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다고 말했다" vs "우선순위 걱정일 것"


재경전북도민회 회장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지난 10월의 한 행사장에서 "새만금국제공항과 관련해 필요없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행사 참석자들 사이에 해석 논쟁이 일고 있다.


12일 전북 정치권에 따르면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지난 10월 30일 서울의 모처에서 열린 '재경전주시민회 창립총회'에 참석해 20여분 동안 축사를 했는데, 이 내용을 놓고 서로 엇갈리는 전언과 해석이 나오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논쟁은 양경숙 민주당 의원이 이날 전북도의회 기자들과의 간담에서 김홍국 회장의 40여일 전 축사 내용을 전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재경전주시민회 창립총회에 참석했던 양경숙 의원 모습 ⓒ양경숙 의원 블로그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양경숙 의원은 "김홍국 회장이 당시 20여분간 축사를 하면서 '새만금은 계획에서부터 문제가 많다. 특히 공항은 필요가 없는데 만든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며 "김 회장의 발언이 황당해 함께 식사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이 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도 "김 회장의 당시 발언 강도는 오히려 오늘 제가 전했던 것 보다 더 셌다"면서 "도민회장으로 저 정도의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해도 되나하고 걱정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행사에 참석했다는 다른 인사는 "김홍국 회장이 '공항은 필요 없다'는 식으로 딱 잘라 말한 것은 아니었다"며 "정부의 새만금 방향을 지켜보면서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걱정했던 뉘앙스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행사에는 재경전주시민회 관계자와 축하객 등 80여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에 참석했다는 60대의 또다른 한 관계자도 "김 회장이 20여분 동안 축사를 했고 새만금국제공항을 이야기한 것은 맞는다"며 "다만 '우선 당장 공항 수요를 예측할 수 없다. 수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해야 하겠지만 당장 시급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회장은 새만금 개발에 아주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공항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앞뒤 문맥이나 좌우 사정도 없이 '새만금공항은 필요없다'고 딱 잘라 말했겠느냐"고 덧붙였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 전북도청에서 특강을 하는 모습 ⓒ전북도

일각에서는 "양 의원이나 김 회장 모두 새만금 주요 SOC 예산 복구와 공항 등의 기반시설 확충 필요성을 가장 잘 알고 가장 많이 신경 써온 사람"이라며 "서로 공항을 걱정하는 심정에서 해석 논쟁이 발생한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중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 새만금 주요 SOC 예산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날 기자간담에서도 "새만금공항은 580억원 중 66억원인 11.4%만 반영됐다"면서 "가덕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흑산, 백령, 울릉, 서산 등은 모두 반영된 것과 비교하면 있을 수 없는 예산 편성"이라고 정부를 정조준했다.


김홍국 하림 회장 역시 평소에도 새만금을 '1특구 2허브'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지난해 10월 전북도청에서 한 특강에서는 "새만금은 동아시아 시장의 지리적 중심이자 세계적 성장모델 K-경제의 상징공간"이라며 "새만금의 여건 및 잠재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시장이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식품허브'와 '컨벤션허브'를 우선 추진하고 두 개의 개발프로젝트를 실현시켜 새만금 종합개발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김홍국 하림 회장은 지난 11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에 동행해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