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LC - 즉 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으로, 위 사진에 나와있듯이 한국어 제목은 '완전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이다. 이것의 흥미로운 점이자 가장 큰 단점은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적 사회주의에 기반한 것이 아닌, 이름만 공산주의인 공상적 사회주의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것이다.


 FALC에서 기본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AI의 도입에 의한 탈노동 사회의 도래, 2. 이를 통한 탈노동 사회 속에서의 만민의 풍요로운 세상. 그런데 이 책 어디에서도 노동의 중요성이나 노동자 계급의 숭고함에 대해 논하는 순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러한 노동이 '필요없는' 사회가 올 것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이 굉장히 '배신감'마저 느낄 듯한 것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상당히 계급의식과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애초에 이것이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겨냥하여 쓰여진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인 아론 바스타니는 진보 평론가이나 우리가 생각하는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지도 않고, 이 책에서 주장하는 '탈노동' 사회를 위한 계급의식의 각성이나 촉구, 혹은 투쟁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다르게 말하자면, 너무나도 낙관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호화로운 사회'를 주장하는 FALC이나 정작 그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속에서 노동하지 않는 인간의 자기소외성과 철학적 풍요에 대한 도외시는 전혀 우려하고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실리콘벨리 엘리트들의 견해를 대표하고 있는 FALC의 주장은 결국 "기본소득"이라는 체제안정성의 포퓰리즘적 성격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FALC에서 제시하고 있는 '미래상' 그 자체는 주목할 만 하다. 외우주 탐사를 통한 자원부족의 극복, 대체식품을 통한 환경복원으로의 지향성 등 재미있는 주장은 많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장점을 이 책의 현실과의 유리성 - 즉 계급투쟁이나 현 노동자들의 고통 등 - 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이 전부 상쇄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것이다.


 물론 저자의 개인적 정치성향이 '온건'하거나 계급영합적 성격을 가진다면 그것에 대해서 계속 매도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채널을 이용하는 유저가 FALC를 읽고 그 이상적 주장에 현혹되는 일이 없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를 강조하고자 한다. 애초에 FALC의 주장은 노동의 존엄성과 인간소외로부터의 회복보다는 임금노동과 AI의 도래로 인한 일자리 소멸이라는 피상적인 개념에만 초점을 두고 있기에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말이다. FALC는 소위 '강남좌파'적 성격을 띄는 이들에게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소득 개념은 결국 무산자 계급이 다시 권력층에게 금전적으로 예속되거나, 노동하지 않는 '배부른 돼지'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마르크스가 밝혔듯이 인간을 동물과 구별시키는 개인 중요한 구별점은 사유한다는 사실이 아닌, 자신의 생계 수단을 생산한다는 사실이라는 것이 명확하다. 자유로운 의식적 활동인 노동에 대한 본질적 숭고성을 강조하지 아니하고 오직 탈노동을 외치는 FALC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은 마르크스주의적 사유를 통해서 충분히 통찰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