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구-광주를 자주 오간 일이 많기도 한 만큼 어제는 신나서 지리산 휴게소 사진 올리고 했는데, 챈에 보니 마냥 좋아하지만은 않고 특별법 추진이라는 ‘정치력‘에 의해 추진됨을 다소 염려하는 듯한 글도 보여서 나도 간단하게나마 의견 더해봄. 뭐 사람마다 의견 다른 거야 당연한 거고, 내가 인프라 관련해서 딱히 지식이 깊은 편도 아니니 그냥 지나가다 보는 정도로 봐주면 감사하겠음.


인프라에 ‘정치’가 묻는 것에 대해 좀 부정적이라 하는데, 안 그런 게 있나 싶음 사실. 결국 법과 제도 등의 ‘구조’는 어느 시점에 다 만들어지고 정착한 거지 불변하는 진리와 같은 규정이 아님.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진짜 권력 내지 극강의 정치력은 그 ‘구조’ 자체의 층위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지 일단 구조를 받아들인 후의 개별 사안 층위에서 노는 수준이 아님. 즉 구조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게 진짜 권력이고 오늘날 한국에서 그런 파워는 당연히 수도권에서 갖고 있음.

소위 산업화 시기에 곡가는 낮게 묶어두고 ‘가치가 높은’ 것을 생산하는 공업은 특정 지역에 국가단위로  건설하는 것, 대광법 이전 초기 서울 인근 경기도 전철들 다 국비로 깔고 운영하다가 이제 지자체 부담 규정되며 진입장벽 높이는 것, 전기사용료를 낮게 고정한 채 전국에서 다 똑같이 받아오면서, 지역 단위로 볼 때 전력 자급이 안되는 수도권에 저렴한 전기로 가치 높은 것을 생산하는 기업들 계속 입지시키는 양상 등. 농수산물이나 전기요금의 가치는 낮게 규정한 채로 그것의 생산은 ‘지방’에 외주화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그 구조 위에서 이익을 취하는 거지. 이미 구조를 그렇게 만들어논 채로 경제성 등을 따지면 당연히 인구가 많은 게 장땡이고. 단적으로 수도권 전철이 사람이 많다고 한들 자체적으로 수익이 되는 것도 아니고, 새로 노선 파면 팔수록 적자 폭은 커지는데 그 재원은 지자체보다는 중앙 차원의 교부가 더 큰 몫인 거라 부담은 또 나누지.

이번에 달빛철도는 ‘구조’를 건든 건 전혀 아니고 그냥 한 가지 사례 쟁취일 뿐임. 그런데 사실 나는 이러한 달빛동맹의 힘에 대해서도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음. ‘정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긴 한데 그건 여기에 쓰기는 이 커뮤니티 규칙에도 안 맞으니 생략하겠지만, 달빛철도 특별법도 원래 가장 잘 풀렸다면 작년에 통과됐겠으나 한 번 걸림돌이 이미 있었고, 또 복선고속 등의 원대했던 초기 안도 다 깎여나갔음. 사실 거대양당 체제에서 그 내부를 좀 면밀히 들여다본 사람들은 호남과 대경이 당의 현직 파워와 좀 엇나가는 지점이 많다는 것도 느낄 거임. 그냥 그 지역에서 정치를 하려면 그 당적인 게 유리한 거지 중앙당과 뜻이 합치한다는 법은 없는 거니까.어제 이런저런 지역에서 별의별 철도 구상이 함께 발표되었는데, 사실 달빛철도가 어제 ‘정치력’으로 통과될 수 있던 것에는 다른 지역 정치인들도 그만큼 최소한 계획이나마 자기 지역 이익에 대한 언질을 받는 거래가 됐으니 된 거 아니려나 싶기도 함. 그리고 애초에 광주-담양의 경우 원래 1922년부터 철도 있던(이후 남원 금지역까지도 이어짐) 거를 1944년에 전쟁하며 뜯어갔다가 이후로도 기공은 해놓고 실제 공사는 안된 그런 케이스인데, 이게 이제서야 되는 게 오히려 한국 개발사의 여러 특징을 담아내는 장면이라 생각됨.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별법은 현행 ‘구조’를 뛰어넘는 특수경로인 거지 그게 뭐 편법은 아님. 무슨 광주대구 사람들이 칼들고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지역 입장에서는 좀 안타깝지만 사실 광주대구가 힘을 합친다 한들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가 하는 것도 나는 회의적이고, 이렇게 하나씩 사례 얻어내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더 말도 안되는 거 언질받는 느낌도 듦. 물론 그 장래 언질을 실현시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긴 하고, 그렇기에 이번 특별법이 큰 성과이긴 하지.

쓰다보니 좀 글이 여기저기로 튀어나갔는데 내가 한국의 인프라 구조에 대해 잘 모르면서 헛소리한 거일 수도 있고 해서 좀 걱정이 되긴 하네. 


아무튼 요하자면,

1) 인프라에 ’정치‘는 어디에나 묻어있다. 진짜 권력은 ’사례‘가 아닌 ’구조‘의 차원에서 공모를 하는 것이고 현 구조는 수도권에 유리하다.

2) 달빛철도는 하나의 사례 쟁취일 뿐이나 그것도 오랜 시일에 걸려 겨우 얻은 값진 성과이다.

3) 개인적으로는 광주-대구의 ’정치력‘에 낙관적이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