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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꼴려서 소재 돚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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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 없는 한적한 새벽 시간 대의 골목길만이 가진 특권이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남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맘 편하게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듣고 흥얼거리며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그런데..



"후우..훕...사..사탕이...."



그 특권이 도리어 이렇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분명..챙...겼을..텐데..후우..."



갑자기 몸의 기운이 없어지고.


손발에 모터라도 단 것마냥 계속해서 떨린다.


또한 가슴 소리가 마치 학창 시절 난타부의 공연마냥 불규칙적이고 난폭하게 뛴다.


흔히들 말하는 저혈당 쇼크의 대표적인 증상들이 확실했다.


원래는 이럴 경우에는 늘 가지고 다니던 레몬맛 사탕을 하나 먹어서 해결했겠지만.


어째서일까 아무리 찾아봐도 언제나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사탕이 보이지 않았고.


그 결과.



"헤엑..헤엑......"



아직 이른 새벽이기도 하고 원래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목에서.


최대한 오래 홀로 혈당 쇼크에 의해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보았지만.


슬슬 한계가 보였다.


...나 진짜 죽는 거야..?


안 그래도 쌀쌀한 날씨에 저혈당 쇼크로 쓰러져서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된다면 진짜 목숨을 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싫어..죽기..싫어...'


"뭐야 김얀붕? 너 거기서 뭐하냐?"


"허억..헥...야..얀순이..?"



그렇게 혼자 저혈당 쇼크와의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던 중.


심장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감각과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두통에 괴로워 하고 있던 날.


무언가 흥미로운 상황을 보았다는 듯 내려다보는 여성.


우리 반은 물론이고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


얀순이였다.


물론 나쁜 쪽으로.



"너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냐?"



중학교 시절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나이기에.


평소대로라면 얀순이와 대화는 커녕 먼저 말을 걸어도 차갑게 대꾸 했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헥..헤엑...야..얀순아..너..그거..입에...문 거..."


"이거? 블루베리맛 사탕인데? 문제 있어?"



그녀가 물고 있는 푸른빛이 맴도는 막대 사탕 하나.



"나...저혈당이라..사..사탕..좀..제발.."



그 사탕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혹시나 다른 사탕이 더 있지 않을까 싶어.


난 다급하게 그녀의 발목을 잡으며 빌듯이 부탁했다.


그러나 내 희망을 철저히 부숴버리려는 신의 계획인지.



"사탕? 이거 밖에 없는데?"



그녀에게 남은 사탕은 지금 그녀가 물고 있는 것 단 하나 뿐이었다.


....젠장..



"그..그러면..그거라도..제발.."



좋아하는 사람의 침이 묻은 음식을 먹으라고 해도 고민할 마당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가 방금까지 빨던 사탕을 먹어야 한다니.


너무나도 치욕스럽고 부끄러운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려야 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난 다급히 그것만이라도 달라며 그녀에게 매달렸지만.



"....."


"뭐..뭐해..? 빨리 안주고..나..이러다가..쓰러져...빨리..내놔..."


"싫은데?"


"뭐..?"



그녀는 소악마같은 웃음을 지으며 단호하게 내 부탁을 거부했다.


....제정신인가?


이러다가 진짜 죽을 지도 모르는데..?



"내가 직접 주는 건 싫고..자 직접 가져가 봐 물론 손은 쓰지 말고"



내 부탁을 거절한 그녀는 곧바로 자세를 바꿔 쪼그려 앉아 나와의 거리를 좁힌 다음.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최대한 쭉 내민 뒤 자신의 혀 가운데에 방금까지 먹던 사탕을 올려 놓았다.


....손을 쓰지 말고 가져가라니..그러면 입에서 입으로 가져가는 것 밖에 없는데..


누굴 놀리나..



"장...난해..?!!..지금..헥..사람이..죽어가는데..헤엑..."


"장난 아니야 먹고 싶으면 가져가 직접"


"흐으..너..어어..."


"빨리 안 가져가면..그냥 내가 먹어버린다?"


"아..안대에..!"



너무나 혐오스럽고 짜증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내게는 선택지가 따로 없었기에.


난 최대한 천천히 떨리는 두 팔로 땅을 짚고 일어나 얀순이와의 눈 높이를 맞춘 뒤.


혹여나 사탕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양 손으로 그녀의 볼을 붙잡고 천천히 입을 맞췄다.



"흐읍...? 흐으!"



그러나 그녀는 내가 입을 맞추는 순간 터키 아저씨가 아이스크림을 빼앗아 가듯.


자신의 혀를 사용해서 내 혀로부터 사탕을 빼앗아 갔고.


그로 인해 난 어떻게 해서든 사탕을 받아가기 위해 그녀의 혀를 따라.


나의 혀로 그녀의 입안 이곳 저곳을 휘젓고 다닐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후으..생각보다 거치네? 혀도 잘 쓰고..여자 여럿 울렸겠어?"


"푸하아...너..가만...안 둬.."


 

겨우 겨우 그녀에게서 사탕을 가져오는 대 성공한 나는.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선을 넘어버린 그녀를 쏘아 보면서도.


며칠을 굶은 아프리카 어린이처럼 사탕을 빨아 먹는데 힘을 썼다.


그녀의 침이 잔뜩 묻어 있었던 탓일까 무척이나 기분 나쁘고 축축한 향이 입 안에 가득했지만.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블루베리 특유의 새콤한 맛으로 인해 기분이 매우 이상했다.


그렇지만 사탕을 핥을 때 마다 어긋났던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기에.


사탕을 핥는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귀엽네 우리 얀붕이.."


"손 치워..."



이제 볼일도 끝났겠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렇게 쌀쌀 맞게 굴면 너만 손해일 텐데?"



그녀가 내게 내민 핸드폰 속 너머에 있는 사진 한 장을 보자.


난 다시 한번 저혈당 쇼크가 온 것마냥 그 자리에서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너..너..이걸 언제..?"



아까 전 내가 그녀의 양쪽 볼을 잡고 입을 맞춘 순간 한 손으로는 내가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날 껴안으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찍은 것인지.


그녀의 핸드폰 화면 속에는 내가 얀순이의 볼을 잡고 키스를 하는 사진이 떡 하니 찍혀있었다,


심지어 그 사진 아래 부분에는 카카오톡 공유 창까지 떡 하니 띄워져 있었기에.


그녀가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수 많은 단톡방에 그녀와 내가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이 퍼질 게 분명했다.



"히히..방금 찍었지롱 그리고 이걸...단톡방에 올리면.....!"


"안돼..!"


"돼"



그것만은 막기 위해 난 다급하게 팔을 뻗어 그녀에게서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은지 오래였다.



[3-4 단톡방]


[(대충 얀붕이가 얀순이 키갈하는 사진)]


[나 얀붕이랑 사귄다 ㅎㅎ] -오전 4시 13분



"아..아..."


"후후..올려버렸다...그러면 오늘부터 1일이다? 얀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