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누구에게나 받아들이기 힘든것이 있는 법이다.

우리는 그런것을 현실이라 부른다.

나에게 있어 현실이란 바로 지금이다.


"너 이새끼..!"


"커헉!"


다짜고짜 멱살을 잡힌 나는 최선을 다해 몸을 비틀어 본다.

발로 차 밀어내보려는 시도는 레이무에게 발을 짓밟히며 저지된다.

손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레이무의 팔꿈치가 두 팔을 짓누른 채다.


'근데 얘는 대체 왜 나한테 지랄이야.'


이번 회차에서 레이무에게 한 짓이라고는 흙을 좀 던진 것 뿐이다.

하지만 고작 그거 가지고 이렇게 죽일듯이 달려들진 않을 터.

무언가 이유가 있다고 봐야했다.


"이..이다..이거노코..헉..커헉."


레이무는 가차없이 내 목을 죄어온다.

그 눈동자는 분노에 차 나를 노려보고있다.


"왜..왜이러느거데..케헥.."


"왜!? 왜냐고!?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쾅 쾅 쾅!


레이무는 멱살을 잡은 채 벽에 대고 나를 밀쳐댄다.

나는 짐작가는것이 없어 억울했다.


"요정들 어디에 숨겼어!"


"요..무스요정..."


"요정들이 사라지는거. 너 때문 아니야?!"


"모..모라...모르다고.."


진짜 모른다.

내가 거짓말을 해서 얻는 이득도 없다.

내 말을 믿은건지 어쨌는지 레이무의 손아귀 힘이 조금 풀린다.

그 틈을 노려 나는 제빨리 손을 쳐내고 빠져 나왔다.


"아오."


아침부터 기분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러는걸까.

그리고 레이무는 또 왜 미쳐서 날뛰는걸까.


"...아니라고? 진짜?"


레이무는 의심쩍다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금방이라도 불제봉으로 내 대가리를 후려칠 것 처럼.


"아니라고!! 아니 내가 뭘 어쨌는지 증거라도 가져오고 말해!"


"증거..?"


'설마.'


"증거라는게 필요해?"


얘가 미쳤나보다.

난폭하긴 했어도 비상식적이진 않았는데.

지금은 비상식적인데다가 멍청해보인다.


"에라이!"


나는 달려가 레이무의 뺨을 한 대 후려 쳤다.

철썩 소리가 나며 레이무의 몸이 휘청거린다.

나는 반격이 날아올 것을 대비해 자세를 취했다.


"덤벼! 덤벼 이 개새끼야!"


"으윽.. 아으.."


하지만 레이무는 덤벼들기는 커녕 자신의 이마를 붙잡고 신음한다.


'뭐지? 뇌진탕?'


내 뺨 때리기의 위력에 감탄하고 있으려니 레이무가 문득 고개를 든다.


"뭐, 뭐야. 너는. 왜 여기있어."


"에엥?"


"아니. 여긴 신사가 아닌데."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렇게 말하는 레이무.

나는 레이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걸 깨달았다.


'내 손맛이 강한게 아니었구나.'


나는 입맛을 다시며 내 손바닥을 바라봤다.

그리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레이무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보쇼. 내가 누군지 알겠어?"


"뭐? 네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 최근에 나타나놓고. 그나저나 나는 왜 여기에 있는거지..."


"방금 전 까지 날 죽이려고 해놓고."


"누가? 내가?"


레이무는 진짜로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 댁이. 나를 죽이려고 했어."


"그럴리가... 어라? 응?"


레이무는 혼란스럽다는 듯 머리를 쥐어뜯는다.


"거짓말.."


그러고는 자신의 손과 나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에..게젯맬... 이지랄 떨지 말고 사과부터 하지 그래."


"그.."


'여기서 또 사과 안하겠지?'


"미안해."


'어랍쇼.'


"뭔가 지금까지의 기억이 흐릿해. 그렇지만 내가 너를 때렸다는건 사실인 것 같네."


"죽이려고 했다니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레이무는 내 말을 안믿는 것 같다.


'까비.'


이참에 빚을 만들어 놓으려고 했더니 그건 안될 모양.

그 와중에 레이무는 불제봉을 붙잡고 무언가 주문을 외고있다.


"역시나. 뭔가 이상해."


"뭐가?"


"아무튼 미안했어. 나 바빠서."


그렇게 말한 레이무는 마을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별 씨발.."


나는 부엌에서 소금을 가져와 레이무가 날아간 방향으로 뿌렸다.


"다시는 오지 말아라~"


시간이 늦기 전에 노예관으로 돌아와 루미아의 조교에 힘쓴다.

조교를 할 때 마다 조금씩이지만 변해가는 루미아의 상태창 덕분에 조교할 보람이 있다.


"하, 하지마아아앗!!"


루미아의 비명은 덤이다.


다음날.


"야!!!"


"?"


아침부터 바깥에서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밖으로 나오니 레이무가 있..


쾅!


"케헥!"


"너 이새끼..!"


'왜!?'


얘가 뭘 잘 못 먹었나.

나는 멱살을 붙잡은 레이무의 손을 떨쳐내려고 했지만 순수 힘에서 밀린다.


"야..이거노아..악..카학.."


"요정들 어디에 숨겼어!"


"모르다고! 모르다고!!!"


"몰라!?"


쾅!


"카학!"


왜 오늘도 지랄인지 모를 레이무는 내 멱살을 잡고 어제처럼 폭력을 휘두른다.

폭력 반대다.


"사..사려줘..그마.."


이러다 죽겠다.


"이씨.."


레이무의 힘이 살짝 풀린다.

그 틈을 노려 손을 풀어낸 뒤 나는 곧장 레이무의 뺨을 갈긴다.


철썩!


'어제랑 똑같잖아.'


오늘에야 말로 누가 죽나 해보자.


"덤벼! 개새끼야!!"


자세를 잡고 레이무에게 덤벼들었다.

레이무는 내 발을 걸어 넘어뜨리더니 내 팔을 뒤로 꺾어 붙잡는다.


"아아악!! 항복! 항복!!"


"머리가.. 윽.."


레이무는 비틀거리며 신음하더니 나를 풀어준다.


"뭐야..? 넌 왜 여기있어."


"내가 할말이거든?"


나는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레이무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놀란다.


"내가 왜 여기에.."


"너 진짜 미쳤냐?"


나는 진심으로 한 대 처갈기기 위해 레이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레이무는 내 주먹을 가볍게 피한 뒤 나를 넘어뜨리고 팔을 꺾어 제압한다.


"아악!! 항복! 항보옥!!"


"이게 무슨.."


레이무는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댄다.


"난 분명.."


"놔줘!! 놔달라고! 팔 부러져! 악!!"


"조, 조용히좀 해."


레이무는 내가 더 시끄럽게 굴 기세로 비명을 지르자 하는 수 없이 나를 놔준다.

나는 곧장 일어나서 자세를 취한다.


"이 미친년. 드디어 본성을 드러내는구나.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그래. 오늘. 분명 나는 오늘..."


"오늘 처맞는거지."


"적당히 나대."


레이무는 순식간에 다가와 내 정강이를 발로 깐다.

나는 고통에 신음하며 쓰러졌다.


"끄으으윽.."


"우리 어제 분명 만났지. 그렇지?"


"...그런데 어쩌라고."


"나는 왜 여길 또 찾아온거지..? 혹시 이상한 점 없었어?"


"이상한 점? 어제랑 똑같은 소리를 하면서 날 죽이려고 하던데. 이상하진 않지. 넌 평소에도 그러잖아."


"아니거든!?"


레이무는 붉어진 얼굴로 반박한다.


"...내가 그렇게 난폭해 보이나."


중얼대는거 다 들린다.


"그건 그렇고. 왜 자꾸 찾아와서 지랄인데?"


"...일단 내 말 부터 들어봐."


"아니? 싫은데?"


레이무가 주먹을 꽉 쥔다.


"들어보자고."


'악독한 년.'


"나는 어제 여기에 찾아온 기억이 있어. 비록 기억이 흐릿하지만 분명 나는 어제 여기에 왔었어. 그리고 마을쪽에서 수상한 기척을 발견해 마을로 곧장 날아갔지."


"그랬지."


"그리고 마을에서 수상한 녀석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는데. 그 뒤의 기억이 전혀 없어. 이상해."


'말을 걸었다니 확실히 이상하군. 보통은 바로 두들겨 팰텐데.'


"너 지금 굉장히 무례한 생각을 하는 표정인데."


"내가? 언제?"


"...아무튼 내가 기억을 못 하는건 아닐텐데."


"치매 아냐?"


"너 진짜 맞고싶어?"


"아니."


맞는건 사양이다.


"맞기 싫다며 왜 자꾸 입을 놀려?"


"알았어. 안할게."


"어디까지 했더라?"


"기억 못 하는건 아닐거라고 했어."


"그래. 나는 분명 어제 요정이 사라지는 이변을 조사하러 나섰지. 그리고 가장 먼저 의심가는 널 찾아왔었어. 그렇지만 네가 아니라니까 하는 수 없이 수상한 기척이 느껴지는 마을로 갔던거야."


'그런데 보통 아니라고 하면 그걸 순순히 믿나?'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귀찮아질 것 같아서.


"아..으..."


"왜?"


"머리가.."


"나빠졌어?"


나는 결국 명치를 한 대 맞았다.


"쿠헥..!"


"그리고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해 마을에서의 기억이 지워졌고. 다음날이 되었더니 또 여기로 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왜 여기로 오려고 한거지?"


"그냥 습관 아니야? 습관처럼 팰 사람을.."


"습관! 그래! 그거야!"


"진짜 습관처럼 사람을 팬거야?"


"그거 말고 미친놈아! 기억에는 없지만 몸은 움직이는 상태였을거야. 그러니 그 전날 했던 행동을 반복하기로 한거지. 습관처럼 말이야."


"결국 습관처럼 나를 패러 왔다는 얘기잖아."


"그, 그렇네."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레이무를 쳐다봤다.


"미안해."


"알면 됐수다."


나는 레이무의 말에서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그 수상한 녀석 오늘은 없어?"


"잘 모르겠어."


"어제는 찾았다며."


"마을에서 수상한 기척을 내뿜는 녀석을 찾아간 것 뿐이야. 오늘은 수상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그거 기준이 뭐야?"


"감."


'미쳤군.'


나는 더 이상 이 미친 이야기에 어울려주기 싫었다.


"뭐. 더 볼일 있어?"


"볼일은 없는데."


"그럼 꺼져."


"뭐?"


"가시라구요."


"야, 잠, 하지마!"


나는 레이무에게 흙을 던졌다.


"더 뿌린다!?"


손에 흙을 잔뜩 쥐고 협박했다.


"아 간다고!"


레이무는 화를 내며 순식간에 날아서 어디론가 사라진다.

나는 레이무가 사라진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가 노예관으로 들어왔다.


'이변인가.'


레이무의 입으로 직접 요정이 사라지는 이변이라 들으니.

새삼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내 알 바는 아니지.'


이변은 레이무가 알아서 하시고.

나는 조교나 잘 하면 되는 것이다.


[루미아]

[호감도 : -21901]

[능력 : C감각 Lv.3 A감각 Lv.4 B감각 Lv.3]

[각인 : 고통각인 Lv.2 치욕각인 Lv.1 공포각인 Lv.2 반발각인 LV.3 굴복각인 LV.1]


저번과 비교했을 때 감각이 모두 1레벨씩 올랐고.

굴복각인이 하나 붙었다.

호감도가 올라간것도 소소한 이득이다.


'뭐 여전히 나를 싫어하고 있지만.'


따지자면 호감도는 -1억이나 -1만이나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사모나 연모를 딸게 아니라면 호감도는 별 신경 안써도 되는 부분이었다.


'그래.'


사모나 연모를 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니 호감도는 내려가는 편이 낫다.


"이렇게."


나를 향해 머리를 박고있는 루미아의 머리를 짓밟는다.


"꺄아악!"


[루미아의 호감도가 내려갑니다]


나는 루미아를 한참이나 조교했다.


다음날.


"야!!!"


"아니 진짜 미쳤냐!?"


나는 각목을 집어들고 레이무를 상대하기 위해 나섰다.

레이무는 나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번에는 당해주지 않는다.

짐승이나 매번 똑같은 수법에 당하는 것이다.


나는 달려드는 레이무를 스치듯이 피한다.

그런다음 레이무의 등을 각목으로 내리친다.


파각!


각목이 부러지고 레이무가 고통에 신음하며 바닥에 엎어진다.


"끄으으.."


"에라이!"


나는 레이무의 엉덩이를 발로 세게 걷어 찼다.


"아악!?"


"너 자꾸 찾아와서 개지랄 할래!?"


"뭐, 뭐야!!"


레이무는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나 왜 여기있어!?"


"이 새끼가 진짜."


머리 끝까지 열불이 치솟아서 레이무를 흠씬 두들겨 패려고 다가선 순간.

레이무가 벌떡 일어나 나한테 고개를 숙인다.


"도와줘!"


"뭬야?"


"이, 이런적은 진짜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나 좀 도와줘!"


그렇게 말하는 레이무는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들어나 보기로 했다.


"무슨일인데."


"내 기억이 자꾸 사라져."


"치매냐?"


"그런게 아니라! 이변이야 이변!"


"에휴."


내가 왜 이변을 해결해야 하는지.

나는 사정사정하는 레이무의 뒤를 따라 인간 마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