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곧 결혼하면서.. 내 인생의 축복같은 아내랑

처음 만난 얘기를 써 본다, 너무 행복해서


부장님은

나이가 나보다 많아보이긴 했는데 정확히 몇살쯤 됐는지 몰랐어

첨 봤을때 엄청나게 마르고 옷을 예쁘게 입고 피부도 좋아서 나보다 몇살정도 더 많을거라 생각했음

나중에 알았는데 40대 중반이었음 젊었을때 이혼하고서 쭉 미혼이래


입사하고는 얼굴만 아는 정도로 오래 지내다가

올해 부서가 바뀌어서 내가 직속 후배가 됐거든

이런 사람인 줄 몰랐는데

여리고 푼수같고 감성적이고 헤헤 하는 그런 성격이더라

생긴것도 순하게 생겼는데 귀여운 면이 있다 생각했어

보고서 작업 같이 하면서 자기 실수 많으니깐 같이 잘 봐야 된다고 하고 밤까지 같이 컴퓨터 보고 그랬어


엄청 가까워졌음

그치만 나이차이가 10살쯤 나니깐

이성이라기 보단 동고동락하는 사수 부사수 정도의 관계가 형성되더라

나는 그분이 예뻐보이고 가끔 뒷모습 쳐다본 적도 있지만

나도 나이차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음


올초에 두번째 보고서 결재 끝나고 나니깐

그분이 자기 술 좋아하는데 술한잔 하러 가자더라

고생했으니 자기가 사겠다고 

그날 밤까지 개같이 일한데다가 나는 술 별로 안 좋아해서

담에 마시면 안돼요? 그랬어

그러니까 약간 시무룩하게 그럼 내일은? 하더라

그게 귀여워서 그냥 오늘 가요 제가 부장님을 좋아하니깐 같이 마셔드릴게요 했어 그랬더니 좋아하더라



둘이서 같이 처음 술마시면서 재밌는 얘기 많이 했음

이혼한것도 그때 알았고 회사 욕도 많이 했음 술 엄청 좋아한다는것도 알았고


그때부터 둘이서 뭐만 하면 술 마시러 갔음

나는 아직도 술 즐기진 않지만

부장님이 조잘조잘하는것도 재밌었고,

무엇보다도

점점 친하게 지내다보니

이 사람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좋더라 

매일 신경쓴 머리랑 옷도 흰 피부도 얇은 팔목도

베시시 웃는 표정도 경박하지 않은 말투도

점점 좋아지고, 집에 가서 자꾸 생각이 나더라

썸타는 연인처럼 부장님 카톡 프로필 염탐도 하고 그랬음

쉬는 날인데 부장님이 보고 싶어서

같이 보고서 쓰자고 핑계대고는 카페도 같이 갔어


일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났음

부장님이 낼 쉬는데 오늘 어디갈래? 하길래

장난으로

부장님 이제 갈데도 없어요 그냥 부장님집에 놀러갈래요

그랬음 진짜 장난으로

그러니깐 뭐야 장난치지 말고~~ 그러더라

그래서, 장난이고 오늘 XX(고깃집) 가요

했어

둘이서 고깃집에 갔지

그날도 거의 부장님 혼자서 부어라 마셔라 시전하고는 나왔지 밤 9시쯤 됐음

둘다 지하철 타고 다녀서 역으로 걸어가는데

부장님이 갑자기

근데 진짜 우리집 놀러올래? 그러는거임


나는 설렜다기보단 이사람이 겁나 취했구나 싶어서

에이 부장님 저도 남자인데요 겁이 너무 없으신데요

그랬음

그러니까

너는 내가 믿는 사람이니깐 괜찮아~~ 그러더라

그래서 에이 믿지 마세요ㅋㅋ 했음

그러니깐

너한테 그런 얘기 들으니깐 좀 설레네

하더라


순간 이게 뭐지 그린라이트인가? 취해서 실수하는건가?

싶어서

그럼 부장님 집까지 걸어가자고 했음

거의 40분 가까이 걸어야 되니깐

도착해서 어색하면 그린라이트가 아닐 거라 생각했음

근데 이 사람이 아파트 단지 앞 편의점에서 맥주까지 삼ㅋ 어색은 개뿔...

그래서 같이 들어갔다. 근데 그린라이트인지는 몰랐어. 그냥 진짜 집에서 구경하고 놀고가라 그런 느낌이었음. 아파트도 좋고 넓은 곳이었거든.


씻지도 못하고 거실에서 맥주 꺼내서 둘이서 먹는데

문득 이 사람이

근데 자꾸 내가 오해하는 것 같아 

이렇게 말하더라

그래서 오해요? 했지 그러니깐

잘해주니깐 자꾸 나한테 마음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엄청 가슴이 뛰더라

여기서 뭐라 말해야 할까? 싶고

솔직히 마음은 있는데, 나이차도..결혼..? 이혼녀...? 좀 혼란스럽기도 했거든 현실적으로 솔직히

근데 나도 너무 설레서

이 순간의 대화 하나하나가 토시 하나 안틀리고 다 기억날 정도로 가슴이 뛰었음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질렀음

솔직히 부장님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랬어


그러니깐 갑자기

ㅋㅋㅋㅋ 진짜?? 하고 웃더니

오랜만에 썸타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거든~~ 하고는

한참 동안 웃으면서

커피집 간거, 같이 드라이브 한거, 야경 보러 간거

얘기를 재잘재잘 하더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너랑 만나면 내가 나쁜 사람인데 그래도 너무 행복했거든 고맙다 하더라


그래서 저 차인거에요?ㅋㅋ 했음

그러니깐 

여자 혼자 사는 집까지 들어왔는데 뭐가 차인거야~~ 

하더라 막 웃으면서 우리 20대 같다 그치? 그러면서

우리 이제 사귀는 사이야?ㅋㅋ 막 그랬음

그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고

그 순간이 너무 행복했어 차인 거 아니라니깐 우리 사귀는거 진짜 맞지? 그런 느낌


내가

20대처럼 사겨요 이제ㅋㅋ 했지

그랬더니 웃으면서

음..그것보다는 조금 빠르게?ㅋㅋ 그러더라 딱 정확히

너무 예쁘고, 귀엽고 여우같기도 했어

그래서 냅다 뽀뽀했지

볼에 하려고 했는데 부장님이 입술을 맞추더라

내가 볼에 하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둘이서 그자리에서 깔깔 웃었음

웃다가 부장님이 갑자기 다시 입맞추더라

그리고 나는 부장님 가슴을 만졌고

부장님은 내 손을 잡고 자기 바지에 넣더라


한 30분 있다가 둘이서 발개진 얼굴로 콘돔 사러 갔고

다시 들어와서는

좀 씻고 올게요 했는데

남자 잠옷 없으니깐 이불 속에 먼저 들어가ㅋㅋㅋ 그러더라

침대에 들어가 있으니깐 안방 화장실에서 씻고 잠옷 입고 나오는데

간접조명 아래에 비친 부장님이 진짜 여신 같더라 내 눈에

그래서 처음으로

OO아 너 너무 예뻐 그랬음 

그날부터 그게 호칭이 됨


그날부터 서로 합의한 적도 없는데 그냥 동거였음

내 옷이 조금씩 그 집에 생기기 시작하고

아침에 눈뜨고, 서로 바라보고, 웃다가

눈 맞아서 키스하고, 너무 행복했어

이 사람은 일찍 일어난다는 걸 알았고

라디오를 듣는 거, 밥 먹을 때 포크를 선호하는 것

차 타기 전에 누가 자기 차 긁은 곳 없나 꼭 확인하는 것

집에선 잠옷이나 알몸보다 보통 티셔츠에 팬티만 입고 산다는 것

잠귀가 안 예민하고 안고 자는 걸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이 여우 같은 사람은

본인 남친 꽤 있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고

나이 들면서 남친 없을 땐 혼자서라도 했다고 쿨하고 여우같이 말하기까지 하면서

불 켜져 있을 때 분위기 잡히면 불부터 끄고 오라고 하거나

집에서 옷 입고 다니라거나, 같이 샤워하는 건 싫다는 등 귀여운 면모가 있다는 것도 알았고

키스를 하다 보면 꼭 자기가 내껄 먼저 안 만지고 내 손 잡아서 자기 바지 안에 가져다놓는 게 신호라는 것도

관계로 스트레스 풀면서부터 술을 의외로 잘 안 마신다는 것도 알았어


동거 커플? 아니고 그냥 부부였다

애 없는 부부, 일하고 같이 밥먹고 놀러다니고 집에선 하루 종일 서로 만지작대고 눈만 맞으면 섹스하는 신혼부부였음

딱 3주째 동거하고 내가 먼저

결혼하자고 했음

나는 아내가 울 줄 알았어

그런데 싫다더라 결혼 이제 싫고 그냥 이대로 살자고

자기는 바람같은거 절대 안 피는 사람이고, 나도 믿을만하니 서로 믿음을 바탕으로 살자고


내가 계속 설득했다 결혼얘기 많이 했어

진짜 정말 뜬금없는 타이밍에 답을 들었어

퇴근하고 밤에 침대에 누워있는데

아내가 오후부터 생리한다고 며칠간 못한대

그래서 알겠다 했지

그러니깐 

나는 안되는데..? 그러더라고

그래서

뭐 내가 손으로 자위라도 해 주면 넘 쪽팔리나? 그랬지

그러니깐 막 헤헤헤 웃더니

손 엉망 될건데~ 근데 좀 설렌다 그러더라

내가 괜찮아 네 똥오줌 먹으라 그래도 먹겠다

그러니깐


막 깔깔 웃더니

진짜 뜬금없는 타이밍인데 나 너랑 결혼해야 될 것 같아

그러더라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대 그냥 그 순간 확신이 들었대 결혼해야 될 것 같다고



여기까지가 나의 기나긴 얘기임

결혼식은 그냥 둘이서 좋은 곳에서 식사하고 집에서 하기로 얘기했고

직장에 안 알리고 싶다 해서 그것도 설득하는 중임..

나는 당당하게 결혼하고 싶거든

울 부모님은 좀 많이 놀라긴 했는데

뭐.. 이야기는 길지만 부모님도 설득을 했음


인생최고로 행복하다

행복해서 써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