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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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이상의 술주정으로부터 시작됬다.


끄흑...보고싶소 동백! 동랑! 내 벗들이여...


와 이상씨 운다~


(취하자마자 사람 변하는 건 범도시적 국룰이구만...)


내가 뭘 말이오! 뒤져야 할 놈들은 안뒤지고 어찌 동백과 동랑이 가버린단 말이오...!


(그러게 말이야 형씨...죽어 마땅한 놈들 가득한 곳에선 꼭 죽으면 안될 사람이 먼저 죽더라.)


(울컥)썅...남 술주정 듣다가 혼자 침울해지겠네 이거.


...


투덜거리며 술 몇 병을 챙겨 버스 밖으로 나간 히스클리프는 가까운 벤치위에 가져온 술을 올려놓고 하나 까 마시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호수는 밤하늘과 그 위에 뜬 구름 속에서 치는 번개까지 담고 있었다.



(벌컥벌컥)젠장...끔찍하기 짝이없는 곳이었는데 이렇게 멀리서 보니 또 풍경 하나는 기가막히게 멋지고 지랄이야.



이 멋진 풍경을 너와 같이 보면 완벽했을텐데 캐시...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손가락에 껴 있는 반지를 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내가 ...그 한마디 뒤에 있었던 그 아주 조그마한 시간만큼 더 들었다면,


지금 이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었을까?


너의 진심을 알고, 나 또한 그로인해 용기를 얻고 더 나은 미래...

나와 마왕이 봤던, 너와 내 자손들이 우리가 같이 잠든 묘지를 보며 우릴 추억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었을까?


어쩌면 마왕 그 개자식이 말한 모든 캐서린의 불행은 모든 히스클리프라는 게 조금은 사실일수도...


(파다닥!)으아악 젠장 이상 그 샌님이 한 술주정 때문에 뭔 괴상한 생각이냐고!


(촥촥)정신차려라 히스클리프! 또 이상한 생각 하다간 캐시한테 버스 채로 벼락 맞는다!


셀프 싸닥션을 시전하는 히스클리프.


(질질질)끄으윽...동백, 날 놓아주시오.

누군가 날 불렀소...가야하오.


(분노게이지 수직 상승중)...


그만 됐어! 다 끝난 일이야.


꼬맹이도 샌님도 소중한 이들을 잃으면서도 다짐했잖아...

나도 그래야 하고.


그러니 캐시, 모두가 널 잊어도 난 반드시 널 되찾을께.


(훌쩍)그러니...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줘.


다 울었나요?


으아악 캐서린 맙소사!


제 이름은 이스마엘이에요.


아 깜작아...너 언제 나왔냐?


그쪽이 이상씨 술주정 듣다가 빡쳐서 나간 이후로 좀 이따가 저도 못버티고 나왔어요.


그보다, 댁이 그렇게 우는 건 그 저택에서 뒤틀린 이후로 또 다시보네요.


에이 씨...쪽팔리게.


저도 보려고 본거 아니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마시죠.


우는 모습 보이는 게 이 도시에서 좋은 건 아니지...


그건 그렇죠...


잠깐의 침묵 끝에 먼저 입을 연 이는 이스마엘이었다.


그래서 캐서린은 누구에요?


뭐?


그쪽이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캐서린은 누구냐고요.


어...그러니까 그게, 아마 나만 기억하고 있는-


그걸로 이미 답 나왔네요...


그게 뭔 소리야?


분명 그 저택에서 엄청난 일들이 있었고, 황금가지 회수 실패까지 기억은 나요.


근데 분명 이상하게 저택에서의 일들을 떠올릴 때마다 확실한 공백이 생기더라고요?


웃기게도 대부분 당신 입에서 나온 말들 중에 공백이 있더군요.


하긴, 그 저택에서 재수없는 힌들리나 린튼 말고는 캐서린을 부르는 사람은 나뿐이지...


아주 사랑꾼이네요...


참 내...그게 뭐 어때서?

또 팔자 좋게 연인인지 뭔지 모를 이름이나 부르는 얼빠진 사랑꾼이 그러면 어디가 덧나냐?


아 쫌! 그거 가지고 계속 그러지 좀 마요! 안그래도 그거 때문에 미안해 죽겠는데!


...어, 방금 뭐라굽쇼?


그거 때문에 미안하다고요...


세상에...캐시 듣고있다면 내 위에 번개 좀 찍어줘.

내가 아직 뒤틀린 상태로 있나봐...


아 진짜 겨우 사과하러 나왔더니 이러기에요?

그거 탈룰라도 못하는데 진짜!!


그럼 뭐 사과하든 말든 최악의 말실수로 간직하십쇼 고래잡이씨ㅋㅋ


아 진짜 열받네 이 사ㄹ-


그때 뒤늦게 캐서린이 히스클리프의 농담 섞인 소원에 반응하듯 둘이 있던 곳에 번개가 떨어졌다.

한 가지 기이한 점이라면, 이스마엘 뒤에 떨어진 것이다.


엘...마엘...우니까...오라고!


끄으응...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너 무거우니까 당장 내려오라고!


...어?


앞으로 고꾸라진 이스마엘을 반사적으로 받아내려다 같이 넘어져 졸지에 이스마엘에게 깔린 히스클리프.


생각보다 무겁구만...


그거 숙녀한테 실례니까 사과하세요.


숙녀는 캐서린밖에 모르겠는데?


...


오늘 그냥 사생결단을 내자 이 양아치야!!


아니 난 뭐 농담도 못하냐!


그렇게 길지만은 않았던 추격전이 끝난 후, 벤치에 앉은 두 남녀.


하...그래도 이렇게 힘 빼니 좀 후련하네.


후우...그러게요. 가끔씩은 머리 좀 비우고 사는 게 좋긴 하죠.


뭐, 네 덕분에 머리가 좀 가벼워 지긴 했다.

고맙다 주황머리.


...


어우...뭘 그렇게 날 그윽하게 봐?


어...티났어요?


돈키호테 걔도 누가 그렇게 쳐다보면 부담스럽겠는데.


...죄송해요.


아니 뭐, 그렇게 쳐다본다고 뭐가 닳는 것도 아닌데.


그게 아니라 그때 좀 정신적으로 몰려서 히스클리프씨한테 내뱉은 폭언이요.


아 그거?


솔직히 그 말 들었을 때 나도 좀 욱하긴 했지...야 근데 그때 네 몰골이 좀 처참해야 말이지.

관리자한테 작살 박더니 할망구 만나자마자 애가 미쳐 돌고

끝엔 지 혼자 갑자기 허여멀건하게 굳어가질 않나...


진짜 너 처음 보자마자 일 치를 줄 알았어.


저...그정도였어요?


이정도까지 몰릴 거라고는 예상 못했지만 뭐...


(중얼)...씨발 에이해브 그 폐계탓인데 뭔 이스마엘 네 탓이군 이지랄.


야야! 정신차려. 고래는 이미 쪽빛 영감님이 잡아간지 오래야.


후우...아직 저도 멀었네요.


모두가 비슷한 상황이니 더 생각 마. 겨우 비운 머리에 이물질 들어갈라.


...


왜 또?


아뇨 그냥, 댁이 술 몇 병을 가져가 버려서 안주가 좀 많이 남았더라고요.

그래서 좀 챙겨서 나왔죠.


오예! 수육이랑 막국수!

이상 형씨가 참 잘해 이런 메뉴 선정은.


대신 저도 맥주 좀...


옛다.


그렇게 두 남녀는 벤치에서 단 둘이 술과 안주, 그리고 풍경을 벗삼아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 이후 술에 잔뜩 취해 열이 오른 이스마엘이 히스클리프를 향해 못된 손을 뻗은 뒤, 술병 몇 개가 흔들리다 떨어질 정도로 격렬하게 흔들리는 벤치를 만든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숙취에 의해 미약한 저항을 해본 히스클리프지만 뱃사람으로 다져진 육체의 이스마엘을 이기는 건 좀 힘들었을 것이다.


그 이후...


(째깍투덜)어후...뭔 벤치에 술병이 이렇게 많이 떨어져있냐?


먹더라도 좀 점잖히 먹...아니, 점잖게 먹는것도 어색하긴 하다 그 둘이.


좋아...플라스틱 그릇이랑 술병은 다 치웠으니까, 이제 벤치위의 술인지 뭔지 모를 물만 좀 닦-


그때 벤치를 향해 정확히 떨어진 벼락이 벤치를 잿더미와 그을린 철골 몇개로 만들었다.


(째끼악!) 씨발 뭐야!!!


여기 그 저택 사유지도 아닌데 왜 번개가 쳐?!


어우 씨 불안하게쓰리...


그렇게 단테는 누군가의 분노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히스클리프!


...히스클리프!

.

.

.

다음날은 진짜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