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SKY 중에 하나 상경계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에서 MBA를 마쳤고, 컨설팅회사인 MBB중에 한 곳에서 에너지 석유화학 분야쪽 어쏘로 일하다가 외국계 대형 트레이딩회사로 옮겨서 일본 도쿄랑 서울 등에서 실제 석유화학 트레이딩업무에 10년이상 종사하고 있는 사람이야.

아까 석유화학관련된 질문이 있었던 것 같아서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어.

내용이 꽤나 길지만, 나름 관련 업계에서 이 분야 전문가니까, 그냥 간단하게 우리 지역의 산업에서 꽤 중요한 산업인 석유화학에 대해 어떤 형이 현재 내부적 상황을 공유해 준다고 생각하고 읽어봤으면 해.  

특히나 석유화학 산업은 전남북 전체에도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중요한 산업이거든.


단순히 여수산단만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물론 여수공단은 단일 석화산단으로는 거의 아시아에서 제일 큰 산단이고) 그 밖에 군산에도 OCI나 삼양이노켐, SH에너지, 전주에는 삼양화성의 폴리카보네이트 공장, 한솔케미칼의 Latex(수술용 장갑등의 원재료가 되는), 익산에도 국도화학의 에폭시수지, 광양에도 OCI의 아로마쪽 공장이나 카본블랙(타이어에 들어가는) 나주에는 LG화학의 AA(고흡성수지, 기저귀 같은 것의 원료), 옥탄올, 부탄올 등의 공장(나주에서 여수로, 나주역->송정역->서광주->보성->벌교->순천->여천으로 기차가 많이 다녔는데 지금은 아마 익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갈거야)이 위치하고 있어서 전남북 전체의 산업생산에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단순히 석유화학 제조업 뿐만 아니라 부가산업들, 항만시설 관련된 업체들, 도선사들, 터크보트들, 라인맨 줄잡이들부터 각 선박대리점들, 혹은 하다못해 선원들에게 담배나 물, 식료품을 제공하고 보트 운영하는 업체들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석유화학산업의 기본적인 흐름은,

1. 사우디 등 중동에서 원유를 구매(원유트레이더들이나 - 보통 아시아쪽은 싱가폴에 거점이 많음, 혹은 국내 4개 정유사가 직거래를 통해 구매), 쉽게 말하면 유조선을 가지고 정유사들이 위치한 여수, 울산, 충남 서산시 대산읍으로 들어옴.

실제 배를 운용하는 나로서는, 여수 >>>>>울산>>>>>>>>>넘사벽>>>대산으로 운용이 편하고 비용이 절감되는데 이는 정유 석화산업에 종사하는 아시아의 어지간한 사람들이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야. 


2. 원유 자체는 바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CDU(Crude Distillation Unit)이라는 정유사가 가진 설비에 원유를 투입하고,

이를 가열해서 각 반응 온도에 따라 탑을 따라 분리가 되고(경유, 휘발유, 항공유, 등유, 나프타, 아스팔트, 잔사유 등)


3. 여기까지가 정유업의 역할이었다면, 여기서 나프타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기본적인 화학산업의 시작이야.

   1) 정유사가 각 산단에 위치한 나프타크래킹센터(NCC)를 가지고 있는 석화사에 생산된 나프타를 판매하여, 

    여수로 치면 여천 NCC, 롯데케미칼(구, 호남석유화학), LG화학이 자사 NCC에 나프타를 투입하여, 또다시 온도에 따라 가벼운 순서대로 에틸렌(C2), 프로필렌(C3)부터 시작하여, C4, C5, C6~~~~등등으로 각 탑을 타고 분리가 되지. 

 C는 탄소의 화학기호인데, 모두가 아는 다이아몬드도 탄소덩어리고, 석유도 탄소 덩어리야. 탄소가 2개가 붙어있으면 C2고, 3개가 붙어있으면 C3가 되겠지?  

   2) 혹은 정유사가 잔사유(쓰레기)를 한 번 더 걸러서 비싼 기름을 조금이라도 짜내고자, FCC라는 유닛에 투입하여 C3프로필렌을 생산 

   3) 여수에는 없고 울산에만 있긴 한데, 중동이나 미국에서 프로판(C3)을 가지고 들어와서, 프로필렌을 생산(C3)하는 것 - PDH


이게 기본적인 석화산업의 상류의 흐름이야. 

중국에서는 여기에 더해서 미국처럼 에탄을 가지고 에틸렌을 생산한다든지, 석탄에서 나오는 메탄올이나 혹은 석탄 그 자체를 가지고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한다든지의 설비도 도입하여 생산하고 있어. 

프로판도 C3고, 프로필렌도 C3인데 뭐가 다르냐고? 

쉽게 얘기하면 프로판은 C3H8이고, 프로필렌은 C3H6의 구조라, 쉽게 말하면 수소가 하나 더 붙어있다고 보면 돼. 

그래서 위의 3번의 PDH는 탈수소공정이라고 부르는 거야.


이러한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C4)등으로 시작해서 하류의 유도품들까지 생산을 하는 체인 전체를 화학산업이라고 부르는데,

업체마다 특성을 갖고 있는 제품들도 있고, commodity라고 누구나 다 생산하는 제품들도 많아.

가장 흔히 생산되는 제품은, 에틸렌 2개를 중합시켜서 만드는 폴리에틸렌(PE), 프로필렌 2개를 중합시켜서 만드는 폴리프로필렌(PP)등이고, 그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도 일부 첨가제를 섞어서 수 많은 그레이드를 생산해서 각 산업에 적합한 제품들을 공급하고 있어서, 가히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울 만하지. 

단순히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모든 플라스틱 제품 뿐만 아니라, 의료용품, 가구, 의류, 건설현장, 자동차산업, 반도체 세정액(IPA), 기저귀, 포장지들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다고 보면 돼.


이러한 측면에서, 결국 우리지역에 중요한 산업인 석유화학 산업이 잘되냐 안되냐는

1) 수요가 흥한다. 2) 공급이 부족하다.

의 2개가 결정을 하겠지? 


2015년부터 2021년까지는 정유산업은 부침이 있었지만, 화학산업은 굉장히 좋은 사이클에 올라탔었어.

특히 코로나가 처음 터진 2020년은 1), 2)가 동시에 맞물려 화학산업들의 실적히 굉장히 좋았고, 정유사(GS칼텍스 등)은 완전히 망해버렸지만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 등은 역대급 실적을 내던 해였어.

이 시기에는, 1) 수요가 흥한다 ->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부직포용 수요가 급증했었고, 포장지나 비닐장갑, 방역기구, 그리고 돈이 풀리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동차나 반도체, 컴퓨터, 가구 구입등이 급증하면서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고,

2) 공급이 부족하다 ->  위의 설비들은 트러블이 나거나, 혹은 3-4년에 한 번 씩 하는 정기보수시에 라이센스사(국내 회사들은 거의 자기들 기술이 없다, 다 해외 기술 도입해서 규모의 경제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설비가 대부분이야)의 슈퍼바이저가 와야하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그들의 입국이 어려워졌고, 특히 최대 수요국인 중국은 더 철저하게 막아댔기 때문에 신규 공장의 가동도 늦어지고, 꺼진 공장의 재가동들이 늦어졌고 + 비행기가 안 다니고 자동차가 안 다니다보니 항공유나 가솔린의 수요가 급감하여 정유사들은 생산을 줄일 수 밖에 없어서, 아까 얘기한 FCC 등의 설비도 당연히 가동률이 줄었고 화학제품 생산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어.


이러한 꽃놀이패를 즐기다가 2021년 하반기 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는데,

첫째, 큰 흐름으로 정유사들이 화학산업 쪽으로 많이 넘어오기 시작했어.

정유사들의 기본 돈벌이는 휘발유야. 그러한 휘발유가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들이 개발되고 생산되면서, 그리고 유럽이나 미국, 혹은 한국에서도 소위 그린정책, 예를 들면 프랑스 파리부터 해서 유럽 각 국에서는 2030년대 이후로는 휘발유나 경유차의 생산을 금지한다고 하지? 이러한 움직임이 정유사들의 불안감을 일으켰고, 국내의 GS칼텍스, SOIL,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등도 자체적으로 혹은 석화사와 JV를 맺고 화학쪽으로 진출하기 시작해. 어차피 원료인 납사나 오프가스들을 자기들이 생산하다보니 원가 경쟁력이 더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렇게 되면 당연히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는 석화사들이 힘을 잃게 되고.

21년에는 LG가 여수에 신 공장을 증설하였고, GS칼텍스도 MFC라는 신규 에틸렌, 프로필렌 설비를 가동시켰어, 현대오일뱅크는 롯데랑 손을 잡고 대산에 NCC를 돌리기 시작하였고, 26년에는 울산에서 에스오일이 또 석화공장을 만들거야. 

이렇게 공급이 급증을 하니 가격이 박살날 수 밖에 없겠지?

둘째, 코로나 때 급증했던 내구재 수요등이 잘 안 돌아와. 다들 자동차들 1-2년에 바꾸지 않잖아? 컴퓨터도 마찬가지고, 가구나 이런 비싼 내구재 제품들은 한 번 사면 그 사이클이 거의 끝나. 금리를 올려서 자동차나 집을 구매하는 것도 힘들어지고 거시 경제 전반에 침체가 깔린 상황에서, 소비가 더 늘어날 수 있을까? 

후술하겠지만, 최대 수요처인 중국 부동산 위기로 인해, 중국 내 건설현장들이 스톱되면서 거기에 공급되는 수 많은 우레탄 폼이라든지, PVC등 파이프, 여러 복합수지 등등의 수요가 다 사라지면서 더 타격을 받고 있어. 중국경기 자체가 박살이 나다보니 다른 제품들에 대한 수요도 아작이 나고 있지. 

셋째, 한국의 석화제품은 거의 다 중국으로 판매해. 대체 할 수 있는 곳이 있느냐? 없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그리고 올해 2023년에도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수출, 그 밑단 유도품들의 수출처는 거의 중국이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탈중국을 외치지만, 그건 불가능 해. 석유화학 업계는 아시아가 압도적으로 크고, 10프로 조금 넘게 유럽, 10프로 조금 넘게 미국, 그리고 그 압도적인 아시아에서 압도적인게 중국이라, 다른 나라에는 한국의 그 많은 물량을 밀어넣을 수도 없을 뿐더러, 운임 자체가 올라가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석화사들의 목을 조를 뿐이야. (전세계에서 기초유분의 가장 큰 수요처는 중국, 가장 큰 수출국은 한국이야)

그런데 이러한 중국에서, 전술했던 바와 같이 신규설비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어. 국가 자체에서 7대 석화단지를 만들겠다는 중국정부의 정책적 목표도 있고, 최대 시장 자체가 중국이고, 저렴한 자국산이라든지, 혹은 한국에서는 접근이 불가한 초 저렴한 러시아산, 베네수엘라산, 이란산 원유 및 납사, 천연가스등을 도입하기 때문에 코스트 측면에서도 절대 유리한 상황이야.

일례로 예전에 한국이 수 없이 팔아 제끼면서 돈을 벌었던 PTA라는 제품(PET등 폴리에스터의 원료)은 완전히 자급자족하기 시작하면서 근래에는 관련 한국 공장들이 가동을 정지하거나 저가동을 하고 있어. 그러나 보관조차 할 수없는 위험한 액화가스인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의 수입이 중단된다? 이러면 석화사 뿐만 아니라 정유사들도 아마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을거야.


이러한 상황에서 위기 타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하면 솔직히 현재는 없어.

마켓에서 많은 사람들은 2028년은 되어야 다음 사이클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만 하고 있어.

중국의 경제 위기, 달러 조달의 어려움등으로 중국이 신규투자나 증산을 일단 멈추고, 그 이후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서 수요가 회복되는 그림이 아니면 현재는 어려워.

한국의 수 많은 설비들은 아까도 얘기했지만, 거의 자기 기술이 없고 외국(미국, 일본, 유럽)에서 도입한 라이센스를 가지고 규모의 경제로 승부를 보는 시스템이야. 그런 측면에서 뭐 하나 트러블이 나도 관련 부품을 외국에서 생산해서 가지고 와야 해.

어떤 대규모 신규공장 투자가 있다, 바이오 제품등 신규 사업에 투자한다, 이거는 거의 외국 업체에 로열티 주고 사 오는거야. 그 라이센스의 거의 대부분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등이 갖고 있어, 괜히 G7이 아니야. 

신규 투자하려고 해도 이미 선점한 분야의 벽을 넘기가 참 힘들어, 돈은 돈대로 쓰고 벌이는 시원치 않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니 그냥 로얄티를 주고 사와서 공장을 건설하는거야.

참고로 이웃한 일본은 이미 2000년대 부터 경쟁력 없는 업체끼리의 통폐합을 유도하고, 설비를 줄여나가고 있어. 더 이상 가격 승부가 되지 않는 저렴한 commodity 제품들은 생산중단을 유도하고 고품질 제품 + 라이센스 산업 + 제약 의료기구 등 신규 고부가산업 진출 등으로 유도하고 있어서 실제로 수출 수량은 많이 줄었어. 일례로, 한국은 프로필렌이라는 제품을 연간 160만톤 이상 수출하고 있고 수출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일본은 2014년만 해도 한국하고 비슷한 120만톤을 수출하다가 (이때는 한국 일본이 비슷) 현재는 50만톤 언저리까지 줄어들었거든. 

그런 측면에서 LG화학이 엔솔을 만들어 베터리 사업에 진출하고, 롯데는 전북 완주의 일진하이솔루스 등을 인수해서 배터리 쪽으로 나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석화산업 자체의 경쟁력으로만 보면 사실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아주 낮다고 볼 수 밖에 없지.  

전 세계적으로 정말 여수처럼 좋은 항구도 못 봤는데, 나 개인적으로도 국내의 수 많은 석화업체나 연관 산업 관련자들을 만나면서 돌파구를 찾고자 노력중이야. 

군산과 목포를 떠 받치던 조선업이 어려워진것처럼, 다음번 중국발 증산으로 인해 어려워지는 대규모 장치산업은 석화산업인 것 같은 느낌은 있어. 고향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도 불안하지만, 정치인들도 기업인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새로운 산업을 유치하고 발전시켜 나갈 방향을 잘 찾는 우리 고향 호남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