코레일의 부채가 늘어나면 결국 국민 부담만 커지게 된다. 정치 논리로 탄생한 청주·양양·무안공항 등이 만년 적자에 허덕이는데도 지역 이기주의 차원의 포퓰리즘 법안 추진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세수 펑크 규모가 벌써 59조 원에, 국가 채무는 1144조 원에 이르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면서 영호남 화합과 시장 확대 유도 차원에서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재정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둘러 강행하자는 것은 전혀 명분이 없다. 다른 지역의 소외감이 깊어지면 또 다른 포퓰리즘 공약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호남 의원들은 공항에 이은 고속철도 포퓰리즘 담합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