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본인은 어릴 때부터 괴담이나 무서운 썰 같은거 좋아해서 주변 어른들이나 친구들한테서 각종 괴담들을 들었음.

물론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면서 대부분은 까먹었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이야기들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를 풀어보겠음.

다만 본인이 겪은게 아니고 들은 이야기인데다 들은지 전부 최소 10년은 되어서 중간중간 각색한 것도 있으니

너무 따지진 말고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듣는게 좋을거임.



이 이야기는 어릴 적 친척 아주머니한테서 들은 이야기다. 친척 아주머니의 친구 분 중 한 분은 80년대에 일본에 시집가서 사신다고 하였다. 이 친구 분은 80년대에 백화점에서 안내원 역할을 하였는데 거창한 이름과 달리 그저 손님 분이 물건을 찾으면 위치를 알려드리고 가끔 미아가 나오면 방송실에서 미아 찾기 방송을 하지만 그 이외에는 멍하니 자리만 지키는, 솔직히 이런 자리가 필요한가 의문이 드는 일이었다고 한다. 허나 당시는 80년대 후반 버블경제의 절정 시기다 보니 이런 할 일 없는 자리도 만들어져 돈을 뿌리고 있었고 친구 분도 이런 사실을 알고 남편 분이 벌어오는 돈으로도 생활이 가능하지만 집에만 있기 뭐해서 소일거리로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무료하면서도 반복되는 생활을 계속하던 중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한적한 루틴을 깨뜨렸다.





저희 애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사라졌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달려온 아주머니는 처음 볼 때부터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와서는 뭐라 이야기를 하시는데 너무 횡설수설이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어디 한적한 자리로 데려가 아주머니를 겨우 겨우 진정시키자 아주머니가 꺼낸 이야기는 기묘하기 그지 없었다.



아주머니는 8살 된 아들과 함께 백화점에 오셨는데 3층에서 물건을 둘러보던 중 아들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아주머니는 아들을 화장실에 혼자 들여보낸 뒤, 화장실 바로 앞 의자에서 아들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데 금방 나올 것 같은 아들이 5분, 10분, 심지어 3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는 것이다. 화장실 바로 앞에서 대기했기에 아들이 나왔다면 모를 리가 없을텐데 30분이 넘도록 소식이 없는 아들에 뭔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아주머니는 당장이라도 남자화장실에 뛰어들고 싶었으나 차마 그러지 못했기에 근처를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을 붙잡아 사정을 설명하고 화장실을 둘러봐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화장실에 들어갔다 금방 나온 아저씨가 한 말을 충격적이었다.





저기요, 아주머니. 죄송한데 화장실엔 아무도 없어요. 내가 세면대나 소변기는 물론이고 대변기 칸도 하나하나 열어봤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사색이 된 채 아저씨와 함께 화장실에 들어갔지만 아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아들이 미아가 됐다는 생각에 곧바로 안내원인 자신한테 달려왔다는 것이 아주머니가 전해준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심각함을 깨달은 친구 분은 알고 지내던 남자 보안 요원 2명을 불러서 문제의 화장실에 갔는데 과연 보안요원 2명도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왔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고 진짜 아주머니의 아들이 이 화장실에 들어간 것이 맞긴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그러다 한 보안요원이 CCTV를 둘러보자고 하였다. 80년대라 화질이 꽤 좋지도 않고 CCTV도 화장실에서 꽤 떨어진 데 위치했지만 남보다 키가 작은 남자 아이가 들어갔다 나왔으면 한 눈에 띌 것이었다. 그렇게 CCTV실에 가서 영상을 돌려보니 과연 남자아이 한 명이 아주머니의 손을 놓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장면이 보였다. 그런데 이후 아주머니가 의자에 앉아 30분간 기다리고 길 가던 아저씨 한 분을 붙잡아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고, 심지어 이후 아주머니와 함께 온 보안요원 2명이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까지 보였는데 그 어디에도 남자아이가 나오는 장면이 보이지 않던 것이었다.


아이가 들어가는 장면은 있지만 나오는 장면은 없고, 그렇다고 화장실 안에도 없는 이 기묘한 상황.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해 몇 번이고 영상을 재생했다 되돌리기를 반복하던 도중 보안 요원 한 명이 고함을 질렀다.





"어이, 잠깐! 이 사람 나오는 데에서 멈춰봐!"




멈춘 장면에 나온 남자, 아이가 들어가고 약 5분 뒤 화장실에 들어간 남자. 평상복에 챙이 큰 모자로 얼굴을 가린데다 등에는 등산용 같은 매우 커다란 가방을 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남자가 나오는 장면 보여봐!"


약 5분 뒤, 화장실에서 나오는 남자, 여전히 모자로 얼굴을 가린 데다 등에는 가방을 지고 있었다.



"뭐, 평범하지 않습니까? 이 남자가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것도 아니고 들어갈 때랑 나올 때가 똑같은데."









"아니야! 이 멍청아! 가방! 가방을 잘 보라고!"



그제서야 이상함을 눈치 챘는지 모두가 다시 남자가 화장실에 들어가던 장면과 나오는 장면을 비교하였다.





화장실에 들어가던 남자의 가방은 축 처진 채로 등에 붙어있었다. 가방 안이 비교적 한적하기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화장실에서 나오던 남자의 가방은...
















매우 빵빵하게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래






마치 어린 아이 한명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친구 분은 그 다음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자기가 생각해도 매우 역겨운 상상에 구토감이 밀려와 화장실로 달려가 속을 게웠고 이후에도 몸이 안 좋아 며칠 간 병가를 내셨다. 그렇게 며칠 뒤 다시 복귀하였고 사건이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차마 그 역겨운 상상이 현실이 될까, 아니면 더 최악인 상황이 있을까 싶어 적극적으로 파헤치지는 못하고 보안요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몰래 들었는데 그 때마다 비슷한 살인이 다른 곳에서도 있었다느니, 아이가 화장실에서 토막살인 되었다느니 같은 소문들만 들었을 뿐이다.



물론 그 모든 게 착각이자 헛소문이고 사실은 아이랑 아주머니가 무사히 재회했을 수도 있지만 계속 이 자리에 서 있으면 그 때의 그 역겨운 상상이 계속 생각나 결국 친구 분은 직장을 그만두셨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 안되어 알다시피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되면서 대혼란이 빚어졌고 그 과정에서 친구 분이 일하시던 백화점도 도산하여 공중분해 되는 바람에 그 미아 사건의 진상이 어떠하였는지는 영영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