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 추지 않을래? 물론, 네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말이야."]


여느때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던 이 나라에 붉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어제부터인가? 아니면 방금 전? 아니면... 몇분 전?


세계가 뒤집힐만한 개기 일식이 지나간 후, 모든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알고있던 모든 상식, 모든 현상, 모든 것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야?"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나간다. 방금전까지 서로 웃고 떠들던 사람들은 드리웠던 어둠의 잔재에 조금씩 먹혀갔다.


이성을 잃는다, 기억을 잃는다, 그리고 눈 앞의 서로를 탐하다 못해 죽이고 만다-


그리고 그 광기의 중심엔 그녀가 서 있었다. 분명 몇시간, 아니.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이었을텐데.

푸르렀던 그녀의 검과 복장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다.


피일까. 아니면 포도주일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그것이 무슨 액체이든, 주변에서 요동치는 이 피비린내는 지워지지 않는다.


온갖 비명이 울려퍼지는 이 광기의 연회 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것은 나 혼자 뿐인듯 했다.


"모두들 짝을 지어 연회를 즐기고 있는데, 왜 너는 그러지 못하는거지?"


붉은빛의 그녀가 천천히 다가온다. 분명 그녀는 '푸리나'가 맞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존재는 그녀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 짙은 살기를 내뱉고 있다.


"파트너가 없는거야?"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말괄량이같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잔뜩 흥분한 듯한 모습으로 나를 노려다본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기서 말이라도 잘못 했다간 사지는 커녕 목숨조차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내 생각을 읽었다.  

마치 가소롭다는 듯, 자신이 들고 있는 붉은빛의 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나의 손을 잡았다.


"자, 어서 오렴, '나의 무대'에."


그 말을 끝으로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뿌리칠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녀는 나를 지옥으로 끌고갔다. 탈출할 수 없는, 영원한 향락과 연회가 반복되는 지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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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짤이 보여서 잠깐 작문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