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쳐대는 요정들 덕에 향수병이 도져버린 교주

유달리 에르핀의 개지랄이 난무했던 하루여서 일까, 시장터에서 먹던 뜨근하고 뽀얀 그 돼지국밥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눈 앞 밥상에 차려진 음식이라곤 단내 풀풀 풍기는 느끼한 케이크 뿐

이내 우울해진 교주는 식사도 거른 채 방으로 올라간다. 


침울해진 교주의 모습이 걱정된 네르는 교주에게 뭐 먹고 싶은 음식이 없냐 물어보고 

교주는 돼지국밥이라는 음식에 대해 설명해주지만 이곳은 엘리아스, 사골을 우릴 재료도 방법도 없는 세계이다. 


"비슷한 음식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요즘 교주님이 좀 무리를 하신거 같네요 내일 업무는 여왕님께 맡길 테니 내일은 좀 쉬시는게 좋겠어요" 


"그래 고마워 네르"


힘 없이 인사를 하고 방으로 올라가는 교주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떳지만 식사도 거른 채 침대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교주였다. 


"큰일이네.. 어서 힘을 내셔야 할텐데... 적어도 식사라도 하시면 좋을련만..."

"그러게 (옴뇸뇸) 저 녀석 (뇸뇸뇸) 도대체 이 맛있는 걸 (앙냥냥) 왜 안먹는거지? 이상한 녀석이야" 


"여왕님! 교주님 몫까지 다 드시면 어떡해요!" 


"으악! 어차피 저 녀석은 침대에서 나오지도 않잖아!" 


"에휴 못말려 정말!" 



그떄 두 요정 뒤에서 들려오는 활기찬 목소리

교주와 놀 생각에 잔뜩 신이나 싱글벙글 꼬리를 붕붕 흔들고 있는 버터였다. 


"안녕하세요 사제장님! 꾜주님이랑 놀려고 왔어요! 헤헤 꾜주님은 어디 계세요?"


"아 버터군요 미안하지만 오늘은 돌아가주셔야겠어요 교주님이 어디를 가실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그래! 저 녀석 풀이 팍 죽어서 침대에서 나오지를 않는다니까!"  


교주가 힘이 없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 울음을 터트리는 버터 


" 교주님 어디 아프신거에요? 이이잉 교주님 주말농장으로 가시는거에요? 주말농장 가지 마세요 교주님 뿌에엥" 


"아니에요 버터 교주님은 단지 기운이 좀 없으신거에요"

"그래 국빠? 구빠? 라는 음식이 먹고 싶다면서 저러고 있는거라고!  눈 앞에 이 맛있는 케이크를 두고 음식투정이나 부리다니, 정말 편식쟁이 녀석이라니까!" 


" 구빠라는걸 먹으면 교주님이 기운을 차린다는 건가요? 그런데 구빠? 구빠가 뭐죠 사제장님?"

"그러니까 교주님 고향에서 먹었던 음식이라는데... 하얀색 국물에 고기가 잔뜩 들어간 뜨거운 요리라고 그랬던가요? 하지만 엘리아스에서ㄴ" 


"고기에 뜨겁고 하얀 국물이요? 알겠어요 사제장님 버터가 얼른 찾아올게요!" 


"잠시만요 버터 말을 끝 까ㅈ"

호다닥 달려가는 버터



그리고 반나절이 지난 후 꼬질꼬질 엉망진창이 된 몰골로 나타나 헐레벌떡 교주의 방으로 들어가는 버터, 우울에 빠져 침대에 누워있던 교주가 일어난다. 


"꾜주님 꾜주님!"


"...? 버터구나.. 미안한데 오늘은 내가 놀아줄 기분이 아니라서... 오늘은 코미나 티그 녀석들이랑 놀지 않겠ㄴ"


"꾜주님! 버터가 교주님을 위해 구빠를 가져왔어요!"


"구빠..? 국밥을 말하는거니 버터?" 


" 녜 교주님! 교주님이 이거 먹으면 힘 난다고 해서 버터가 열심히 만들어 왔어요!" 


버터는 꼬질꼬질한 손에 들고 있던 대접을 교주에게 건낸다. 대접 안에는 팔팔 끓였던 흔적은 남아있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우유와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사료 건더기로 가득했다. 



"이게 무슨..." 


사골을 한번도 먹어본적 없던 버터에겐 하얀색 국물이라곤 우유가 전부였을것이고, 사료를 넣은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니 교주도 좋아할거라 생각해서였으리라 


"우유는 버터가 우물에서 길어왔고, 고기 열매는 나무에서 딸려고 했는데 사료스탕스가 고기 나무는 전부 자기들 거라 우기는 탓에 못구했어요! 그래서 버터가 제일 아껴뒀던 제일 맛있는 사료를 넣었어요! 디아나 쵼장님이 불은 위험하다고 불을 못쓰게 하셔서 코미랑 몰래 불 피우느라 좀 늦었어요! 빨리 이거 먹고 힘내세요 꾜주님!" 


불을 피운다고 무슨 일을 벌인 것인지 버터의 얼굴과 몸에는 꼬질꼬질 그을림과 생채기가 가득하다.


"그래... 버터가 나를 위해서..."


버터는 기대가 가득찬 눈빛으로 똘망똘망 교주를 바라본다. 그래.. 녀석이 나를 위해서 요리를 해줬다는 거지...


한참을 말 없이 대접을 바라보던 교주가 사료와 우유가 뒤섞여 걸쭉해진 무언가를 한숫갈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우유와 사료의 비릿함이 코를 자극한다. 


"맛있어.. 정말 맛있어... 고마워 버터야 정말로 정말로 고마워 버터야" 


교주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두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꾜주님? 꾜주님 왜 울어요? 이이잉 울지마세요 꾜주님 울면 버터도 슬퍼요 이이잉"


"버터가 해준 국밥이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다 나왔나보다. 정말 고마워 버터야 덕분에 힘이 나는걸? 이리와 버터야 버터도 같이 먹자" 


울음을 그친 버터는 교주의 무릎에 앉아 우유사료 꿀꿀이 죽을 연신 퍼먹기 시작한다. 


"고마워 버터야 덕분에 정말로 힘이 났어. 그런데... 그거 맛있니 버터야?" 


꿀꿀이죽을 입가에 연신 묻히며 먹던 버터가 답한다. 

"녜 교주님! 정말정말 맛있어요! 뻐떠가 제일 좋아하는 사료이긴한데... 교주님이 힘을 내실 수 있다면 매일매일 만들어다 드릴계요!"


"아. 아냐 버터야 마음만 마음만 받을게, 하하하 이미 힘이 펄펄 넘치는걸? "


버터는 행복한 표정으로 꿀꿀이죽을 퍼먹는다 아마 교주를 위해 가져온 것도 까먹은것 같다. 무릎 위에서 행복해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교주는 창문을 바라본다. 


"그래 요리라... 요리란 말이지..." 


다음날, 교주는 활기찬 모습으로 네르에게 인사를 건낸다. 


"교주님 기운을 차리셨군요! 네르는 걱정이 많았답니다. 다행이에요"


"그래 걱정시켜서 미안해, 그런데 네르 혹시 왕궁 내에 요리를 할만한 곳이 있을까? 기왕이면 여러 사람한테 요리를 대접할 수 있는 장소면 좋을거 같은데." 


"요리요? 안쓰는 연회장이 있긴한데... 그런대 갑자기 웬 요리요 교주님?' 


"아니 나도 녀석들에게 받은 것좀 보답해야 하지 않을까해서, 뭐 여기 오기 전에 요리하는 것도 좋아했고 말이야" 


"무슨일인지 모르겠지만 교주님이 그런 사려 깊은 마음을 지니셨다니! 이 네르는 감동 했습니다. 분명 교단의 포교활동에도 도움이 될거에요! 당장 연회장 정비부터 시작하죠! " 

 

"뭔가 일이 커진거 같은데... 뭐 아무렴 상관없나?  야 에르핀 어디있어! 빨리 나와 일거리 생겼다!" 


끼요요욧 에르핀의 리랄염병으로 시작하는 여느때와 다름 없는 요정 왕국의 아침이었다. 다만 다른점이 하나 있다면 교주의 입가에 퍼져있는 은은한 미소와 꿀꿀이 죽을 잔뜩 묻힌 채 교주의 방에 잠들어 있는 버터의 햇살 같은 미소일 뿐이었다. 



시험공부하다 갑자기 생각나서 추하게 재업함. 사험 끝나고 네르로 글 하나 써봐야지 히히 


귀여운 빠따 애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