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안산, 인천. 시청을 맨 위에 배치하고 그 앞 중앙에 대로를 둠(도로 중앙에 광장/공원도 있음). 다른 관공서, 사무실, 상업 건물들은 중앙 대로를 따라 늘어서 있음.


 

대전, 창원. 2개 청사가 서열에 따라 배치되어 있음. 대전은 정부청사가 가장 북쪽에 있고, 시청이 그 앞. 창원은 경남도청이 가장 북쪽, 그 앞에 창원시청이 배치되어 있음(대전시청-정부청사와 달리 창원시청은 경남도청 축을 가리지 않게 옆으로 틀어져 있음). 마찬가지로 중앙 대로 축 옆으로 관공서와 상업시설이 있음.


  


전주, 목포, 충주. 전북도청, 전남도청, 충주시청을 중심으로 한 도로와 상업지구. 위 도시들보다 규모는 좀 작아도 구조는 마찬가지.


여기에서 소개한 도시들 말고도 시청, 도청, 법원 등 권력을 상징하는 건물이 있는 계획도시(시가지)라면 이런 구조가 나타남.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도시계획인데?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도시계획인 <주례 고공기>의 도시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장안, 한양.


궁궐을 북쪽에 두고 그 앞에 넓은 주작대로를 놓는 배치임. 발해 상경성, 일본 헤이조쿄 또한 이 방식을 따랐음.


서양 버전으로는 기념비적 도시계획 또는 바로크식 도시계획이 있음. 파리, 워싱턴 등등.

워싱턴

파리.


고공기 도시계획과 기념비적 계획의 공통점은, 가장 중요한 건물을 기준으로 중앙대로를 짓고, 그 대로 옆에 여러 건물을 입지시켜 중요한 건물에 시선이 모이도록 한다는 것임. 널찍한 대로 끝에 큼지막한 건물이 시선을 가로막는다면, 대부분 이런 도시계획이 적용된 곳임. 권력을 상징하는 건물로 시선이 모이는 경관을 형성함으로써 권력을 강조하고 드러내는 특징이 있음.


서울의 경우, 조선시대에는 주례 고공기를 따라 광화문-세종대로사거리 축이 있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서양의 기념비적 도시계획을 따라 조선총독부-서울시청 축이 형성됨.


위성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아시아의 고공기 도시계획, 서유럽의 기념비적 도시계획이 혼종으로 섞여서 현대 한국에 저런 모습으로 나타난 듯함.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식의 배치가 설명되지 않음.


그래서 이게 호남 채널이랑 뭔 상관인가? 내용은 다음과 같음.



상무지구와 1호선이 부조화된 이유를 위와 같은 도시계획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인터넷에서 1호선과 상무지구를 이야기할 때, 대부분 상무지구가 고정된 상수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는 듯한데, 역으로 상무지구 도시계획을 변수로 두고 논해 보았음.


시청은 한참 북쪽에 배치되어 있음. 시청이 북쪽에 있는 이유는 경복궁처럼 궁궐이 북쪽에 있는 전통을 따른 것. 따라서 남쪽의 1호선과 멀리 떨어지게 되었음. 시청로가 시청을 중심축으로 하여 남-북으로 뻗어 있는 이유는 고공기의 전통, 기념비적인 배치의 전통에 따른 것. 시청로 옆으로 각종 관공서가 있는 이유는 육조거리처럼 관공서가 그렇게 배치되어야 하기 때문. 따라서 상업지구와 업무지구는 1호선의 동-서 축에 수직인 남-북 축으로 배치되어 있음. 


이처럼, 상무지구 계획 당시 주요 시설을 1호선이 계획되어 있는 상무대로 가까이에 입지시킬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음. 따라서 상무지구 도시계획은 1호선과 부조화를 이루게 됨(심지어 상무대로 쪽이 상무지구에 포함되지도 않음. 상무지구 계획 당시 1호선을 별로 신경쓰지 않은 듯함).


만약 상무지구가 '고공기+기념비적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1호선의 축을 따라 계획되었다면, 1호선은 지금보다 효율적인 노선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