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선생에게 있어 평소보다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연이은 철야에 시달렸던 지난 일주일간의 업무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오히려 정규 퇴근시간보다도 이른 시간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처럼만에 얻은 자유로운 시간, 선생은 하루쯤은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혼자 리프레시 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오락실도 가고, 오랜만에 학생들과의 떠들썩하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한 선생이였다.


아이들과 보내는 나날도 즐거웠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고 느낀 선생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야식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들어서 맥주 한 캔과 안주로 먹을 과자를 사고 나오는 길이었다.


그 순간, 선생이 마주한 것은....



"이야~ 이게 누구야, 샬레의 선생님이잖아?"


"이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이실까~"


"....."



세 명의 불량학생이었다.


통칭 '스케반' 이라고 불리는 그녀들은 키보토스 내에서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사고뭉치들이지만....


색채 침공 때에는 함께 힘을 모아 싸우기도 했고, 그녀들 역시 선생이 지도해야 할 학생이었기에 선생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눈 앞의 무리에게 다가갔다.



"아하하, 확실히 보통 이 시간에는 학생들 만나기는 힘들지, 원래는 한참 일할 시간이니까 말이야."


"켁, 이 시간까지 일을 한다고?"


"샬레는 완전 블랙기업이네..."


"힘들긴 하지만 너희들이 좀 더 즐거운 학원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라면 내가 더 힘내야지, 그게 어른의 의무니까."



선생이 그렇게 말하자 스케반들은 살짝 흠칫하며 얼굴에 약간의 붉은빛이 돌기 시작했다.




"흐-응....어른은 그런 말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건가..."


"...저러니 주변에 여자가 끊이질 않지."


"....."


"아무튼, 놀러 다니는 건 좋지만 너무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 부모님께서 걱정하실테니까, 그럼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자."



선생은 그렇게 말하고 뒤를 돌아서 다시 갈 길을 가기 시작했고, 스케반들은 시큰둥하게 손을 흔든 뒤 선생을 보내주었다.



"흥, 적으로 만났을 땐 엄청 몰아붙이더니, 이럴 때는 상냥하네."


"그러게 말야...인기있는 이유를 알것 같다고나 할까..."


"야, 너네 있잖아..."



선생을 만날 때부터 줄곧 아무 말도 안하던 스케반 하나가 입을 열었다.



"선생하고 재미 좀 보지 않을래....?"


"...너 미쳤냐?"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왜? 아까 본인 입으로 그랬잖아, 우리가 즐거운 학원생활을 보내길 바란다고. 직접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데 뭐 어때?"


"제정신이냐....됐다 난 집에나 갈래."


"진심으로 그만두는 편이 좋을 걸. 혼자 있는 것 같아도 맨날 누군가는 저 어른을 따라다니고 있거든, 괜한 짓 하려다 발키리한테 붙잡히지 말고 너도 집에나 들어가."



그렇게 말하며 두 명의 스케반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남은 하나의 스케반은 점점 멀어지는 선생을 바라보다가...


이내, 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음침하게 선생의 뒤를 쫓아가던 스케반은 점점 거리를 좁혀나갔다.


얼마나 미행이 계속되었을까, 어느덧 해가 완전히 저물었고, 선생은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혼자 지나가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꼈던 걸까, 선생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하...무슨 볼일이라도 있니...?"


"아아...응...선생한테 하나 물어볼 게 있어서 말야."


"편하게 물어보렴."


"선생은 학생들을 위해서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어?"


"음?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네...굳이 말해보자면....아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지 않을까 싶네."


"그러면....엄청 큰 잘못을 저지른 학생을 용서하는것도 할 수 있어?"


"당연하지, 그게 어른이 하는 일인걸. 왜? 뭔가 용서받고 싶은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아...그런 일은 없어...'아직은' 말이야...."


".....아직은?"


"있잖아 선생...."



스케반은 갑자기 선생을 덮치더니, 그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양 손을 한 팔로 구속했다.



"이..이게 갑자기 뭐하는-"



선생이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스케반이 마스크를 벗고 선생의 입술에 강압적으로 자신의 입술을 포개며 말했다.



"이건 당신이 먼저 잘못한 거니까.....나도 이제 더이상 못참겠다고...!"


 

그러는 스케반에 눈빛엔, 질척한 욕구와 타오를 듯한 욕정, 그리고 선생을 향한 소유욕이 가득했다.


안간힘을 다해 저항해 보았지만, 선생의 힘으로는 헤일로를 가진 학생에게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선생은 큰소리로 자신을 따라다니던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 보았지만...


어째서인지 주군을 지키던 닌자도, 항상 선생을 간호하는 간호사도, 밀레니엄의 엿듣기를 좋아하던 아가씨도, 붉은겨울의 망원경을 들고 다니는 소녀도,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옷이 한꺼풀 벗겨지고.


맨살이 드러나게 되고.


고통과 함께 몸에 흔적이 새겨지고.


헐덕이는 숨소리가 게속되다, 이내 찾아오는 쾌감과 함께....


'악몽' 이 끝나고, '재앙' 이 시작되었다.



다음 날, 선생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뉴스가 키보토스 전역에 보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