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예고도 없이 엘리아스에 떨어져 팔자에도 없던 교주 노릇을 하는 교주 

 

 

볼따구들과 시끌벅적 살아가는 엘리아스 생활이지만, 결국엔 그는 인간. 

엘리아스엔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없기에, 

교주는 인간을 만나고 싶은 욕구와 함께, 원래 세계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부모 가족 애인 친구 등)을 매우 그리워하고 있는 상태임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 그리움이지만, 교주는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밝게 웃으며 생활하고 있음 하지만 밤에는 침대에 누워 혼자 몰래 눈물을 훔칠 만큼 그리움은 깊은 상태

 

 

너무나 커다란 그리움 때문일까, 

최근 교주는 밤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꿈을 꿈

그러나 꿈에서 깬 교주를 맞이하는 것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행복이 지나가고 남은 자리에 채워진 공허함 뿐

 

 

애써 우울함을 떨쳐 버리고 일어나 어느 때와 같은 밝고 힘찬 하루를 준비하는 것이 어느덧 교주의 하루 일과가 되었음

비록 우울함을 떨쳐 버리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긴 하지만 말임

 

 

그리고 에스피는 최근 교주가 매번 같은 꿈을 꾼다는 것에 불만이 많은 상태임 

매번 교주처럼 길쭉길쭉한 사람들이 나와서 교주와 즐겁게 대화하며 노는 꿈이 처음에는 흥미로웠지만, 벌써 몇 달 째 비슷한 꿈만 꾸고 있으니 이미 질릴 대로 질린 상태.

교주에게 항의를 해보았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잠깐의 침묵과 함께 미안하다는 말과 미소 뿐인 재미없는 반응

 

 

예전 같더라면 남의 꿈을 왜 훔쳐보냐 노발대발하는 교주를 오히려 놀려먹던 에스피였겠지만, 

지금의 반응은 놀려먹을 맛도 안나는 심심한 리액션일뿐더러 사과하며 웃는 교주의 얼굴 뒤에 묘하게 슬픈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 딱히 뭐라고 말도 못꺼내겠는 상황

 

 

불만이 쌓인 에스피가 스피키에게 이 불만을 털어놓고 있는 와중에 셰이디가 교주의 꿈 이야기를 들어버린 거임 

평소 교주에게 호감이 있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 장난으로 그 마음을 표현하던 셰이디는 이거 또 재미있는 장난거리가 하나 생긴 것 같다 킥킥대며 교주의 꿈 내용을 꼬치꼬치 캐물음. 그리고 에스피의 말은 끝까지 다 듣지도 않은 채 웃으며 자리를 뜸 

 

 

그리고 며칠 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교주는 평소보다 더 깊은 우울함에 빠져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어함 

왜냐하면 오늘이 바로 원래 세계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의 생일이었거든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 사람과 소소하게 생일을 축하하던 일상이었는데, 이젠 더 이상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상실감이 우중충하게 내리는 비와 함께 온 몸을 짓누르고 있던 것이지 

 

 

그래서 결국 평소보다 더 많이 지각을 해버린 교주

네르는 교주에게 한마디 할려고 했으나 교주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임. 

평소처럼 웃으면서 용서를 구하는 교주였지만 어딘가 상태가 이상함 눈물을 닦은 듯 살짝 붉게 그슬려 있는 눈가와 초췌한 얼굴, 묘하게 힘이 없는 행동거지나 어디에 정신이 나가있다가 대답하는듯한 반응들

네르는 오늘따라 교주님이 기운이 없으시구나 싶어 가벼운 잔소리만 한 후 자리를 피함 오늘 점심은 교주님이 좋아하는 걸로 준비해야겠다 생각하면서

 

 

그리고 이때 사건이 터짐. 갑자기 요정왕국 외각에 커다란 유성이 떨어진거임

요정들은 혼비백산 난리가 남

네르는 당장 경비병에게 상황보고를 시키고 경비병의 입에선 놀라운 이야기가 나옴

유성이 떨어진 자리에 교주님과 비슷하게 길쭉한 인간이 있다는 것임

그리고 그 인간이 교주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는 것임 ‘교주’가 아니라 교주의 본명을 말하면서 말이지 

교주는 그 어느때보다 격한 감정을 느낌 “인간이라고? 엘리아스에 나말고 또 다른 인간? ” 

 

 

교주는 이 보고를 듣자마자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요정왕국 외각 지역을 향해 뛰어가지 시작했음. 네르와 경비병들이 황급히 우산을 들고 쫒아왔지만 교주에게 비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였음 

 

 

그렇게 교주는 흠뻑 젖은 채 숨을 헐떡거리며 요정왕국 외각에 도착함 그리고 교주는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함 유성이 떨어진 구덩이 안에 원래 세계에 있어야할 사랑하는 사람이 서 있었던 거지

 

 

교주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음 그리고는 네 발로 허둥대며 구덩이 안으로 굴러 들어가 그 사랑하는 사람을 껴안는거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너무 보고 싶었다.” “갑자기 사라져서 미안하다.” “나 너무 힘들었다.” 이런 소리를 남들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외치며 

황급히 교주를 뒤따라온 네르와 요정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거지 당황스러워 하겠지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던 교주의 귓가로 갑자기 킥킥대는 소리가 들림 그리고 교주가 안고 있던 그 사람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셰이디가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킥킥대고 있던거임 

 

 

이 모든 사건이 셰이디의 장난에 불과했던거임 유성으로 교주의 이목을 끌고 교주의 꿈에 나온 사람으로 변장해 교주를 놀려줄려는 

 

 

- 셰이디 이게 뭐하는 짓 인가요!

 

- “ 키킥 교주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다 큰 어른이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돼서 엉엉 울기나 하고 말이야 하하하 너가 네 얼굴을 봤어야 하는건데 깔깔”

 

 

박장대소하던 셰이디는 이때 쯤 무슨 반응이 나와야하는데 아무 반응이 없자 의아해 하며 교주를 바라봄

 


그리고 그곳에는 그 누구도 본 적 없었던 교주의 표정이 있었음 

교주의 두 눈은 분노인지 증오인지 절망인지 모를 끔직한 것들이 강렬하게 서려있음 셰이디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껴보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의 파형이 눈물을 타고 뚝뚝 흘러 내리고, 

그것이 셰이디를 향한 것인지 아니면 교주 자신을 향한 것인지 방향성조차 가늠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무언가가 가득했음

더욱 기괴한 점은 날카롭고 찐득한 무언가로 가득 차 있는 눈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눈깔의 안광은 힘을 잃어 빛 없는 공허를 자아내고 있다는 것이었음

 

 

-하... 하하 속았네... 

 

 

비에 홀딱 젖은 채 감기지 않는 두 눈에서 빗물인지 눈물인지 액체를 뚝뚝 흘리며 교주는 무표정하게 말했음 

무미건조하게 영혼 없이 말하는 교주의 모습은 내면의 무언가가 무너져 내린 듯 했음

 

 

그 사람은... 없는 거구나.. 하. 하하 하하하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무표정한 표정으로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는 교주의 모습에 요정들은 물론이고 셰이디도 공포에 질림 

자상하고 믿음직하던 교주가 무너지는 모습을 봤으니 그럴 수밖에

 

 

-하억..허ㅏ하아.억 허억..!

 

 

한참을 그렇게 웃던 교주는 과호흡 증상을 보임 교주가 숨을 껄떡이며 쓰러지자 네르와 요정들은 구덩이에 달려들었고 셰이디는 패닉에 빠져 그 자리에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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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는 긴급하게 모나티엄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 받음 건강에 지장은 없었지만 그 사건을 기점으로 교주는 완전히 달라지게 됨 

더 이상 교주는 방 안에서 나오지 않게 되어버림. 에르핀과 네르가 매일 같이 방문을 두드리며 교주의 애타게 불렀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미안이라는 소리를 제외하면 교주의 방문은 굳건하게 닫혀 있음

용족의 수장이나 고위 정령, 수인 마을의 촌장과 주민들과 엘프 지도자, 마녀 여왕이 방문을 해도 방문은 열리지 않았음. 

모나티엄의 레지던트 힐데는 심각한 수준의 공황장애라며 섣불리 타인과의 접촉을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진단을 내림

특히 걱정이 되어 요정 몰래 교주의 방에 들어온 에스피와 스피키를 마주한 교주가 공황 발작 증상을 일으킨 이후로는 더더욱 교주와 함부로 접촉하려는 시도는 철저하게 통제됨

 

 

교단은 셰이디의 파문과 함께 모든 유령 사도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유령을 탄압하기 시작

셰이디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에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

그저 장난을 쳐서 교주의 관심을 끌고 싶었던 것인데... 교주가 저렇게 힘들어 하는걸 바랬던 것이 아니였는데... 

난생 처음 자신의 장난에 대한 후회를 하는 셰이디, 자신의 장난이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을 파멸로 이끌었다는 사실이 셰이디에게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왔음

지금까지 자기 자신밖에 모르며 책임감 따위는 나몰라라 했던 셰이디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됨 

 

교주가 저렇게 된 것은 내 책임이야..  그러니 내가 책임지고 교주를 행복하게 해줄거야... 이 낫을 걸고..!

 

그리고 낫을 휘둘러 차원문을 만든 다음 어디론가 걸어가는 셰이디

셰이디는 어디로 가는걸까 교주가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러 가는걸까? 

아니면 정말로 교주의 꿈 속에 나온 인간을 찾아 교주 앞에 대려다 놓을려는 걸까? 

 

확실한건 차원문을 통과하는 셰이디의 표정이 꽤나 비장했다는거고 내가 이 이상의 이야기를 뽑아낼 깜냥이 없다는 것임 

이쁘고 귀여운 셰이디가 보고 싶다....

누가 좀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