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적어본 역대 정보수사기관, 국가정보학 관련 정보글 모음집.
정보길드의 현실판, 민간기업 정보팀(+PIC분석가가 들려준 이야기)
어제 적은 세 편의 테러리즘 관련 정보글에 이어 대테러 정보글을 작성하려고 함
이번편에서 다룰 내용은 '대한민국의 대테러 조직 및 기관'
대테러(Counter Terrorism)는 21세기 들어 정보기관/수사기관 사이에서 굉장히 중요도가 높아진 분야임.
저번편에서 언급했듯 9.11테러를 기점으로 시작된 GWOT(Global War On Terrorism : 테러와의 전쟁)로 인해 탄생한 뉴테러리즘, 자생적 테러-외로운 늑대(Lone wolf)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테러단체들의 TTP(Tactics-Techniques-Procedures) 또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기존의 테러 양상과 달리, 점조직화/지능화/첨단화/심리전의 영역으로 확대됐음.
특히 정보화 시대와 함께 찾아온 전 세계적인 인터넷 공급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
(테러단체가 인터넷을 활용하는 6가지 방법.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적을 중동 테러단체편에서 다룸.)
이렇게 테러의 트렌드가 변화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국가기관의 대응방식 또한 달라질 수밖에 없었음.
냉전도 끝났겠다, 자유진영과 (구)사회주의진영 정보기관들이 테테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우방국 대테러 부대들의 연합작전이나 테러리즘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등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리나라도 꽤 오래전부터 테러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고, 2000년대부터는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음.
그렇게 탄생한 기관이 대테러 센터이고, TIIC나 다른 기관들도 많긴 한데... 이딴 건 인터넷만 뒤져도 나오는 내용이니까 빠르게 정보수사기관 소개로 넘어가자.
[느그나라의 우당탕탕 대테러 정보수사기관들]
1. 국가정보원 산하 테러정보통합센터(TIIC)와 관련 부서들.
국가정보원 입사를 준비했거나 관심이 조금 있는 장붕이라면 '수대방'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임. 수사-대테러-방첩.
국정원은 대한민국의 유일한 국가정보기관으로 대한민국 대테러 체계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
국가정보기관=한 국가의 정보활동을 책임지는 부처인지라 주인공이 먹어야할 기연 싹 빨아먹고 회귀자, 빙의자 급으로 거의 모든 걸 다 해먹는다고 보면 됨. 국내외 대테러정보수집/정보분석 및 작성과 배포(유관기관에 전달)/국외 정보수사기관과의 대테러정보 협력 및 공유/TIIC 운영/국외 테러활동조사 등등등...
특히 국무총리가 지휘하는 대테러 센터를 가장 밀접하게 지원하는 곳이 TIIC라서 사실상 대테러와 관련된 모든 정보, 특히 핵심적인 정보는 국가정보원을 한번쯤은 거쳐간다고 보는 게 맞음. 아예 센터에 국정원 직원 O명이 파견되어 있기도 하고.
관련 업무는 위에 쭉 써놓기는 했지만 정보기관의 특성상 FBI 같은 해외 정보기관과 협력하는 일이 굉장히 많기도 함.
(국정원 견학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마지막에 해외 정보기관이랑 교류했을 때 선물받은 징표 같은 것들이 전시된 방을 쭉 보여주는데, 거기 잘 보면 이란/중국/러시아 이런 애들도 있음)
국가정보원은 지금까지 어떤 대테러 활동을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지만..
(석방협상 당시 탈레반 인물과 등장한 국가정보원 정보관.)
아프가니스탄 선교하러 갔다가 붙잡힌 모지리들을 데려오려고 국정원 정보관이 직접 아프간으로 날라간 사실이 언론에 노출된 적은 있음.
CIA 같은 외국 정보기관들의 대테러 전담부서의 공통적인 임무, 또는 2004년 우리 정부가 가입한 '테러자금조달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 등과 같은 대테러 관련 협약들을 쭉 살펴보면 국정원이 이와 연관된 활동들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겠네.
2. 경찰청/국가수사본부 산하 안보수사국, 치안정보국, 외사국.
국정원의 위상에 밀려 큰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경찰청과 국수본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 국가정보학에서 정의하는 학술적인 개념으로나, 실질적인 업무로 보나 경찰은 국내정보/방첩/대테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정보수사기관이기 때문임.
안보수사국의 경우 안보사범(흔히 말하는 북한 간첩)/제3국 간첩/산업스파이/남북교류협력법-부정경쟁거래법-관세와 외국환 거래법(이쪽은 안보와 연관된 부분이 많아서 안보수사국이 담당함)을 위반한 범죄자 등을 주로 수사하는데, 테러리스트도 바로 여기에 포함된다.
일단국수본에 들어간 안보수사국 본부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음. 내가 아는 선에서 본부쪽 업무를 적어보자면...
◈안보기획관리과
→ 인사/운영/예산 등 기획업무, 북한이탈주민 신변보호, 국내선 공항의 안전, 남북CIQ(출입사무소) 보안, 대통령의 경호안전대책 업무를 담당.
◈안보수사지휘과
→ 시-도경찰청의 안보수사 지휘, 사이버 안보범죄 관련 수사 기획, 안보경찰의 수사장비 및 관련 프로그램 연구개발 등을 담당.
◈안보범죄분석과
→ 안보사범 및 북한 관련 대북첩보수집 및 분석(주 루트는 탈북자를 통한 탐문/북한 공식방송매체를 통한 OSINT - 해외로 직원을 파견하는 건 아님!), 대한민국의 다른 정보기관 및 해외 정보수사기관과의 협력.
◈안보수사과
→ 본부 직할의 수사부서로 총 2개로 구성되어 있음.
여기서 시도경찰청으로 내려가면 각 청마다 안보수사부(서울청), 안보수사과(나머지 청들)가 배치되어 있음. 서울경찰청은 국내 최대 규모의 경찰청이기 때문에 안보수사부 내에 수사지원과/수사과가 따로 분리되어 있기도 함.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부 산하 지원과는 수사관리계, 첨단수사계, 북한이탈주민 담당부서(이름 까먹음), 수사계 등이 있고. 같은 부 산하 안보수사과는 총 6개의 수사대로 이루어져있는데 마지막 수사대가 테러리스트/산업스파이 같은 신안보사범을 담당하고 있다.
* 나머지 5개의 수사대는 국가보안법 위반자나 기밀유출한 범죄자를 담당함.
물론 안보수사국만 이러한 대테러 업무를 하는 건 아니고 외사국이나 정보국도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긴 한데...
정보경찰쪽은 자세히 적기가 애매하고, 외사국은 경찰조직개편 과정에서 산업스파이 및 대테러 수사업무는 안보국에 뜯기고 외국 관련 수사는 다른 부서에 강탈당하면서 사실상 수사활동을 못하는 처지가 됐다.
뭐 외사정보수집이나 국제 수사기관 협력, 인터폴 공조 등등 아직 활동하는 분야가 있긴 한데... 업무 떨어져나가고 예산 뜯긴 뒤로 외사국 자체가 인터폴 공조도 제대로 못하는 둥 멜랑꼴리하게 변해버렸다는 이야기가 많음.
아마 떡실신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듯?
3. 국방부 산하 방첩사령부(前군사안보지원사령부)
뭐 간부들이 가끔 이쪽 얘기를 꺼내면 '기무사 쟤들은 일도 안하고 노네~' '간첩 잡는 업무는 거의 안한다~' '남들 뒷조사만 하냐~' 등등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들만 나오긴 했지만, 방첩사(기무사)도 엄연한 군 정보수사기관이다보니 당연히 군사보안/군 방첩과 연관된 수사나 대테러 활동도 맡고 있음.
국가정보원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활동을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으나, 기무사령부 시절 예편한 모 정보관이 여러 중동국가들을 오가며 국외대테러정보수집을 맡았다는 걸 감안하면 아마도 국정원과 비슷하게 정보수집/분석 관련 활동을 해왔을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겠네.
최근 들어 방첩사령부의 명문화된 직무범위가 대테러 지원 등으로 확대된 걸 보면 앞으로도 꽤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본다.
참고로 언급되지 않은 부문정보기관인 정보사령부나 777사령부는 대테러 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다.
두 곳은 외국군에 대한 군사정보수집 및 분석이 주 업무인 곳이라 중동-아프리카 지역담당관들이 테러단체에 대해 조사할지언정(자기 담당 지역이니까 조사는 해야됨) CIA처럼 막 아프가니스탄 산골짜기를 들쑤시면서 탈레반 잡고 이런 일은 하지 않음.
그거 아니어도 충분히 하는 일이 많아서 문제지...
대테러가 범위도 넓고 좀 복잡한 분야라 조사하기 막막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재밌네
근데 뭐 수대방은 워낙 관심도 없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또 나랑 상관없는 분야다보니 크게 와닿는 건 없네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정보글은 중동 테러단체의 Modus Operandi와 TTP나 써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