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나의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고.

나의 아바타인 '선생'의 학생이었던 캐릭터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게임을 하던 당시의 나는 중학생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였으니.

지금에서 내 최애캐 둘을 생각해보라 하면, 한 명의 나이는 따라잡았지만, 다른 한 명은 아직도 따라잡지 못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특이한 편이라 생각된다.

"오늘은 일단 첫날이라 이렇게 입고 왔는데, 내일부터는 평범하게 입고 올 거니까... 못 알아보면 안 된다?"

"""네~"""

저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여우 가면 모양의 머리핀을 끼는 등의 여러 모습이, 마치...

얼굴이나 외형을 전부 무시하더라도 '쿠다 이즈나'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하고 있던 탓이었다.

것보다 외모만 따지면 나보다 몇 살 더 어려 보였다.

"그리고, 보자... 응, 소개는 여기까지."

그냥 특이한 일이겠지, 괜히 신경쓰지 말자.

그렇게 생각했는데.

"저기, 잠깐만 따라와줄래? 좀 도와줄 친구가 필요해서."

"아, 네."

...뭐, 반장이 아직 없으니 적당히 덩치 큰 학생을 데려가는 게 맞지.

그리 생각하며 무작정 선생님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이쯤이면... 응, 됐다."

선생님은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주군!]

...일본어?

것보다, 주군?

"네...?"

[모르는 척 하지 말아주세요, 주군의 닌자가 이렇게 찾아왔으니.]

"그게 무슨..."

[으음, 그렇게 도망치실 셈이신가요.]
"어쩔 수 없네요."

이제 보니, 말하는 언어가 바뀔 때, 뭔가를 누르고 있다.

개쩌는 키보토스식 통역기인가, 저건.

...아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키보토스는 무슨.

"안정하지 않으신다면, 인정하실 때 까지 괴롭혀드릴게요."

"...이즈-"

툭-

선생님이 내민 손에 입술이 잡혀버렸다.

"아니, 당장은 됐어요. 이제는 제가 선생님이니까요."

"..."

"그러면, 크흠. 점심시간에 찾아와서 학교 안내를 좀 해주ㅅ- 아니, 해줘. 알았지?"

"ㄴ, 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것 외엔 생각할 수가 없었다.

_____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본어는 사실 그리 수준이 높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공부할 필요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예전부터 일본어를 배웠었다.

한 주에 한 번 와서 수업하고, 일주일간 숙제를 하는 방식의 일본어.

...그 덕분에 오타쿠가 되었으니, 어떤가 싶긴 하지만.

지금 좋으면 된 것 아니겠는가.

"오늘 수업이지?"

"보자... 어라, 벌써 30분밖에 안 남았네, 곧 오시겠-"

띵동-

말하기 무섭게, 과외 선생님은 평소보다 일찍 오셨다.

나가요~"

철컥,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내 앞에 서 있는 건-

"안녕하세요, 이전 선생님이 갑작스레 그만두게 되어, 제가 오게 되었습니다. 코사카 와카모라고 해요."

와카모.

이쯤되면 뭔가 진짜 심각하게 문제가 많다.

내가 정신병이 생긴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 만큼.

"그럼, 방에 들어갈까요?"

"네."

철컥-

"어라?"

[아아,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당신에게 제가 왔어요.]

"서, 선생님!?"

[아, 맞아요. 이젠 제가 선생, 그리고 당신은 학생... 후후, 겉보기엔 이루어질 수 없어 보이는 로맨스라는 건 똑같은데도 위치에 따라 느낌이 이렇게나 다르군요...]

"대체 어쩌다 일이 이 모양이 난 거야...!?"

[뭐, 그건 그렇고... 일단 겉보기라도 저희는 사제 관계니까, 수업을 하죠, 당신.]

"...아, 여기 숙제요."

"으음... 아, 인수인계를 못 받아서 내용을 모르는데, 어떡하죠."

"그것도 모르는 건가..."

[그러면, 오늘은 쉬어볼까요. 어쩔 수 없으니.]

"그런건가..."

어째서인지 천천히 내 옆으로 오려고 드는 와카모를 피해, 마치 회전목마를 타듯 원형 테이블 주위를 앚은 채 한 바퀴 돌았다.

아니, 한 바퀴가 되어갈 즈음이었다.

쿵쿵쿵!

"?"

-아, 초인종 있네.

띵동-

띵동-

[아, 저 여우가...!]

"그, 선생님도 지금-"

그러고보니 꼬리랑 귀는 언제 튀어나왔대냐.

"가정방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안타깝지만 집에는 우리 둘 뿐이다.

내가 과외를 할 때, 엄마는 잠시 나가시니까.

"어라, 모르는 사람이 계시네요, 가족분이실까... 요!"

휘익-

이즈나의 손에서 돌 조각이 쏘아졌다.

"어라, 이건 뭐하는 짓일까요. 선생님이란 작자가 학생의 집에서 물건을 던지다니?"

"못된 여우가 들어오면 쫒아내라는 것도, 선생님으로서 가르쳐야 하니까요!"

[...당신도 여우 아닌가요?]

[아.]

[저런 게 담임인가요... 서방님, 고생 좀 하시겠는데요?]

"아, 뭐."

이젠 얘네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캥."

장난삼아 눈앞에 여우 모양을 만들고, 주문을 외웠다.

"---?"

"어라."

그리고 무음-스포일러-폭스가 공중에서 떨어졌다.

뭔데 이거.

"...내일 조례 때 보도록 하지."

펑!

그렇게 세이아는 사라졌다.

아, 이거 전학생 포지션이구만.








글 내용이 정상이 아닌 건 아는데
그냥 관계역전물이 보고싶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