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수 많은 제왕들이 군림하며 센타우라 북쪽 땅을 바라보던 곳, 하디나는 남방에서 찾아온 새로운 주인들을 맞이하기 시작하였다. 새 주인은 제 위세를 보이기 위하여 위풍당당하게 시내를 걸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장병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어두운 그늘만이 져 있었다. 이유는 당연히, 그들의 상부에서 지시한 이 잘난 도시, 하디나 진입이라는 명령 때문이었다. 전갈신 강림절 이전에는 집으로 잠시 보내주겠다 약조하였으면서 이런 명을 내려놓으니 어찌 울분이 차지 않으랴.


척. 척. 척.


발 맞춰 행진하던 그때, 주변에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적이다!"


한 병졸이 소리를 듣자 마자 소리를 질렀다. 순간, 제국군의 눈빛이 달라졌다.


분노에 차오른 눈빛, 자신들의 원한을 풀 대상을 찾으려는 탐색의 눈까지. 자랑스런 제국의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장군 각하, 제발 재고하여주십시오! 이곳에서 고삐를 놓아버리면 제국의 위신이 말이 안된-"


"그만하지. 그리고, 하디나에 살고 있는 잠재적인 적들을 모조리 처리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이젠 르아아 전선을 지휘하는 장군, 세르반테스는 눈앞에 있던 사내의 말을 끊고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고생한 제국군을 위해서, 그리고 저 르아아 수괴들에게 경고를 해주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일세."


"그러나 저 리아놈들을 죽인다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지 않사옵니까! 오히려 놈들을 죽인다 할지어라도, 이 제국에 득이 되기는 커녕 실만 가져올 것입니다. 아직 제국과 협력하던 세력들까지 저 놈들에게로 등을 돌리게 될 것입니다!"


"...자네, 마음이 너무 약하군. 그리고 정신력도 부족한 것 같구려. 우리 대 안타레스의 황군에게는 지켜야 할 최저한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겠나? 또 번벌들이 날뛴다 한들, 충용무쌍한 황군이 격퇴시킬 수 있는 것들이 있겠는가? 저 리아놈들에게 동정적인 자네의 마음은 알겠지만, 이 사람은 마음을 굳혔으니 이만 가보게."


장군의 말이 끝나자 남자, 소령 카덴 타우는 꾹 참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이내 경례를 올린 후 방을 벅찼다.


이후에 일어난 일은, 단지 몇 가지 간단한 말로 수식하기에는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장군의 허가 아래, 분노와 울분에 찬 제국군에게 시내로 도망친 르아아군 잔당을 수색한다는 명분이 주어졌고 이는 곧 수 많은 피가 흐르게 시작하였다.


어느 방앗간에서는


"살려주세요! 아이가, 아들이!"


탕.


"이 새끼는 뭐라 씨부린거네?"


"거 '내 좆이나 빨라'라고 했는데 기래?"


"하, 거 돌았나? 각설하고 다른 놈이나 찾으러 가제."


어느 농가에서는


"꺄아아악! 살려주세-"


"으흐흐, 거 가만히 있어. 좋은거 해준다니까 좋은거?"


어느 공터에서는


"으흐흑... 아퍼... 아빠..."


"상병, 이년 기가 막히니까 먹어봐라."


"아, 괜찮습니다. 저는 어린 아이는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서."


"새끼, 가리는거 봐라."


어느 의원에서는


"아아아아악!" "으, 이게 뭐시냐, 니미 씨발것 같네."


"아우 시발 핏덩이구만, 야 그거 저리 던저라. 아우, 리아놈 새끼를 왜 굳이 배 갈라가지고 본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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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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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자료가 올라오지 않았는가."


"송구하옵니다, 각하. 병사들이 '처리'에 열중하여서.."


"하하하! 괜찮네. 오히려, 이는 제국 남아로서의 사명을 다 한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닌가? 그래. 더 쉽게 처리하기 위해 군에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해주도록 하게."


세르반테스는 웃으면서 명을 내렸다.


그는 제 조국이 강대하단 것이 행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