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어."


소녀의 질문에 남자가 답했다.


남자는 소녀를 품에 넣은 채로 머리를 빗고 있었다.


단순히 빗는 것만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을 이리 저리 만지면서 향기를 맡거나 하기도 했다.


소녀는 그만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도 빠져나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좋아?"


"응."


"그래."


소녀는 지루함을 조금 느꼈지만, 남자가 좋다는데 뭐 어쩌겠냐는 심정도 있었다.


소녀는 남자를 좋아했냐 하면 스스로도 잘 몰랐다. 단지 거부감이 없는 건 확실 했다.


"자, 일어나봐."


"응."


소녀의 머리카락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소녀의 머리카락은 항상 길었고, 헝클어지기 쉬웠다. 그런 것이 지금은 비단결처럼 매끄럽다.


"전에 말해줬던 거 기억하고 있지?"


"머리 관리법?"


"응."


"기억은 하고 있어."


"하지는 않아?"


"귀찮은걸."


소녀는 약간의 죄의식은 있었지만 거짓말을 굳이 하지는 않았다.


"귀찮으면 나한테 오라니까. 대신 해준다고."


소녀는 그것을 이상하다 생각했다.


"보통 그렇게 까지 해?"


"몰라. 그렇지만 나는 그래도 괜찮으니 말하는거야."


"아마, 보통은 아닐 거야."


남자와의 대화는 그런 식이었다.


남자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그렇다곤 하나, 그 태도에 대해서 자신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었다.


"좋아. 자, 이거."


남자가 뭔가를 건넸다.


옷이었다.


"입으라고? 또?"


"응."


그 옷은 상당히 나풀거리는 옷이었다. 세간에서는 고스로리라고 부르는 옷에 가까웠다. 소녀는 그런 방면에는 지식은 별로 없었지만, 남자가 하도 그런 옷을 권유하는 탓에 알기 싫어도 알게 되었다.


소녀에게 있어서는 취향을 떠나서 옷을 갈아 입는 것이 귀찮았다. 나풀거리는 느낌도 소녀는 좋아하지 않았다.


"다른 옷은 없는거야? 이런 옷 별로인데."


"입어줘."


싫다고 완곡하게 말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았다. 


"하아…."


소녀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 옷을 받았다. 소녀가 옷을 받자, 남자는 미소지었다.


소녀는 남자의 앞에서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었다. 처음에도 부끄럽고 지금도 여전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소녀는 그래도 했다.


"팬티 귀엽네."


"여전히 배려가 없어."


소녀는 수치심을 참고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를 째려보았다.


그러면서도 굳이 갈아입는 자신을 가리지는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옷을 벗은 뒤 받아든 옷을 들어올렸다. 고동색의 원피스.


소녀가 보기에는 일반적으로는 입지 않을 것 같은 코스프레 옷 같았다.


"취향 진짜 이상해."


"존중해줘."


옷에 몸을 집어 넣고 팔을 하나 씩 뺀다. 그리고 적당히 걸치고 나서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옷을 팟 하고 펼쳤다.


소녀는 입은 옷을 이리 저리 돌려보았다. 이렇게 입는 것이 맞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된거야?"


"응. 좋아."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이 보였다. 그리고 팔을 벌렸다.


"이리와."


"……."


소녀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곧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남자는 소녀가 다가오자 소녀를 폭 하고 안았다. 남자는 소녀를 품에 넣은 채로 침대를 기대고 앉았다.


"후우…."


남자는 정말 좋다는 듯이 소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소녀는 조금 간지러웠지만 참았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거야?"


소녀가 늘 하는 질문이지만,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작은 불평이었다. 어차피 이 질문에 남자는 대답한적이 없었다. 


소녀는 대신 벽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경험상 10여분 정도면 자신을 해방시켜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녀는 눈을 감고 몸에서 힘을 뺐다.


불평은 했지만, 그래도 싫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조금 있으면 편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게까지도 생각하고 있었다.


소녀는 눈을 감고 몸에서 힘을 뺐다. 남자가 자신을 만끽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소녀는 언젠가 어디서 사랑받는다는 것에 대해 쓰여진 것을 본적이 있었다. 잡지였는지, 인터넷의 기사였는지.


배려, 희생, 애틋함... 그런 단어들만 드문드문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래서 사랑이 도대체 뭐야?' 라며 짜증냈던 기억이 있었다.


여전히 소녀는 사랑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 이것이 사랑의 한 형태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소녀는 그런 것을 따지지 않기로 오래전에 결정했었다. 그냥, 이러고 있으면 자신도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소녀에게 있어서 남자의 부탁을 들어줄 이유로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