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이예지는 부들부들 떨리는 눈으로 핸드폰을 응시했다.

하루아침에 여자가 되었다는 것도 적응하기 힘든 것도 모자라.

겨우 며칠 전에 여자로서 살기 위한 절차를 마치고 이예지라는 이름이 적힌 민증을 받은 참이었다.


그런데 몇 개월 전에 바뀐 징병 제도가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저출산 때문에 국군 장병의 수가 부족하니까 여성도 징병하겠다는 논리.

그리고 장병 확보에 혈안이 된 병무청은 그 논리에 힘입어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데려가기 시작했다.


국정원에서 나온 사람이 그랬었다.

예전에도 종종 이런 일이 있었지만, 그때는 군대가 문제는 되지 않았다고.

애초부터 여성인 것으로 고치거나, 아니면 성별을 중간에 정정한 것으로 처리하면 되었다고.


그러나 지금은 아니라고 했다.

군대를 두 번 간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냐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


멍하게 탄식한 그녀가 눈을 깜박였다.

하지만 카카오톡에 나타난 병무청 알림톡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한민국의 건강한 여성으로서 군대에 가야 한다는.


그런 시리고도 비참한 현실도 변하지 않았다.


“하하... 하하하...”


이예지는 잠시 웃음을 흘리다가 숨을 삼켰다.

그래도 그녀 혼자만 군대에 가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올려 마찬가지로 좌절 중인 그녀의 소꿉친구, 이시우를 눈에 담았다.


“시우야, 너도 알림톡 왔지?”

“...어.”

“신검받으라고 하지?”

“어.”

“...하하.”


동병상련의 감정이라는 게 이런 말일까.

이예지는 실로 오랜만에 이시우가 안쓰러워 보이는 것 같았다.


평소의 이시우는 그냥 짜증 나는 남자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항상 장난이나 쳐대고 우스꽝스러운 짓을 해대질 않나.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그녀를 찾아와 떠들어대는 통에 짜증 날 때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예지는 술이 당기는 듯한 감각에 숨을 삼켰다가 내쉬었다.


“...시우야.”

“응?”

“우리 술이나 한잔 할까? 오랜만에?”

“너 술 싫어한다며.”

“이럴 때 안 마시면 언제 마시겠어.”

“그것도 그렇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이시우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술을 사 올까, 아니면 밖에서 마실까.”

“네 자취방에서 마시자. 밖에서 술 마시면 비싸. 무슨 소주 한 병에 오천원씩 받냐고.”

“그것도 그렇지.”

“아무거나 사 오자. 대충 고기가 좋을 것 같은데. 족발이나 보쌈 어때.”

“술은 소주랑 맥주?”

“소맥이면 충분하지.”


이예지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이럴 때는 서로 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도 잠시.

두 사람은 이내 오늘 마시고 죽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이것저것 음식과 술을 사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한 술상이 차려졌다.

수중에 지닌 돈이 별로 없던 만큼 그렇게까지 풍성하진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마시자!”

“건배!”


어차피 술은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은 병무청을 술안주 삼아 잘근잘근 씹으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과음한다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지만, 지금은 상관없었다.


입대를 앞둔 사람에게 과음이라는 단어는 없느니만 못한 것과 같았으니까.

빌어먹을 병무청의 부름이라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될 이유로 충분했다.


이내 소주 두세 병이 바닥을 드러냈다. 맥주 한 병도 바닥을 드러냈다.

시장에서 포장해 왔던 음식도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그냥 안주 없이 술을 마시기로 마음먹고 술잔을 기울였다.


“아... 군대 가기 싫다.”


이예지가 히죽거리며 술을 마셨다.

이시우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무언가 하나 기억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임신하면 군대 안 간다던데.”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임신하면 군대 안 간데. 세 명 낳으면 면제.”

“오...”

“임신한 사람이랑 임신시킨 사람이랑 해서 1년 동안 연기받고 그동안 지원금도 준다는 거지.”

“그러면 군대 안 가려고 임신하는 사람도 있겠네.”

“아마도? 한 명만 가져도 현역이 아니라 상근이 된다고 했거든.”


이예지는 피식 웃었다.

저출산이 문제니, 뭐니 하면서 한창 뉴스에서 떠들어 대더니.

이젠 이런 제도까지 만들어서 애를 낳으라고 독촉하는 꼴이 우스웠다.


하지만 반대로 혹하기도 했다.


임신만 해도 군대를 1년 동안 가지 않을 수 있다니.

한 명만 가져도 상근이라는 건 생각보다 컸다.

게다가 술김에 자료를 좀 더 찾아보니까 나름 괜찮은 것 같았다.


국가와 함께 애를 키우면서 군대도 안 갈 수 있다니.

얼핏 얘기만 들으면 좋은 것 같긴 했다.

아니, 군대에 안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긴 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나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동정이었는데.”


그렇게 말한 이예지가 낄낄 웃으며 말을 이었다.


“동정도 못 뗐는데 처녀를 떼게 생겼네.”

“그렇네.”

“근데 군대 가기는 싫어.”

“...그렇지.”

“너도 군대 가기는 싫은 것 아냐. 근데 나 임신하는 건 좀 무서워.”


잔이 비었다.

이예지는 소맥을 새로 말아 잔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걸 한 번에 모두 비우면서 멍하게 있다가 말했다.


“아, 근데 다른 건 몰라도 섹스 한 번 못하고 군대 가는 건 좀 슬플 것 같은데.”

“정말로?”

“응. 그동안 여자친구도 없었잖아. 너도, 나도.”

“그런데 섹스는 어떻게 하게.”


이시우의 말을 들은 이예지가 멍하게 탄식을 흘렸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랬다.

그녀는 이제 여자의 몸이었고 섹스하려면 남자가 필요했다.


그런데 막상 또 생각해 보니까 눈앞에 남자가 있었다.

그것도 이 사람이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야, 시우야.”

“왜?”


이예지가 잠시 가만히 있다가 씩 웃었다.


“우리 키스 한번 해볼래?”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고. 야, 군대 가기 전에 키스도 못 해보고 가는 건 억울하잖아.”

“...그런가?”

“눈 딱 감고 한 번만 해보자. 어때. 상대가 나라서 싫니?”

“그런 건 아닌데...”


이시우는 눈을 깜박였다.

무언가 해선 안 된다는 감상은 있었지만, 술기운이 그의 머릿속을 흐리게 만들었다.


오히려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시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딱 한 번만 해보자.”

“좋아.”


이내 두 사람은 천천히 일어서서 마주 보고 섰다.

그리고 이시우는 이예지의 몸을 팔로 감싸며 조심스럽게 입을 내밀었다.

이예지는 영화에서 본 것처럼 천천히 이시우에게 입을 맞췄다.


처음에는 딱히 별것 아닌 것 같았다.

술 냄새가 났다. 혀를 서로 비비긴 했지만, 별 감상은 없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이예지는 점점 하면 할수록 몸이 달아오른다는 걸 느꼈다.

전혀 야한 행위가 아닐 텐데도 야한 짓을 하는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파하...”


입을 떼어내며 숨을 토한 이예지가 녹아내린 눈길로 이시우를 응시했다.

그 눈길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이시우가 몸을 빼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예지는 오히려 역으로 이시우의 몸을 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힘을 주면서 애원했다.


“하, 한 번만 더 하자.”

“...괜찮겠어?”

“응, 괜찮아. 그러니까... 한 번만 더 하자.”


두 사람은 다시 입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에는 먼젓번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거사 직전의 두 연인이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두 사람은 열정적으로 혀를 섞는 한편, 점점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른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나 상관없을 것 같았다.

이시우는 혹시 모를 상황을 향한 기대감에 머리가 뜨거워졌다.

이예지는 난생처음 변화한 몸 상태에 바르르 떨며 키스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다시 파하, 하고 숨을 토하며 입을 떼어낸 이예지가 녹아내린 눈빛을 보냈다.


그건 허락의 의미였다.


너만 괜찮다면, 이다음으로 가도 좋다는.


“...정말로 괜찮겠어?”


이시우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던졌다.


그건 그냥 확인에 불과했다.

그는 진도를 빼고 싶었지만, 동의 없는 관계는 범죄였으니까.


그리고 곧장 답변이 돌아왔다.


“응... 난 괜찮아.”

“...좋아.”


이예지는 잠시 뒤로 물러서서 스스로 옷을 벗었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브래지어의 갈고리를 끌러 풀어낸 그녀가 숨을 삼켰다.


타인에게 알몸을 보여주는 건 난생처음이라는 생각도 잠시.

천천히 바지와 팬티까지 벗은 그녀가 인간 본연의 모습이 된 채.

양손으로 가슴과 치부를 대강 가린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이시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 어때...? 예뻐? 괜찮아?”

“당연하지! 아주... 예뻐.”

“그래...?”

“응... 아주 예뻐.”


그렇게 말한 이시우가 허겁지겁 그녀를 안으려다가 멈칫했다.


“진짜로... 해도 되는 거지?”

“응. 해도 된다니까?”

“아플 수도 있어.”

“너라면 괜찮을 것 같아. 그리고 옷까지 벗었는데 그냥 물러서기야?”

“그건 그렇긴 한데...”

“정말로... 너라면 괜찮을 것 같으니까... 술기운에 하는 거라고 해둬.”


이시우는 숨을 삼켰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남자가 되어서 뒤로 빼는 것도 못 할 짓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시우는 이예지의 몸을 안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데리고 침대로 향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침대 위에 눕혀진 이예지가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이제 대화는 더 필요하지 않았다.

이시우는 손을 들어 올려 조심스럽게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난생처음 만지는 여자의 가슴은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드러웠다.

그리고 이예지의 살결에서는 무언가 단내 같은 게 나기도 했다.


이시우는 천천히 그녀의 가슴을 만지면서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저 이걸 주무르고만 있어도 시간이 끝없이 갈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조심스럽게 입을 벌린 이시우가 그녀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혀로 핥기 시작했다.


“응, 아핫...!”


이예지가 달뜬 숨을 토하며 몸을 비틀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손댄 적 없던 몸을.

그것도 다른 누군가가 이렇게 애무한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자극이 컸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농밀하고도 뜨거운 무엇인가가 그녀의 안에 응어리졌다.

몽글몽글하고도 부풀어 오른 탓에 다리가 저절로 꼬아졌다.


그녀는 그게 갈 것 같다는 감각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이게 계속된다면 여자로서의 첫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도.


“흐, 응읏...”


이예지는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틀었다.

마치 아기처럼 가슴을 물고 빠는 이시우가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몸이 솔직하게 반응하는 탓에 부끄럽기도 했다.


밝히는 여자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그녀는 이내 쾌감이 터지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이 부족한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예지는 말없이 이시우의 품을 끌어안았다.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우야...”

“응?”

“이제 넣어줘.”


대답 대신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나누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맞추는 한편, 천천히 교합을 위해 자세를 조정했다.


이예지는 눈을 감고 혀를 섞었다.

그러는 와중, 서서히 낯설고도 고통스럽게 그녀의 안으로 들어오는 남성기의 윤곽을 느꼈다.


첫 삽입은 뜨겁고 아팠다.

그녀의 안에서 무언가 막 같은 게 찢어지는 느낌과 함께 상당히 아린 통증이 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언가 애틋하고도 뿌듯하기도 했다.

그건 어른이 되었다는 하나의 징표이자 지금 이시우와 그녀가 이어졌다는 증거기도 했다.


“...괜찮아?”


고통에 부르르 떨던 이예지를 알아차린 것일까.

이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감싸 안았다.


이예지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탓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었다.


서서히 시작될 왕복 운동과.


그 운동에서 비롯될 쾌락이.


“움직여도 돼.”


그렇게 말한 이예지가 한 손으로 머리맡에 올렸다.


막 유치를 빼기 위해 치과에 와서 누운 것처럼.

그녀도 그것과 비슷한, 미지에서 오는 공포와 기대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이내 왕복이 시작되었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뜨겁고 굵은 남성기가 그녀의 안을 앞뒤로 쑤시기 시작했다.

처음 몇 번의 왕복은 서툴렀지만, 이시우는 빠르게 최적의 위치를 찾아갔다.


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퍽, 퍽, 하고 왕복이 계속될 때마다 침대보를 꽉 쥔 그녀가 이리저리 신음을 흘렸다.


고통은 이내 사그라졌다.

그 자리를 메운 건 상당한 양의 쾌락이었다.

응앗, 하고 신음을 흘린 그녀는 이내 얼굴을 붉힌 채 조용히 쾌락을 삭이기 시작했다.


이 이상 더 가버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가버려도 되리란 생각도 들었다.

이도 저도 아닌 생각에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이내 술기운을 빌려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임신하지 않으면 그녀가 원하는 것처럼 군대를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기분 좋은 짓도 실컷 하고 군대도 미룰 수 있다면 좋을 터.


하지만 그 말을 직접.

그것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자였던 자신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상상만 해도 부끄러웠다.

여태껏 살면서 정립했던 자아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기도 했다.


“시우, 시우야...”


막 신음을 삼킨 이예지가 입을 앙다물었다.

응흐읏, 하고 다물린 입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무언가 몽글몽글 쌓여 가던 게 터지기 직전 같았다.


숨을 내쉴 때마다 뜨겁고 거친 호흡이 안개처럼 주변을 가리는 것 같았다.

그 안개가 마치 머릿속에 낀 것처럼 왕복이 계속될 때마다 한 가지밖에 생각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걸 맛보면 앞으로는 애원할 수밖에 없게 될 텐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그녀가 이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안에 싸도 돼.”


그 말을 들은 이시우가 딱딱하게 굳었다.

신나게 놀고 있다가 막 숙제를 떠올린 초등학생처럼.

당혹과 공포가 동시에 어린 표정을 지은 그가 아, 하고 숨을 토한 직후.


“괜찮다니까...?”


녹아내린 미소를 지은 이예지가 이시우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 안에서 터져 나오려는 쾌락의 폭풍에 저항하는 걸 포기하면서.

조용히 이시우의 이마에 입맞춤하고 그 이후의 상황을 기대했다.


“...♡!”


뜨거운 무언가가 그녀의 안에 폭탄처럼 터져 나왔다.

이예지는 몸을 바들바들 떠는 한편, 이제 완전히 끝이 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무리 술기운을 빌렸다지만, 단번에 서로 몸을 섞었던 시점에서.

이시우의 손길이 너무나도 기분 좋아서 몸을 가누지 못했던 시점에서.

온몸으로 이시우의 씨앗을 받아들인 시점에서.


그녀는 완전히 한 명의 여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아...”


탈력감과 함께 숨을 토한 이예지가 재차 헐떡였다.

지친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는지, 이시우도 그녀의 몸 위에 살짝 엎어진 게 보였다.


그녀는 잠시 그를 안고 있다가 뒤늦게 상황이 꼬였다는 걸 알아차렸다.

술기운에 무작정 첫 관계를 맺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제 어떻게 하느냐도 걱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큰 문제 같은 건 없었다.

어느 정도 몸을 가눌 수 있게 된 이후,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힌 채 거사의 흔적을 정리했다.


욕실에서 서로의 몸을 씻기고.

다음 날 아침, 이예지가 청소해주겠다며 이시우의 남성기를 물고 있었던 것만 빼면 정말로 별문제 없었다.


그 이후의 시간도 쏜살같이 흘러갔다.

이예지는 신체검사를 위해 병무청을 또다시 방문했다.

그녀는 1급을 받았고 남은 기간 신나게 놀다가 머리를 단발로 깎고 훈련소로 향했다.


그러니 원래라면 5주 뒤에나 겨우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이시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훈련소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취방을 오래 비우게 될 테니 적당히 버릴 건 버리고 쓸 건 쓰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뭐야.”


그렇게 중얼거린 이시우가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오늘도 자취방을 정리하려고 막 문을 열고 들어왔던 참이었다.


“...어, 왔어?”


헤헤, 하고 웃음을 흘린 이예지가 시선을 피했다.

이시우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그녀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건 없었다.

설마 탈영했냐는 의문도 잠시.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린 그가 멍하게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너, 설마...”

“어... 그렇게 됐어. 갑자기 헛구역질하고 그래서... 검사해보니까... 임신이라고 하더라...”

“아.”

“아, 괜찮아! 부모님께는 내가 혼날 테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그렇게 말한 이예지가 옷을 살짝 내리며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어울려 주면 안 될까?”


이시우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을 안는 한편, 턱을 어깨에 올리며 투덜거렸다.


“이 나이에 벌써 아버지가 될 생각은 못 했는데.”

“나도 그랬거든? 근데 인생이라는 게...”


이시우는 헛소리하려는 이예지의 입을 그의 입으로 덮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이런 전개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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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