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150 이하 남성들 미소녀로 TS 시키기 VS 그냥 살기]


미치기 시작하면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상태로 미친다고들 한다.


그래서 허공에 저 글자가 보였을 때 안도했다. 그나마 정신이 온전할때 알게 됐으니까. 그러니 고칠 수 있다.


허나 호기심이 문제였다. 어차피 허상이겠다, 무슨 문제라도 생기겠어? 어차피 허상일 뿐인데.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전자를 선택하고 정신과에 갔다. 그리고 정신과에 도착했을 때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저 문장은 정신병으로 인한 환각이 아니었고, 내가 선택지를 고르는 모습이 전세계에 송출됐다.


그로인해 앞으로 정신과에 자주 오게 되겠지. 생리대도 주기적으로 사게 될 테고.


*


"이 씨발련아 내 몸 돌려내!"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미끌거리는 것이 이마에서 볼을 타고 목으로 흘러내린다.


뒤늦게 고통과 불쾌감이 밀려왔지만 날 향해 씩씩거리고 있는 여성을 보니 죄악감이 머리를 강제로 끌어내린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죄... 송합니다."


사과 한마디만 남기고 집으로 도망갔다. 죄책감은 있어도 그녀를 마주할 용기는 없었기에.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말이자, 지금은 제일 싫어하는 말을 인용해보겠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집으로 도망쳤으나 적막해야 할 공간은 듣기 싫은 말로 가득했다. 나를 원망하는 사람이 무단 침입한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선택으로 인한 언론의, 유튜브의, 커뮤니티의, 수혜자의, 피해자의 반응이 TV에 나올 뿐이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뢰로 터져버린 내 다리가 다시 자라났어요! 하하하! 다리가 없어서 150센치 이하로 인정되다니!]


[시발 너 때문에! 결혼한지 3년 된 아내랑 이혼하게 됐다고... 도합 13년의 시간이!! 너 때문에 없어졌다고!!]


물론 끌 수 있다면 진작에 껐다. 조상님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했다.


나는 조상님들의 말씀에 TV가 없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뭔가 빠르게 배속되는 느낌이 들었다.


느낌으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거울을 보니 머리 위에 떠오른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시험 삼아 거실로 나가니 숫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반으로 줄었고.


"아마 나에게 VS놀이를 시키는 초월적 존재가 TV를 보기 원하는 건가?"


TV를, 내 선택에 대한 반응을 안 보면 머리 위 숫자를 줄여가면서 페널티를 걸 정도로?


그럼 음식을 사기 위해 나갔을 때는 왜 페널티가 없었을까. 내가 고의적으로 피해야 페널티가 가해지는 걸까?


아직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왜 하필 날까,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누구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걸까.


도저히 알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냥 TV에 집중했다.


*


그 길던 숫자가 어느새 10의 자리에 도달했다. 이윽고 숫자가 0이 되자 저번처럼 허공에 글자가 떠올랐다.


이번에도 그냥 살기가 나와라...!


[모든 사람의 뇌를 제외한 모든 신체를 정상화 VS 모든 사람들 뇌를 정상화]


[기한은 10년이며, 정상화란 질병, 부상이 없는 상태를 의미]


뭘해도 반대편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욕 먹게 생겼네. 그냥 자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