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신이 드시나요?


아, 지금 무리하게 일어서려고 하지는 마세요. 아직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으니까요.


옆 마을에 생필품을 구하러 가고 있었는데, 눈 속에 파묻혀 계셨던 것을 제가 발견했어요.


좀만 더 늦었으면 영영 발견하지 못했을 뻔했는데, 다행히 숨이 붙어 있어서 체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여기로 데려왔답니다.


이 설산은 기후가 좋지 않아 1년 내내 폭설이 내리는 곳이라 절대로 인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그런 이유 때문에 좁은 분지에 집들이 밀집되어 있죠. 그래야 서로 필요한 것들을 공유하기도 편하고요.


여기 있는 이유요? 그야 저는 수백 년 동안 가문 대대로 가업을 물려받으며 여관을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사경을 헤매다 겨우 깨어나신 분에게 여관 이용료를 받아낼 만큼 잔인하진 않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저에게 보답을 하고 싶으시다면 저도 생각해 둔 게 있으니 굳이 거절하진 않을게요~


그리고 방금까지 같이 있었던 동료들이 어디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는데, 몬붕 씨는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깨어나신 지 벌써 열흘이나 지났어요.


아쉽게도 몬붕 씨의 동료분들은 찾을 수 없었답니다. 파릇파릇한 몬붕 씨의 동료분들이 함께 발견됐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텐데..


아, 방금 전에 했던 말은 그냥 잊어주세요. 같이 오셨다면 극진하게 대접해 줬을 텐데, 뭔가 아쉬워서 해본 말이니까요.


그건 그렇고 몬붕 씨, 상처가 완전히 아물고 나서 저랑 이것만큼은 반드시 지켜주세요.


절대로 이 설산을 자력으로 탈출하려고 시도하지 마시고, 외출할 때는 꼭 저랑 같이 동행해 주세요.


그리고 오늘 하루만큼은 답답하시더라도 절대로 이 여관 밖으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여기는 가혹한 자연환경만큼 치안이 나쁜 곳이라 특히 지금처럼 해가 지는 시간대에 함부로 외출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거든요.


네? 저요? 저는 겉보기엔 가녀린 소녀같지만 강한 여성이니까 혼자서 밖에 외출해도 안전하답니다. 웬만한 괴한들은 혼자 힘으로 제압할 수 있으니 안심해도 괜찮아요.


몬붕 씨 본인보다 저를 더 걱정해 주시다니, 몬붕 씨는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게다가 너무 대접받는다고 너무 자책하실 필요는 없어요. 제가 이렇게 극진하게 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 말이죠?


네? 방금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을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건 대체 무슨 의미로 하신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가족이라면 바로 눈앞에 제가 있잖아요? 그리고 여관을 운영하는 가족에겐 여관이 곧 집이랍니다?


분명 저에게 목숨을 구해준 대가로 소원 하나를 들어주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제가 나쁜 기억들을 잊고 편하게 잠들 수 있도록 따뜻하게 안아줄 테니 무의미한 저항은 안 하셔도 괜찮아요~


사실 여기서 몬붕 씨의 생명을 위협하는 건 척박한 환경 외에는 없죠. 몬붕 씨를 집에 데려온 건 다른 마물들이 함부로 몬붕 씨를 노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답니다?


이런 설산에 건장한 인간 남성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어렵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