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주저앉히고 요지부동 무안만 학수고대
전남도 “3자 대화 공문 보내…무안 답 기다려”
무안군 “군민 뜻 따라…강경한 정서 부담 커”
광주시 “형식 무관 논의 기대” 함평 기대 여전

 전남 지자체 중 광주 군공항 유치 의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명해온 함평군이 사실상 포기 수순에 접어들면서 전남도가 줄곧 주장해온 ‘무안 유일 대안’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하지만 무안군은 반대 의사가 철옹성처럼 요지부동인 상황. 이같은 난국을 타개할 뚜렷한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 그나마 가능성 있던 함평군을 주저앉힌 광주시-전남도의 전략이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 심판대에 올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전남도가 제안한 광주시-전남도-무안군 간 3자 대화 성사 여부인데, ‘군민 뜻에 따르겠다’는 김산 무안군수가 대화 테이블에 등판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22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상익 함평군수는 전날 광주 군공항 유치 여론조사와 관련해 “군민들과 숙의해서 결정할 문제”라며 “분열을 야기하면서까지 억지로 강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군수는 지난 5월 기자회견에서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함평 발전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는 계기로 광주 군공항 유치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기자회견 당시에도 지역민들의 반발이 컸지만 필요성을 언급하며 유치의향서 제출 의지를 분명히 했는데, 최근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함평군은 당초 12월 광주 군공항 유치의향서 제출에 따른 여론조사 방법과 문항에 대한 군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으나 사실상 무기한 연기할 수 있다는 의사도 함께 내비쳤다. 이 군수는 “함평군민의 대표로서 독선적으로 할 수는 없고, 군민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여론조사를 하든 안 하든 지사와 타협도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함평군이 이처럼 입장을 바꾼 건 전남도의 설득작업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제 시선은 전남도가 제안한 광주시-전남도-무안군 간 3자 대화로 모아진다.

 앞서 광주시는 전남도-광주시-함평군-무안군이 참여하는 4자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군공항 이전 문제에서 무안군 외 다른 대안을 금기시해온 전남도가 함평군을 배제해 3자 대화를 수정 제안했고, 광주시가 이를 수용해 논의 테이블은 형식을 확정한 셈이 됐다.

 이처럼 테이블은 마련됐지만 준비된 자리에 무안군을 앉힐 수 있느냐?가 과제가 된 상황이다.

 그동안 김산 무안군수는 군공항 이전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전남도의 수 차례 요청에도 만남 자체를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 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오는 28일 군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인데, “군민 뜻에 따르겠다”는 김 군수가 대화 테이블에 나서긴 쉽지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는 형국이다.

 특히 전남도가 12월 13일 무안에서 도민과의 대화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3주 가량 남은 이때까지 김영록 지사와 김산 군수 사이 물밑 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무안 범대위측에선 김 지사의 방문 자체를 물리적으로라도 막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논의의 진척을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총무 범대위 사무국장은 “전남도 안에 무안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쪽 코너에 몰아붙이면서 군민들을 서럽게 하고 있다”며 “협상테이블에 나오라고 하는데 협상이라는 것은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다. 싫다고 하는데 전남도가 일방적으로 나오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정 사무국장은 “이런 상황에 사과나 유감 표시도 없이 12월 13일에 도민과의 대화를 한다는 것은, 심하게 표현하면 9만 군민들을 노예로 보는 것이다”며 “그렇기 때문에 도지사가 온다면 물리적으로라도 아예 막아낼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안군 관계자도 “전남도가 무조건 너희들이 받아야한다는 밀어붙이기 식의 TV 광고 등으로 주민들을 현혹시키려고 한다”며 “갈등과 분열을 줄이기 위해 조정자 역할을 해야하는데 본인들이 나서서 무안군이 군공항을 받아야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 3자 대화 공문이 오긴 왔지만 주민들이 입을 피해나 발전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으니 그런 부분을 검토해서 도에 통보하거나 입장을 따로 발표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무안군이 요지부동인 상황 속 광주시와 전남도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3자회담 관련해서 참여 협조공문을 무안군에 보냈고, 아직 회신은 안됐지만 답변이 오는 것을 본 뒤 불참하겠다면 그때 다른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지난번 3자협의 상관없이 실무협의 해보자고 공문을 보냈을 때도 무안군에서는 입장이 단호하다고 불참 통보를 해온 바 있다. 이번엔 어떤 입장으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회신은 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박갑수 광주시 군공항이전본부장은 “전남도에서 3자 만남을 주장했고 우리도 2자가 됐건 3자가 됐건 어떤 형식이든 만날 준비는 돼 있다”며 “3자 회담을 이야기 한 부분은 며칠 안됐으니 무안군을 포함해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본부장은 “함평 입장이 100% 한다는 보장은 없었고, 3자 회담도 광주시 입장에서는 동의를 했으니 무안군에서만 한다하면 3자회담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함평군 같은 경우도 유치의향서 제출 유무, 여론조사 유무를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며 “어찌됐든 무안군과 3자 회담을 해서 일이 풀리기를 바라며, 함평군도 잘 판단해서 좋은 소식을 주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